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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Dec 04. 2020

타이슨이 선택한 집사 하이케


우리 집 강아지 나리가 우리에게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해 여름의 일이다.

아이도 첫아이 키울 때가 경험이 없어 제일 힘들듯 강아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던 그때..

왕초보 집사인 우리는 궁금한 것도 많고 놀랄 일도 여러 번이었다.

그날은, 핑크색에 말랑한 공을 던져 주어도 이게 뭐니? 하는 얼굴로 구경만 하던 나리가 공을 던져 주면 주저 없이 물고 오고 다시 던지면 또 뛰어가서 물고 오고... 함께 공놀이 하는 재미가 무언지 알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오전 내내 개방정 떨며 좋아라 놀던 나리가 오후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길에서 토를 했다.

강아지가 토 하는 것을 처음 본 데다가 혼자 산책 길이여서 더 당황하고 있던 때에

마침,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있던 어느 아주머니가 우리가 있던 길 쪽으로 여유 있게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강아지에 대한 경험이 수려해 보이는 그녀에게 왕초보 임을 이야기하고 길에 물처럼 쏟아져 있는 것을 아주머니께 보여 드리며 나리를 병원으로 바로 데려가야 할지 물었다.


따뜻한 웃음을 머금고 있던 아주머니 하이케와 조용히 앉아 기다리던 타이슨을 우리는 그렇게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그날, 나리가 길에 토해 놓은 것을 본 하이케 아주머니는 이아이가 다른 날 보다 조금 흥분해서 놀지 않았느냐 물었다. 나는 오전에 공놀이 신나게 하고 나왔다고 하니 그래서 토했을 수 있다고 했다.

바꿔 말해 강아지가 아파서가 아니라 놀다가 신이 나서 흥분을 할 경우도 갑자기 토를 할 수 있다고... 그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네 강아지도 아주머니네 손자들이 놀러 오는 날이면 신이 나서 즐거워하다가 이렇게 토한 적이 몇 번 있었다면서 말이다.


하이 덕분에 놀란 가슴이 조금 진정되었던 나는 토하고 나서는 다시 팔팔해진 나리를 보고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고 아주머니 옆에서 뭘좀 아는 듯 너무나 조용히 앉아 멍 때리고 있던 강아지가 궁금해졌다.

7살이 되었다는 이 차분한 프렌치 불도그의 이름은 타이슨이었다. 그 유명한 복싱선수 이름과 같은 타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하이케웃으며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마도? 라니? 이 강아지의 이름을 아주머니 가 지어 주신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하이케는 타이슨과 만나게 된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었다.



때는 그때로부터 5년 전 건강상의 문제로 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진 하이케동네 공원 산책을 자주 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젊은 부부가 데리고 다니는 까만색의 강아지에게 왠지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가더란다.


그러나 원래 집에서 강아지나 동물을 키울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나다니며 그렇게 보기만 하다가 어느 날 인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젊은 부부에게 이 강아지 가 몇 살인지 이름이 무언지 묻다가 한번 만져 보아도 되는지를 물었다고 했다.

하이케는 자기가 생각해도 참 묘한 일이었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자녀가 넷인데 아이들 키울 때도 단 한 번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집에 데려 올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공원을 지나다니며 많고 많은 강아지 들 중에 유독 타이슨 에게는 자꾸 신경이 쓰이 더란다.


그렇게 오가며 타이슨과 인사하던 하이케 아주머니에게 어느 날 그 젊은 부부가 혹시 1주일 정도 자기네 타이슨을 맡아 줄 수 있겠느냐고 했단다.

하이케는 그때까지 한 번도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은 없지만 자기도 모르게 흔쾌히 예스를 했다는 거다.

그렇게 타이슨은 침대와 사료 기타 강아지 용품들과 함께 하이케 아주머니 네로 왔고 1주일을 함께 보냈다.

그때 생각하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는 하이케7일 동안이 타이슨과 자신에게 매우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나리는 산책 하다 길바닥에  발랑 자빠져 "내는 집에 안갈란다"애교 시전중 ㅎㅎ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약속된 일주일이 오고 매일 타이슨과 산책을 다니며 행복했던 하이케는 타이슨이 젊은 부부의 손에 이끌러 다시 집으로 돌아 가자 서운한 마음에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했다.

보다 못한 남편분이 티어 하임 (독일의 유기동물 보호소) 가서 비슷한 강아지 데려 오자고 하자

울던 하이케"아니야 아무리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 여도 타이슨은 아니잖아" 라며

안타까워하던 남편의 제의도 거절했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 지나고 어느 날 저녁 누군가 하이케 아주머니네 초인종을 눌렀다. 그 소리에 문을 열자 젊은 부부 품에 안겨 있던 타이슨은 하이케를 보며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어 댔고 원래 타이슨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키우던 사람들은 하이케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타이슨을 집으로 데려간 그날부터 얘가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힘없이 축 늘어져서 산책을 가도 좋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타이슨을 입양해 주시겠어요?"라고...

공원에서 흙파며 노느라 신난 나리

그렇게 하이케 아주머니에게 입양된 타이슨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함께 산책을 다니고 집에서도

하이케 아주머니가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아 졸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며 5년을 함께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 사연을 전해 들으며 놀라운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강아지와 사람 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촉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하이케가 나중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그 당시 타이슨을 키우던 젊은 부부가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지면서 타이슨을 학대 까지는 아니어도 방치 상태였다고 했다.

하이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원에서 타이슨을 처음 만났던 그때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아마도 타이슨의 텅 빈 슬픈 눈동자가 내 마음에 말을 걸었건 것 같아요 나를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놀자고 들이 대는 나리와 괸심 없다 저리가라 하고 있는 시크작렬 타이슨
타이슨과 하이케를 만났던 그해 공원 숲속에 누군가 나뭇잎과 솔방울로 해바라기를 그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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