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사일 5호
작심사일은 정이와 반이가 한 개 주제를 사일 동안 도전하고 그 사일간의 기록을 담는 뉴스레터 콘텐츠입니다. 구독 가능한 링크는 콘텐츠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님은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시나요? 반이는 아닙니다. 회사를 다닌 지 1년 된 사회 초년생 반이는 한 달을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는데 그 작고 소중한 월급이 중순만 되면 증발해 있습니다. 통장 잔고가 매번 심쿵 하게 만들죠. 월급이 적은 탓도 있지만 어디선가 돈이 줄줄 새는 기분이 들어서 카드사 앱으로 지출 내역을 보면 전부 반이가 소비한 게 맞습니다. 남들은 코인이니 뭐니 하면서 투자를 하던데, 재태크는커녕 저금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4일간 가계부를 쓰면서 어디에 돈을 쓰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벌써 두렵습니다. 매일 반성문을 쓸 것 같습니다.
Day 0. 어플 사용하기
반이는 학생 때 가계부를 수기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좋은 가계부 앱이 많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문자와 바로 연동을 해서 스스로 소비 내역을 기록해 줍니다. 구글에 검색하면 대표적인 가계부 앱이 나옵니다. 네이버 가계부, 좋은 가계부, 위플 가계부 등등이 있습니다. 반이는 “비주얼 가계부” 어플로 기록했습니다. 후기도 좋고 가장 가시성도 좋아 보였어요. 평소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 확인해보고자 하는 4일이라 일부로 소비를 줄이거나 더 쓰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Day 1. 130,540원
이 앱은 시간 순서대로 기록이 남습니다. 첫 날엔 1시에 핸드크림을 샀고, 점심으로 순댓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술집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저녁을 계산했습니다. 94,000원입니다. 아깝지 않은 돈입니다. 진작 대접했어야 할 돈입니다. 게다가 반이 때문에 약속 날짜를 미뤘기 때문에 마땅히 나갈 돈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먹었을까요. 회 종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 집 맛있습니다. 마곡나루에 선주가라는 집입니다. 값도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집에 도착해서 전동 킥보드로 귀가했습니다. 540원이 딱 그 값입니다. 총 13만원을 소비했습니다. 식비가 대부분입니다. 어쩐지 돈을 어떻게 썼는지 다시 보는 일이 일기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주사가 계산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술 먹었을 때 돈을 조금 더 쉽게 쓰는 편 같습니다. 술을 마실 때 지갑을 잘 붙들고 있어야겠습니다.
Day 2. 21,000원
4일 중 가장 돈을 안 쓴 날입니다. 총 21,000원을 사용했고 커피 값에 16,000원을 썼습니다. 입사한 뒤 커피 값으로 꾸준히 매일 돈을 씁니다. 그럼에도 커피 값은 아끼기 싫은 이상한 마음이 있습니다. 고작 몇 천원 하는 커피 값을 쩨쩨하게 고민하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가계부를 보면 대부분 그런 소비가 많은 거 같다. 몇 천 원, 몇 만원 한두 번이 누적돼서 월급이 되는 듯한 느낌. 커피 값도 잘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Day 3. 225,240원
왜 그랬을까. 225,240원을 썼습니다.
하나하나 따지면 전부 필요한 소비긴 합니다. 가위바위보를 져서 리리 카페에서 8,700원을 썼습니다. (이 돈은 아낄 수 있었을텐데)
제주도 뱃 값으로 155,040원을 썼고, 풀려가는 파마를 살리기 위해서 55,000원을 썼습니다. 이것저것 소소한 소비를 다 합쳐서 총 22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많이 쓴 것 같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금액을 소비할 거 같습니다. 어쨌든 제주도 값은 나가야 할 돈이고, 어쨌든 파마는 했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런 "어쨌든"소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Day 4. 157,300원
총 157,300원을 사용했습니다. 당구 내기에서 져서 18,200원을 썼습니다. 지난 4일간 가장 분한 소비입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한 금액의 총합이 24,000원입니다. 식비로 사용한 금액이 15,000원이며, 아마스빈에서 가위바위보를 져서 6,400원을 썼습니다. 그리고 커스텀멜로우에서 69,00원을 주고 반팔을 하나 샀습니다. 구독자님은 여름 옷 안 사시나요? 반이는 지나다니다가 반팔만 보면 결제하느라 새는 돈이 많습니다. 대신 칼하트에서 본 12만 원짜리 정말 맘에 드는 청바지는 꾹 참았습니다. 당시엔 돈을 아껴서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이미 돈을 많이 써서 칭찬할 일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반팔은 계획에 없던 소비였다는 점입니다. 너무 멀리서 산 거라 다시 환불하러 갈 수도 없습니다. 있으면 잘 입긴 하겠다만, 지금 꼭 필요한 소비는 아닙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충동적인 소비가 반팔티 소비와 닮았습니다. 그땐 꼭 필요한 소비 같으면서도, 나중에 보면 아끼려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소비였습니다.
가령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탔으면. 커피를 더 저렴한 데서 마셨으면"과 같은. 앞으로도 꾸준히 가계부를 적어서 충동적인 소비를 잡아야겠습니다. 줄줄 나가는 돈을 잡아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잘 된다.
1. 한 달, 한 주와 같이 기간을 정한 뒤 적절한 예산을 먼저 분배하자.
2. 매일 지출을 검토하면서 "안 써도 될 수 있던 금액"을 항목해서 반성하자.
3. 모든 내기는 이기자.
이렇게 하면 안 된다.
1. 편의점을 수시로 드나들지 말자
2. 몸을 편하게 만드는 소비를 경계하자 (택시)
해당 메거진에선 "작심사일 뉴스레터"의 한 주 지난 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작심사일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가장 최신호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정보는 하기와 같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