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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8. 2022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아지 이름 Top10

쉬운 이름으로 할걸 그랬나?


이젠 완연한 봄이다 봄이 왔다. 들쑥날쑥 한 독일 날씨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지만 천지에 노란 개나리 꽃이 피어나니 봄인 게다.

산책하다 개나리 꽃을 만날 때마다 나는 우리 집 천방지축 멍뭉이 나리를 급하게 부르며 "나리 이거 봐봐 니 꽃이네!"라고 홀들 갑을 떨어 댄다.

그럴 때마다 나리는 연신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다 멀뚱히 쳐다보며 “이거 먹는 거 아니잖여?”하는 표정을 짓지만 나는 이 새초롬한 개나리 꽃이 반갑다.


우리가 사진으로 제일 처음 나리를 만난 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개나리 꽃이었다.

아기 강아지 나리가 독일로 건너온 때가 바로 노란 개나리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이맘때였기 때문이다.

이 동네에서 생김새도 눈에 띄는 나리는 이름마저 특별한 것을 갖게 되었다.

덕분에 산책 중에 다른 강아지들을 만날 때면 이름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한참 늘어놓아야 하지만 말이다.

 

독일에서는 개나리를 포지 찌에 또는 골드 글록 쉔 Forsythie, Goldglöckchen이라 부른다.
아기 아기 하던 시절 나리

독일에서는 강아지 이름이 나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여자 이름 중에 나딘을 애칭으로 줄여 부를 때처럼 나디라고 알아듣기가 쉽다.

산책하던 길에 만난 어느 할머니는 "아유 내 처녀 때 이름이 나디였어요 "하며 반가워하기 까지 하셨다.

그렇게 산책하다 다른 강아지를 만날 때도, 어쩌다 동물병원을 갈 때도 강아지 학교인 훈데슐레에 훈련을 갔을 때도 사람들은 이 동네에서 흔치 않은 이름이라 나리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봄에 피는 노란 꽃 Forsythie 포지 찌에의 한국 이름이 개나리이고 우리 집 나리가 이렇게 노란 개나리가 만개하던 날 독일로 왔기 때문에 이름을 개나리로 지었다는 이야기를 부연해서 들려주면 사람들은 마냥 신기해했지만 다시 만났을 때 또 이름을 물어보고는 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나리의 이름을 바꿔줄까?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검색창에 독일에서 애용되는 강아지 이름을 쳐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주 익숙한 강아지 이름들이 주르륵 나왔다.

2019년 기준으로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자 강아지 이름 Top 10은 1등은 루나 그다음은 키라,벨라,나라,에마,에미,루시,릴리,미라,로테 순이다.그리고 남자 강아지 이름 1등은 막스 그다음은 루키,발루,부디,부르노,새미,챨리, 오스카,샘,잭,순이다.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처럼 강아지 이름을 별, 두부, 가을, 호두, 마루, 망고, 율무, 등등 다양한 사물에서 딴 이름이 아니라 사람 이름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여자 이름 루시, 에마, 릴리, 미라, 로테는 산책 하다 자주 만나는 강아지 들 중에도 있는 이름이고 아이들 친구들 중에도 있다. 한학급에 한두 명씩 꼭 있는 이름들 일게다. 한마디로 독일에서 애용되는 여자아이 이름과 여자 강아지 이름이 같은 것이 많다 라는 이야기.

그리고 자주 애용되는 독일 남자아이들 이름 중에 막스, 부르노, 등도 남자 강아지 이름에도 역시 같이 쓰인다.


우리 나리가 어느날 릴리 나 로테로 불린 다면?에이 입에 붙지 않는다. 나리 너는 그냥 나리 다.


강아지 이름 이야기하다 보니 떠오르는 재미난 강아지들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옆집 할머니 강아지.

