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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18. 2020

강아지에게 절대 주면 안 되는 식재료 10.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 2년 넘게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표정이나 모습에서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곧잘 알게 되었다.

마치 예전 티브이 속 광고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노래 가사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처럼 말이다.


강아지 나이로 2살 반이 넘은 우리 나리는 사람 나이로 하면 이팔청춘인데 음식 취향이 딱 우리 집 13살짜리 막내와 같다.

막내가 과자 먹는 모습을 어찌나 하염없이 침 흘리며 바라보는지...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줄 수 없는 것을....

특히나 와플을 대하는 나리의 자세는 처연 하기 그지없다. 어느 날 산책하다 풀숲에 떨어진 와플 조각을 득템 했던 나리는 이미 와플의 맛을 알아 버렸다.

언젠가 우리 집 나리가 사람의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느 분이 이렇게 물었다.

"아니 그걸 강아지가 먹고 싶어 해요? 여기 강아지들은 사료만 먹던데.. 원래 강아지들은 그런 거 아니었어요?"


그분은 강아지를 키우는 분이 아녔으니 본 데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도 예전에 독일 처음 왔을 때 이 동네 창문이 하도 반짝하게 깨끗해서 여기 유리창은 원래 먼지가 앉지 않는 특수 유리인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씩씩하고 부지런한 독일 아줌니들이 허구한 날 허벌나게 은 결과라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울 나리가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발라당 자빠져서는 "줄꺼쥬? 믿어 의심치 않아유"하는 표정으로 별 같은 눈을 반짝일 때면 넘어가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너에게 와플을 줄 수 있다면....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활동량도 운동량도 부족해 살이 찌고 있는 터라

간식을 자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집의 자라나는 새싹인 막내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는 날이면 어쩌다 한번 와플이나 케이크를 굽고는 한다.

그럴 때면...

와플 반죽을 와플기에 넣기가 무섭게 집안 어디선가 놀고 있던 나리가 바람같이 뛰어 와서는

발라당 애교 삼종세트를 시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먹히지 않으면 나리는 내 무릎에 턱을 고이고

애걸복걸 나도 먹을 줄 아는데 시리즈로 태세를 전환한다.

다른 식구들의 철벽수비에 비해 마음 약해 보이는 나를 타깃으로 삼는 약아빠진 나리는 다른 때는 항상 꼴등인 나를 이럴 때만 꼭 일등으로 공략한다.

강아지에게 절대 주면 안 되는
10가지 식재료.


내 무릎에 최대한 공손히 턱을 고이고 애절이 절절 흐르는 눈빛을 발사하며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고 귀여븐 두 귀를 쫑긋 거 린다.

"나 그거 알아유,그거 진짜 맛나쥬? 그쥬? "하는 표정으로....

아 진짜 그 표정 보고 있으면 환장할 지경이 된다. 그런데 와플 안에는 밀가루뿐만 아니라 베이킹파우더, 계란, 설탕과 버터, 우유가 들어간다. 거기다 나의 필살기 레시피에는 우리 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땅콩, 아몬드 등의 견과류 가루도 들어간다. 그래서 나리에게는 줄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인생 과는 비교할 수 없게 짧은 것이 견생인데...

사람과 장기능이 다른 강아지들에게는 사람이 먹는 것 중에 해로운 것이 많다. 독일에서는 강아지의 신장, 췌장 등에 치명적이고 작은 양이여도 강아지들이 먹게 되면 우울감, 호흡곤란, 구토, 설사, 등 탈수 증세와 여러 가지 발작증세를 보일 수 있고 또는 기도나 장을 막을 수 있어 위험한 식재료를 이렇게 나눈다. 강아지에게 터부 인 10가지 식재료 1. 양파, 파, 마늘 2. 껌에 들어 가 있는 가당류 3. 초콜릿 4. 아몬드, 호두, 마카다미아 등의 견과류 5. 커피 등의 카페인 음료 6. 생 돼지고기 7. 생 감자, 생 토마토, 8. 씨 있는 과일들 복숭아, 살구, 자두 등.. 9. 포도와 건포도 10. 아보카도

이 식재료 들은 주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강아지가 집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포스터 내용 출처 :www.Tibeo.Tierbetreuung.de


그래서 꾹 참고 주지 않으면 나리는 산책 가자고 해도 삐친 표정으로 지 침대에 들어 누워 눈으로 욕을 한다. 이렇게..."아 놔 진짜 개 빡침 그까이거 쪼금 줄 수 있지 않음? 인정?"

나리의 음성 지원되는 것 같은 표정을 보며 나는 이렇게 낮게 속삭인다.

"나리 그래 니맴 안다 너에게 와플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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