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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Dec 08. 2019

더블린 오늘 날씨 맑음

더블린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오늘 비가 옵니다”는 뉴스가 되지만 더블린에선 “오늘 해가 뜹니다”가 뉴스가 된다.


 아무래도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더블린 하늘은 콘크리트로 만든 것 같다. 매일 같이 우중충한 구름은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을 뺏어간다. 더블린 오기 전엔 날씨가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몰랐는데, 이 또한 더블린 유학의 배움이라면 배움이겠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햇살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조금 과하게 이야기한 감이 있지만 더블린 날씨는 정말 안 좋다. 언젠가 한번 가뭄에 콩 나듯 햇볕이 드는 날을 “여름"이라 부른다. 더블린은 하루에 몇 시간만 여름을 허락했다 이내 가을로 돌아간다. 감질난다.  

 

 대신 아일랜드 일기예보는 나름 높은 정확도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일단 비가 내린다고 하면 80%는 먹고 가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오늘 날씨가 어떨지 검색하는 일은 미련한 짓이다. 그 시간에 그냥 방수가 되는 옷을 입는 게 정신에 이롭다.


 아일랜드 추위는 한국의 추위와 성질이 다르다. 한국 추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엄청 추운 반면에, 더블린의 추위는 으스스하다. 단순히 온도만 두고 비교하자면 한국이 더 춥다. 하지만 더블린의 추위는 강렬한 바람, 끊임없이 내리는 비, 그리고 으스스 한 분위기까지. 봄이 단순히 따듯해서 봄이 아니라 세상 만물이 “봄“스럽기 때문에 그 계절이 아름답듯, 더블린의 우중충함은 계속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지속시킨다. 영화에서 악당이 나타나기 전 하늘이다.


 근데 또 막상 한국에 오니 그게 그립다. 뭐랄까. 그 울적한 날씨가 주는 오묘함 말이다. 가끔 맡는 매연 냄새가 싫으면서 완전히 싫지 않듯이.

      

산다는 건 결국 강 건너 일을 부러워하는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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