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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May 15. 2021

사용자를 바보로 만들지 마세요.

UX writing 개노답 삼 형제(2): Confirm shaming

오늘은 가장 문제적인 인물, 둘째 형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1편 '-하기' 형은 사실 불필요했던 것이지, 근절해서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끝내 '-하기'를 버리지 못하시는 분들께는 '아이고, 선생님! 꼭 억지로 끊고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아무데서나 막 남발하진 마시고, 긴 버튼이나 마케팅 화면에서만 적당히, 몸 상하지 않게 쓰셔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아직도 '-하기'를 버리는 것에 거부감 있으신 분들을 위해 개노답 시리즈 마무리 짓기 전에 '-하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아무튼 오늘 2편에서는 큰 형과 다르게 호불호, 취향 존중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러니까 자신 있게 쌍소리 호통을 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요. 한국어 UX writing 개노답 삼 형제 중 둘째 형은 사용자를 구석으로 몰아서 서비스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표적 다크 패턴(dark pattern), 컨펌 쉐이밍(Confirm shaming)입니다.


Dark pattern: 사용자를 버리고 지표를 취하는 일


먼저 다크 패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볼까요.

다크 패턴은 쉽게 말해서 사용자에게 불편함이나 괴로움을 주지만 지표(데이터)를 올릴 수 있는 UI계의 흑마술 같은 겁니다. 절박한 업계 종사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속임수로 사용자를 끌어 오려고 몸부림쳤는지, 그간의 노력의 역사를 확인하시려면 darkpatterns.org를 방문해 주세요. 주옥같은 사례들(!)이 모여있으니 시간 되실 때 찬찬히 살펴보시면 앞으로의 슬기로운 온라인 생활에 도움받으실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이 종종 만날 수 있는 다크 패턴을 가볍게 소개해 보자면, (필수)와 (선택) 동의 항목을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고 중간에 (선택) 항목을 슬쩍 끼워 넣어서 광고 알림을 받게 만든다던지(참고로 미국은 프라이버시 동의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다크 패턴 사용을 규제 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을 하려는데, 세금이랑 배송료랑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맨 마지막에서야 붙도록 만든다든지(음식 값에 세금, 봉사료를 모두 포함해서 표기하는 시행 규칙은 2013년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만,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은 아직인 듯합니다), 팝업에서 아예 거절 버튼을 없앤다든지(이건 정말 악질이라서 저는 이런 패턴을 만나면 앱을 지워버립니다),

아무튼 내가 기분이 좋을 때 보면 좀 애잔하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보면 양아치 같은 그런 쨔치는(...) 잔기술들이 다크 패턴입니다.


사실 어디까지가 다크 패턴인지 그 구분이 좀 모호하긴 합니다.

엄격한 UI 윤리주의자들은 문구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써도 뭐라고 하더라고요. '긍정과 과장은 한 끗 차이'라서 그런 분들 앞에서 긍정적 writer인 저는 쭈굴쭈굴해지곤 합니다만, 아무튼 '이 정도는 우리가 물건 파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야 근데 이건 좀 심했다~'라며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고, 또 사용자 기만에도 등급(!)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건 잔기술 같은 거 안 쓰고 정정당당하게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데도 이런 찝찝한 수법이 서비스에 들어갔다는 사실인 거죠. 조금만 주의 깊게 보거나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빤히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기술이요.


개인적으로는 다크 패턴을 자주 쓰는 서비스를 보면 '없어 보인다', '절박해 보인다'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크 패턴은 생각보다 사용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웹이나 앱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크 패턴이 나올 때마다 지뢰를 피하듯 쉽게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비웃게 되지요. 


근데 이런 상황을 다크 패턴을 쓰는 디자이너가 모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알아요. 분명히 알고 쓸 걸요. 문제는 그런 다크 패턴이 지표를 조금이나마 올린다는 것입니다. 앱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사용자, 빠르게 스캐닝하고 넘어가는 사용자, 주의 깊지 못한 사용자가 만들어주는 클릭률, 도달률, 전환율이라도 어떻게 얻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항상 실적에 쪼임 당하는 직장인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행동을 지지해 줄 순 없네요.


볼드모트에겐 일상생활이겠지만, 여러분에게 흑마술을 권할 순 없어요.


