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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분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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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Feb 15. 2017

스타트업이 빨라야 하지만, 빠르면 안 되는 이유.

지름길을 택해야 할 때와 멀리 돌아가야 할 때

 얼마 전 삼분의 일 팀 내에서 업무 관련 가벼운 논쟁이 있었다. 매트리스 설명서를 만들 때 기존 매트리스 회사들의 브로셔를 수집 및 분석해서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업무를 진행하자는 의견과(팀원 의견),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그동안 쌓은 우리만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삼분의 일 제품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는 사용설명서를 만들자는 의견이(내 의견) 대립했다. 항상 빠른 실행을 강조하면서 왜 이번에는 돌아가야 하냐는 팀원의 질문에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빠른 실행을 해야 할 때와, 돌아갈 때를 구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라야 하는 경우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한 자원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정해진 시간 내에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즉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에 있어서 스타트업은 빨라야 한다. 제대로 된 결과를 빠르게 만들려면, 다음 3가지를 빠르게 잘해야 한다. 


1. 의사결정

결과를 내려면 무엇인가를 실행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 대부분 마지막 2가지 옵션 중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의사결정은 '가설 설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A와 B 중 한 가지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의사결정의 갈림길에 있다면 A 전략을 선택했을 때와, B전략을 선택했을 때에 따라 각각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에 대한 '가설 설정'을 이미 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다. 문제의 본질을 잘 꿰뚫고 얼마나 가설 설정을 잘하느냐에 따라서 의사결정의 질과 스피드가 높아진다.   


2. 실행

의사 결정을 했다면 실행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목표하는 결과는 보통 손에 잡히지 않고, 거대해 보인다. 이를 손에 잡히고, 당장 실행할 수 있도록 잘게 쪼개는 것이 바로 실행계획(action plan)이다. 제대로 된 실행계획은 빠른 실행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실행의 병목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 보자!


3. 수정

실행 결과, 예상대로 잘 굴러간다면 계속 더 몰아붙이면 된다. 그런데 90% 이상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더라.

이때 중요한 건 빠르게 1) 번의 가설 설정과 의사결정 단계로 돌아가서 수정을 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했을 수도 있고, 실행단계에서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왜 안되었을까? 고민을 하는 실행과 수정의 경계에서 가장 많은 배움이 있었다. 


위의 1,2,3번을 빠르게 반복하자. 빠르게 결과를 내는 방법이다.  

 



빠르면 안 되는 경우 


결과를 내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면, 업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나와 고객의 내면을 천천히 뜯어보고, 경쟁자와 내가 처한 상황을 더 길게, 더 깊게 살펴보자. 효율성을 위해서 시장 조사를 마우스로 하고, 경쟁자 파악을 보고서로 대신한다면, 현실에 없는 머릿속 허상과 싸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직접 부딪치고, 경험한 것을 믿자.

 업의 본질 파악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빠른 실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업의 본질 파악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수록,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아끼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삼분의 일' 업의 본질을 5가지로 나눠서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1. 고객은 누구?

모두의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을 만들면 누구의 사랑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단 한 명이 사랑하는 것을 만들면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배민다움' 책에 나온 구절인데 우리는 이 구절에 따라 타깃 고객은 바늘로 겨우 찌를 수 있을 만큼 좁게 설정하고자 했다. 

 수십 명을 인터뷰를 하면서 흥미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발자(developer)들은 하루 만타 이상의 타자를 치고, 8시간을 앉아있는다. 그래서인지 허리와 견갑골에 통증을 가진 비율이 높았다. 얼리어답터 비율이 높으며,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인지 애플보다는 샤오미에 심적인 거리가 더 가까웠다. 무엇보다도 숫자가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개발자들이 우리 브랜드명 '삼분의 일'을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마치 기계식 키보드의 스펙을 꼼꼼히 따져보듯이 우리 제품의 레이어별 특성과 수치에 대한 설명을 그 어떤 직군의 사람들보다 궁금해했다. 찾았다! 그렇게 삼분의 일의 타깃 고객은 '자부심을 가진 개발자'로 정해졌다. (샘플 테스트를 원하는 개발자분들 연락 주세요!)


2. 우리는 누구?

'자부심을 가진 개발자들'에게 우리를 선명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선명한 정체성을 찾아야 했고, 이를 내재화해서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핵심가치', 우리의 '비전'과 '미션'을 정해야 했다. 우리가 이를 정해 나간 과정은 아래 링크에 우리 디자이너 김늘보님이 훌륭하게 정리해 두었다. 필독! https://brunch.co.kr/@nlbo/1  그래서 정해진 핵심가치, 비전, 미션은 다음과 같다. 

1) 핵심가치

- 합리적인 : 이유가 타당하고 납득이 간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꼭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제시한다

- 전문적인 : 우리가 가장 잘 알고 능숙해야 하기에 계속 연구하고 분석한다.

- 섬세함 : 사용자에게 관심이 많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친절하게 다가간다. 


2) 비전

"더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수면을 누려야 한다."


비전을 이루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미션

- 완벽한 수면 : 수면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며 완벽한 수면을 제공한다. 우리가 최고의 전문가이다.

- 합리적인 구매 :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하고, 배송과 설치가 간편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한다.

- 평생 케어: 팔면 끝이 아니다. 관계의 시작이다. 수면 경험 전반을 책임진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위의 핵심가치를 숭배하고, 우리의 비전과 미션 달성을 위해 달리는 팀이다.  


3. 고객의 문제점은?

1번에서 타깃 고객을 바늘로 겨우 찌를 수 있을 만큼 세밀하게 정했기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디테일하게 정의할 수 있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어서인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1) 어떤 기준에 의해서 매트리스를 사야 할지 모르겠다. 매트리스를 잘 모르겠다. 

2) 무조건 이름 없는 온라인 최저가를 사기도 싫고, 무조건 비싼 브랜드 제품을 사기도 싫다. 

3) 오프라인에서 사기는 귀찮지만, 막상 온라인에서 사려니 꺼림칙하다. 


4. 우리의 해결방안은?

문제의 실체가 명확하면 해결방안도 쉬운 법이다. 문제점에 대한 우리의 실질적인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매트리스와 매트리스 시장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투명하고 섬세하게 알려준다. 

2) 온라인 구매 허들을 낮추고, 구매 경험을 고도화한다. 

3) 합리적이고 신뢰가 가는 브랜드를 구축한다. 

4) 우리만의 제품의 품질 기준을 정하고 업계 표준 이상으로 유지한다.

전략 노출의 우려(?)로 4개만 소개한다. 해결 방안이 정해지니 이를 위한 실행 계획(action plan)들이 줄줄이 도출되었다. 


5. 업의 재정의

우리는 침대 시장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서 에이스 침대, 시몬스 밑에 딸려있는 작은 회사로 불리고 싶지 않다. 아직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당당하게 침대시장 밖으로 독립해서 우리만의 성을 구축하고 거기서 1등이 되고자 한다. 가장 완벽한 product-market fit은 시장을 새롭게 정의할 때 가능하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한 합리적인 lifestyle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우리를 재정의하고자 한다. 매트리스는 시작일 뿐.



참고 :  '본질의 발견'이라는 책에서 사용한 Frame을 이용해서 정리했습니다. 강력추천하는 책.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47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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