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미국 박사 지원을 마무리하지 못한 한 해.
오늘은 2021년 1월 2일. 어느덧 2020년이 지나가고 벌써 2일이 흘러간다. 이번년도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로써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역설적 편안함이라고 해야 할까? 안정된 직장과 적당한 업무량이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주었지만 이대로 안주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찾아왔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마음 속으로만 꿈꿔왔던 유학을 도전해보자는 것이었다.
4월부터 7월까지는 GRE에 매진했다. 매주 토요일 8시간을 학원에 앉으며, 또 평일에는 매일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것이 곤욕이었지만 후회없이 공부한 덕에 지원할 만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8월부터는 아무생각 없이 공부하는 것이 행복했었을 만큼 심리적으로 매우 답답한 시기였다.무작정쓰기 시작한 SOP에서는 도무지 어필할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했고, 또 원하는 연구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어려웠다. 이와 동시에 교수님 컨택과 추천서는 나에게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연락할 자신이 없어 내내 초조했던 9~10월...결국 그 자신감을 극복하지 못해 내년에 유학을 지원하는 것으로 목표를 조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면 많은 것을 얻은 시기였다. 유학이라는 꿈을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내어 꺼낼 수 있었고, 많은 분들께 진로상담을 나누며 인생의 전반적인 교훈을 얻은 시기였다.
석사를 졸업한 후 2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구적인 성과는 쌓지 못했지만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연구실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1)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고, 2) 공부의 끝은 없다는 것을 느꼈으며, 3) 사내정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실력을 키워야하고 3)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주관을 갖되 최대한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쌓으면서까지 이기는 것보다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가오는 2021년에도 고민은 지속될 예정이며 특히 퇴사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 앞두고 있지만 그 결정이 내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기도한다. 인생은 80%의 우연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공기업을 준비하던 내게 정말 우연한 기회로 국책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우연한 기회 덕분에 마음 한 켠 접어두었던 유학이라는 꿈을 다시 지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당초 목표한 유학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마음속 깊이 담아두었던 꿈을 남들 앞에서 당당히 말한 그 자체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 앞에 공표한 이상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법, 그동안의 휴식을 기반으로 이번 년도 힘차게 달려보려고 한다. 제발 2021년 12월에는 고생했다 라는 미소를 지으며 이 일기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