도서관
일단 도서관에 왔다. 핸드폰으로 뒤적뒤적 늦장을 부린다. 글을 쓰자고 왔건만 글을 쓰기까지 어떻게든 늦춘다.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친구는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이 재밌다고 한다. 그러니깐 공부하려고 앉으면 책상 정리가 재밌고, 책상 정리를 하려면 안 쓰는 펜 정리하는 게 더 재밌어지는 것같이 말이다. 어찌 됐든 어느 경우에도 책상 정리를 하다 공부가 재밌어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 그렇다. 글 쓰러 와서 글쓰기 빼고 다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 다음카페까지 쭉 훑고 나면 한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페이스북으로 돌아가면 다른 거 할 동안 쌓인 새로운 동영상들이 수줍게 기다리고 있다. 아이폰의 늪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다가 이제야 막 노트북을 들춘다.
내 전공은 산업경영이다. 산업을 경영한다는 건지 경영을 산업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분명 입학할 때는 경영학과로 입학했는데, 군대를 다녀오니 산업경영으로 바뀌어 있었다. 커리큘럼도 교수님도 그대로다. 이름을 왜 바꿨냐고 학과사무실에 물으니, 그 이름이 취업에 유리하더라나 뭐라더나..
난 그런 게 싫었다. 취업을 더 잘하기 위해 과 이름을 바꾼다는 학교가 싫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취업이 안되는 이 사회도 싫었다. 취업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그런데 막상 그 길은 닫혀있는 이 구조에 질식할 것 같았다. 취업 때문에 취향과 개성은 거세당하고 암울해져 가는 친구, 선배, 형이 안쓰러웠다. 취업은 공공의 적 같았다.
근데 이게 웬걸. 그렇게 "적"같은 취업에 성공한 친구한테서 퇴사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중견기업에 월급도 대기업만큼 받고 집도 가까운데 왜 그만두냐고 묻자, 자기를 잃는 기분이란다. 이렇게 살다간 이렇게 밖에 못살것 같다고 한다. 너무 힘들단다.
"취업 힘들다더니 뭐야..회사 생활은 더 힘든거야? 그럼 어쩌라는 거야"
나는 그런 사회에 저항하고 싶었다. 그러자고 80년대처럼 화염병을 던질 깡은 없었다. 대신에 좀 이상해 보이지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동안은 어쩐지 세상의 요구를 거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깐.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취업 잘 되자고 이력서에 한 줄 더 넣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그 글쓰기마저 이렇게 미루니,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