Confirm shaming: UX writing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쁜 짓


Confirm shaming은 manipulinks 또는 negative Opt-Out이라고 불리는 다크 패턴으로써 불안감, 수치심, 걱정, 본인의 판단 능력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를 사용해서, 사용자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종용하는 기법입니다. 2010년대 중반에 영미권 웹 페이지에서 마케팅용 이메일을 수집할 때 많이 썼었고, 현재까지도 서비스 해지 등의 상황에서 종종 쓰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2010년 후반부터는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웬걸.

얼마 전 한 페친 분이 올리신 아래 팝업을 보게 되었지 뭡니까.

저는 이걸 보고 '으악! 아직도 이런 Confirm shaming을 쓴단 말이야?'하고 좀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다크 패턴 상식이 널리 퍼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어서, 오늘 이 Confirm shaming 패턴을 개노답 둘째 형으로 모시고 개작두 등짝을 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네가 호구가 아니라면 어서 오른쪽을 눌러!


싸게 구매하기

비싸게 구매하기

 

모 패션 앱의 온보딩 플로우에 등장하는 이 팝업 버튼의 문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다음 플로우를 정확하게 지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불안해서 아예 버튼을 못 누르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에 써있듯, 이 팝업은 가입 유도 팝업이라서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가입 플로우로 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버튼 텍스트가 가입 플로우를 지시하지 않고, '구매하기'라는 엉뚱한 동사를 쓰고 있네요.

사용자는 아직 가입도 안 했는데 바로 구매 어쩌고를 들이대니, 누르면 어쩐지 구매 프로세스로 연결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IA의 labeling system 측면에서도 잘못되었지만,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클릭률을 저하시키는 안타까운 버튼입니다. 막말로 소개팅 상대와 아직 만나기도 전인데 그 사람이 카톡으로 결혼 타령하면 그 소개팅 나가고 싶겠습니까?


두 번째 문제가 바로 오늘의 주제인 Confirm shaming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사용자는 이 팝업을 맞이하는 순간 서비스 제공자가 제안한 두 가지 옵션을 빠르게 검토하는데, 이때 '비싸게 구매하기'를 누르면 어쩐지 자신이 바보가 될 것 같은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왼쪽을 누르면 뭔가 나에게 손해가 갈 것 같고, 지금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 같은 미묘한 기분.

이쯤 되면 이 팝업에서 문제는 '가입 또는 구매를 한다/안 한다'가 아닙니다.

'내가 바보다/바보가 아니다, 내가 이런 혜택도  알아보는 호구다/호구가 아니다.' 

엉뚱하게도 문제는 디자이너가 멋대로 만들어낸  괴랄한 명제를, 사용자가 인정을 하느냐  하느냐가 되는 것입니다


천하의 Amazon도 사용자를 바보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패턴은 영미권에 비해 한국에서는 좀 적게 쓰는 편입니다.

왜냐면 우리들은 유교걸, 유교보이니까요.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요. 무례함에 있어서만큼 우리들은 예민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영미권에서는 아주 간혹 이걸 유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턱도 없습니다. 바로 눈을 부릅뜨고 '어딜 감히!'라고 하기 때문에 기획자들도 본능적으로 이런 무리수를 잘 두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약한 수준의 Confirm shaming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것 같네요.

아래의 '불편하지만 ~~ 하기' 패턴은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서비스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진짜 불편한 건 웹이 아니라 당신이 쓴 저 문구라고요


웹이 편하고 안 편하고는 사용자가 정하는 겁니다.

사용자는 웹이 편하니까 지금 웹으로 보고 있겠죠. 앱을 다운로드 안 한 사정이 분명 있겠죠. 앱은 편하고, 웹은 불편하다고 버튼에서 먼저 규정한 다음, '너는 불편한 일을 즐겨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겠니?'라고 묻는 이 Confirm shaming 패턴이야 말로 사용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보기 싫은 형태는 '(저는 편한 방법은 싫고) 불편하지만 웹으로 볼래요!'와 같이 Confirm shaming+해요체+느낌표가 결합한 것입니다. 아주 '되바라진 바보가 해맑게 외치는' 것 같은 이 문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우리의 관계가 잘못된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게 하네요.

아, 물론 이런 팝업을 만나면 저는 '되바라진 바보'가 되는 것을 선택합니다만.