 *사진출처: RTL News,  왼쪽 사진이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자 강아지 이름 Top 10  그리고 오른쪽이 남자 강아지 이름 Top 10 




우리 집에서 오른쪽으로 두집 건너 옆집에 노부부가 사신다. 그분들은 두 분이 팔짱 끼고 지팡이에 의지 해서 걸으시면서도 늘 검은색 강아지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신다. 같은 동네에서 매일 서너 번씩 비슷한 시간에 산책을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만나게 된다.

이 강아지의 이름은 지기 올해 13살의 노견이다. 강아지 나이로도 많은 나이이지만 사람 나이로 환산해 보자면 90이 넘으신 으르신 이다.(보통 강아지 1년이 사람의 7년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원래 이름은 지크리트인데 애칭 처럼 지기라 부른다는 거다.

자기야 도 아닌 지기 라 하면 등대지기, 카페 지기 가 먼저 떠오르지만 지기는 Sigrid 지그리트라는 이름의 줄인 말이다.

이 동네 연세가 좀 있으신 할머니들 중에는 지그리트, 잉그리드, 그루 둔, 베아테, 하네 노아 등의 이름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한국에 계신 우리 엄마 연세 또래 에는 끝에 자 자가 붙는 이름이 많아 복자, 학자, 순자, 영자 등등의 이름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지기는 우리로 하면 복자의 줄임말로 애칭처럼 복아라고 강아지를 부르는 것이 되는 것이다.


지그리트는 그 댁 할머니의 이름과 같다. 해서 식구들이 지그리트라고 부르면 할머니와 강아지가 동시에 돌아보고는 해서 지기로 줄여 부르게 되었다고 했다.

멀리서 지그리트 할머니와 할머니 강아지 지기가 발걸음도 천천히 맞춰 걸어오는 것이 보이면 나리는 언제나 가던 길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두 번째는 우리 막내가 다니는 학교 바로 앞에 사는 강아지 다.

오전 진료가 끝나고 우리는 막내를 찾으러 학교 앞으로 간다. 코 시국 전에는 학교 끝나고 막내는 주로 대중교통 트렘을 타고 다녔다. 그러나 요즘은 가급적이면 데려다주고 찾아온다.

어차피 병원 가는 길에 아이의 학교가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코로나 감염될 확률을 낮추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서다.

우리가 길 가에 주차를 하면 학교 앞 빌라 중에 하나에서 커다란 강아지가 베란다로 나와 선다.

갈색의 긴털을 가진 아이는 베란다에서 사람처럼 서서 오가는 동네 사람들과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유심히 쳐다보신다 마치 눈으로 교통정리를 하듯이..

단속 나오신 경찰 아저씨처럼 차량들을 예주의 하고 서 계신 이 늠름한 강아지의 이름은 막스 다.

어찌 아는고 하면 문 열린 거실에서 "막스 이제 고만 참견 하고 들어와 막스!" 하고 그 댁의 아저씨 또는 아줌마가 자주 불러 대기 때문이다. 그때 학교 끝나고 나오던 아이들 중에 몇몇은 막스하고 부르는 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마련이다.지들 이름도 막스 이기 때문이다.

Max 막스는 독일에서 가장 선호하는 남자 강아지 이름 넘버 원 이자, 남자아이들 이름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름 이기도 하다.

우리 막내의 친구 중에도 있다. 막스.


막스는 베란다에서 아저씨와 아줌마가 옆에 누워서 햇빛을 쪼이며 쉬고 있을 때도 거실에서 막스하고 부를 때도 언제나 보초 서듯 베란다에 나와 서서 주변을 살핀다.

저렇게 서서 낯선 사람이 집 앞에 주차를 한다거나 우체부 아저씨가 우편물을 가져다줄 것을 제일 먼저 알아채고 짖어 대며 알려 준다.

허리 펴고 서 있는 자세가 꼭 털옷 입은 사람 같기도 하고 고개를 저을 때면 "어이 거기 차 빼세요!"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름 때문에 또 생각나는 강아지들은 똑같은 견종의 이름도 발루다.