Confirm shaming의 잔혹함: 사용자에게 스스로를 바보라고 말하라고 종용하는 일


Confirm shaming이 잔혹한 이유를 조금 더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다음 글과 앞으로 Voice and Tone 디자인에 대해 말할 때 자세히 이야기할 개념이지만, 오늘 조금만 이야기해 볼게요. 보통 UX writing 개론서에서 Voice and Tone 디자인을 한다고 할 때에는 서비스의 목소리, 즉 공급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UX writer 가 디자인해야 하는 보이스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고객에게 위임받은 사용자의 목소리입니다. 아래 이미지의 하단 영역, 즉 CTA 부분이 바로 사용자의 몫, 사용자의 보이스가 드러나는 곳입니다.


오늘은 잠깐만 보고 넘어갑시다. UX writer가 관리해야 하는 두 가지 voice


아시다시피 사용자는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 그것도 디자이너가 제공하는 선택항으로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TA 버튼의 문체와 보이스는 굉장히 세심하게 디자인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목소리가 아니라 고객이 제게 맡긴 목소리이니까요.

그런데 위 팝업은 고객의 목소리를 오남용하고 있습니다. 가입하고 싶지 않은 사용자는 '나는 비싸게 구매하겠습니다'라고 바보처럼 말하도록 종용당하고 있어요. 이건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위임받은 권리를 남용해서 일종의 UX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가입 안 하고 싶으면 저쪽 벽에 가서 '나는 비싸게 구매하고 싶습니다. 나는 호구입니다'라고 말하고 와요. 그래야 가입 안 할 수 있어.
사용자: ...나는 비싸게 구매하고 싶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정말.

소중한 사용자, 우리 서비스의 고객, 우리 화면의 카운터 파트너의 목소리에 이런 내용을 담으면 안 되죠. 썼을 때는 별생각 없이 적었을 수 있지만, 읽힐 때는 너무나 불쾌하고 무례한 것이 바로 이 사용자 목소리의 도용, Confirm shaming이라는 것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Confirm shaming의 폐해: 사용자가 당신의 서비스를 증오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상품 판매나 가입 유도 시 사용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빌드 업을 잘해야 합니다.

상품이나 브랜드가 매력적이어야 하고, 입소문도 좋게 나야 하고, 사이트 첫인상이나 앱 디자인도 좋아야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사용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할 수 있으면 너무 좋고, 암튼 분위기가 엄청 좋아야 선택의 시간이 되었을 때 사용자께서 간신히 '오냐' 하신단 말입니다. 마케팅, 브랜딩, MD들이 죽으둥살둥 빌드 업해서 드디어 사용자님이 '그래, 어디 가입이나 한 번 해볼까나... '생각하고 버튼을 봤는데 미묘한 불쾌감이 뙇....!


'뭐야...?  서비스가 나를 바보로 만들고 있잖아? 자기네가 원하는 대로 하길 종용하고 있잖아?'

라고 느끼는 순간! 브랜드 이미지고 구매고 나발이고 영영 안녕입니다.

그 순간부터 사용자는 당신의 서비스를 증오하게 될 것이니까요.


위에서 사례로 든 Confirm shaming 패턴은 실제로 조금 더 많은 클릭률, 전환율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단순한 수준의 A/B 테스트를 한다면 지표가 더 높게 나올 수 있을지 몰라요.(물론 저는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확신할 수 없고, 또 단순한 A/B테스트로 텍스트의 퀄리티는 절대 측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만 이런 류의 사용자를 괴롭히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CTA 작성 방법은 지표와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손실, 즉 극단적으로 나쁜 사용자의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디자인 팀이 단기적인 지표 상승이나 높은 전환율을 얻었다고 축포를 쏘아 올리는 동안 브랜드 이미지 저하, 서비스에 대한 적대적 감정, 불쾌감과 실망으로 인한 서비스 이탈과 같은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사업적 손실이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장담하건대 득 보다 실이 훨씬 훨씬 큽니다. 그것도 회복 불가능한 신뢰의 붕괴라는 손실이요.

그러니까 이런 잔기술 제발 쓰지 마세요. 제발.


내가 본 최악의 팝업: 한국어 UX writing이 갈 길이 멀다.


흔히들 UX/UI 디자인을 할 때 서비스와 사용자가 상호 소통하며 대화하듯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Confirm shaming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참혹한 지경으로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도 와그작 붕괴시켜서 결국 소통 자체를 중단시키는, 그야말로 최악의 텍스트 패턴이라고 정리할  있겠습니다.


오늘의 이 글은 제가 본 최악의 팝업 사례와 제가 들은 그 문구 작성 담당자의 무서운(!) 의도를 소개하면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처음엔 그냥 UX writing 실력이 없어서 이런 게 나온 줄 알았습니다.


모 금융 서비스에 카드 신청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려고 할 때 나오는 팝업입니다. 개인정보 같은 건 하나도 넣지 않은 상태이고, 그저 맨 첫 단계에서 카드 디자인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냥 안 하려고 '뒤로'를 누르면 이런 팝업이 제공됩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냥 UX writing 실력이 안 좋아서 이런 팝업을 쓰는 줄 알았습니다.

타이틀, 보조 문장, 버튼 모두가 기형적인 스타일이거든요.

첫 문장에 나오는 '최대 1% 캐시백'은 제가 무사히 이 카드를 신청하고, 발급받고, 카드에서 요구하는 실적이나 조건 등을 잘 채우면 한 달쯤 뒤에 받을랑 말랑한 확정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먼 훗날의 가정적 이익입니다. 그런데 이 팝업은 마치 제가 뭔가 어리석게도 바로 눈앞의 확정적 이익을 놓치는 듯한, 꽤나 과장된 문구로 저를 붙잡고 있네요. 보통 팝업에선 현재와 인접한 미래에 대한 의사를 물어야 하는데, 이 팝업은 불확실한 이익을 놓칠거냐고 도전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까지 할 일이야?라고 되묻고 싶은데 왼쪽 버튼 워딩이 아주 굉장합니다.


포기할래요.


카드 신청하려다가 그만두는 것 가지고 나를 포기자로 만들다니요? 

그리고 나는 한 게 별로 없는데 무슨 포기는 포기라는 거죠? 포기는 내가 뭘 했어야 포기지!

그리고 버튼은 왜 한쪽은 해요체고, 한쪽은 하기형이야? 일관성은 어쩌고? 여긴 텍스트 스타일 가이드가 없어? 저는 맨 처음에는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한국말을 잘 못하거나, 외국인 디자이너가 쓴 영어 레이블을 잘못 번역했거나 그저 실수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맙소사,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문구를 의뢰받아 작성한 한국인 writer가 모처의 행사에서 밝힌 이 서비스의 팝업 문구 디자인 원칙은 의외로 대단히 무서웠(!)습니다.

1. 메인 문장은 사용자가 모든 과정을 마치면 먼 훗날에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익을 마치 당장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쓴다.
2. 이 서비스는 전체적으로 '-하기'형을 CTA 문형으로 쓰고 있지만, N 버튼(왼쪽)에는 낯선(이상한) 형태인 '해요체'를 써서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익숙한 형태의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싶게 만든다.
3. 사용자는 X를 계속 찾는데, 그렇다고 X(N버튼)를 화면에 안 만들 수는 없으니 N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게 N 버튼에는 부정적인 단어를 쓰고, Y 버튼은 평범한 형태로 두어 사용자를 유인한다.

원래는 왼쪽에 '금융에 관심 없어요' 같은 걸 해볼까도 생각했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런 패턴이 꽤 서비스에 적용되었다고, 이렇게 CTA를 쓰니까 지표가 얼마나 올랐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더군요. 데이터 성과에 집중해서 UX wiritng을 하고 있다고.

저는 이런 설명을 듣고 정신을 잃을 뻔했는데, 곧 정줄을 잡고 이 팝업으로 얻은 큰 깨달음을 마음 속에 되새겼습니다.


'아... 아직 사용자 중심 디자인은 멀었구나. 우리가 할 일이 많다...'


오늘은 그 실천의 일환으로 하루 종일 이 글을 썼습니다. 아이고 힘들다.



오늘의 요약


다크 패턴은 지표(실적 데이터)를 올리려고 사용자에게 불편함이나 괴로움을 주는 UI계의 흑마술 같은 겁니다. 사용자들은 생각보다 쉽게 다크 패턴을 알아보고 회피하거나 비웃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Confirm shaming은 대표적인 다크 패턴으로써 불안감, 수치심, 걱정, 본인의 판단 능력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를 사용해서, 사용자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종용하는 기법입니다. 한국어 사용자는 이 같은 무례한 문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역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Confirm shaming과 같은 다크 패턴을 자주 쓰면 단기적인 지표를 얻을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그마저 확실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저하,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적대적 인상, 불쾌감과 실망으로 인한 서비스 이탈과 같은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사업적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덧: Confirm shaming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은 Nielsen Norman Group에서 5년 전에 쓴 아주 훌륭한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무려 5년 전(!)에 쓴 글입니다.




 

둘째 니가 제일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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