그래서 나는 얘네들을 쌍쌍바 발루라 부른다.

예전에 한국에서 똑같이 생긴 짙은 갈색의 길쭉하게 생긴 쌍쌍바라는 하드가 있었다.

그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쪼개어 친구 또는 동생과 나눠 먹고는 했었다.

나무 막대기도 두 개가 달려 있고 생긴 것도 똑같았다 자를 때 실수만 하지 않는 다면 똑같이 생긴 쌍쌍바를 하나씩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쌍쌍바 발루는 둘 다 갈색의 골든 레트리버이고 둘 다 안경 쓴 비슷한 모습을 한 아주머니들이 데리고 다닌다.

사실 강아지와 산책을 할 때면 강아지 들에 집중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강아지가 더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그래서 강아지 없이 마트에서 만나면 서로 금방 못 알아보기도 한다. 강아지야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특히나 이 동네 강아지 들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쩌다 작고 작은 강아지들이 옷을 입는 경우는 있어도 대형견 들은 태초에 모습에서 줄맨것 외에 특별한 걸친 것이 별로 없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옷도 머리도 바뀌기도 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강아지나 견주나 생긴 것이 매우 흡사하다 보니 헛갈린 적도 몇 번 있다.

어제 만난 발루가 그 발루인 줄 알고

"어제 나리랑 되게 신나게 놀아서 나리가 너무 행복해했어요!"라고 했더니 발루네 엄마가 "어 어제 우리 발루 나리 못 만났는데"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몇 번 바꿔 이야기하다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두 블록 위쪽에 사는 발루는 10살이라 걷는 것이 한 블록 아래 사는 6살 발루 보다 조금 천천히다.

그리고 6살짜리 발루가 파란색 스카프를 메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 집 발루 인지 금세 알 수가 있다. 멋진 파란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골든 레트리버 발루,

발루는 정글북이라는 책에 나오는 곰돌이 이름이다.

그래서 주로 푸근하고 뭉실 뭉실하게 생긴 대형견들에게 많은 애용되는 이름이다.

독일에서 남자 강아지 이름 선호도에서도 3등이다.



발루들과 나리는 친구다. 비록 만나면 각자 딴짓하기 바쁘지만 언제나 서로 반가워한다.

그중에서도 6살 발루 내키면 가끔 나리와 신나게 놀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발루가 언젠가 산책을 하다 쉬야하라고 리드 줄 잠깐 풀어 주었더니 갑자기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가 사라져 버린 적이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집을 나간 거다. 망연자실한 견주는 발루가 뛰어갔던 곳을 중심으로 이 골목 저 골목을 다 뒤져 보았는데 적이 있었는데 그 어디서도 발루를 찾을 수 없었다 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 하다고 하던 그녀는 그래서 다음날 발루 사진이 크게 들어간 포스터를 만들어 온 동네에 다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고 이틀 뒤에 다른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던 꼬질꼬질한 발루를 누군가 마트에 붙어 있던 강아지 찾아요 라는 포스터를 보고 알려 주셔서 찾았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는 산책시 리드 줄도 잘 매고 파란색 스카프를 꼭 목에 둘러 준다고 했다.

이 동네 골든 레트리버가 많아도 절대 헷갈릴 일이 없게 말이다.

이제는 파란색 스카프 없는 6살 발루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강아지 이름에 관한 글을 쓰느라 한참을 혼자 내버려 뒀던 나리가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나리는 뭐 하나 싶어 "나리!" 하고 불렀더니 뭐 준다고 부른 줄 알고 현관문 앞에서 바람 같이 뛰어 온다.  

털 갈이 하느라 하얗고 뭉실 뭉실 한 털을 뭉태기로 공중과 바닥에 마구 뿜어 대며 말이다.

일 년에 두 계절에 거쳐 이렇게 대대적인 털갈이를 할 줄 알았다면 나리의 이름을 차라리 하얀 솜사탕이라 지어 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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