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Oct 19. 2024

제주 녹차밭에서 만난 놀라운 광경 1

오설록 티 뮤지엄에 가다


제주도에서 이틀째 오후...

그날은 햇빛이 쏟아지는 금요일이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청소 이모님 덕분에 점심 먹고 나른해져 내려오는 눈꺼풀을 

애써 당겨 뜨고 등떠 밀리듯 숙소를 벗어났다.(전편을 읽고 오시면 내용을 이해 하시기에 좋습니다 ㅎㅎ)


눈썹이 휘날리게 방을 벗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 쪽으로 내려 가자,

어여쁘고 친절한 직원 처자가 다정한 인사를 건네왔다.

때마침 잘 되었다 싶어 이것저것 물었다.

가령 "애월 해변 산책로 또는 오설록 티 뮤지엄을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어디가 더 가까운가요?"


그러자 선하게 웃는 눈이 곱게도 반달로 접히던 직원 처자는

애월 해변 산책로는 차로 20분에서 30분 사이 걸리고 

오설록 티 뮤지엄은 10분에서 15분 사이 걸린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두 군데 모두 가볼 만한 곳들이라고 강추했다.

머릿속으로 오고 가고 둘러보고 시간을 얼추 계산해 보던 나는.,

그날 오후는 오설록 을 다음날 아침에

조금 더 길게 애월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학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숙소로 들어오려면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을 다녀와야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정말 탁월한 결정이었지 싶다.

다음날, 애월 바닷가에서 전날 그렇게 하기를 정말 잘했다며 

광뇬이 처럼 홀로 물개 박수를 쳤다.


오설록 티 뮤지엄을 검색하다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 읽어 보니

녹차밭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체험도 해 볼 수 있으며 시즌마다

그곳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녹차도 시음해 볼 수 있고 등등.,,

좋은 후기 들이 많았다.

아직 한 번도 녹차밭을 가본 적이 없던 나는 녹차밭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묘하게 설레이기 까지 했다.


그 직원도 몇 번 가보았는데 갈 때마다 초록의 녹차밭이 너무

좋았었노라고 해 설렘은 이미 배가 되어 있었다.

친절한 직원 덕분에 가는 길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거기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기는 한데..

버스 정류장이 리조트에서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하고

배차 간격이 띄엄띄엄이라 시간 생각 하면 차라리

택시를 타는 게 나을 것이라 했다

기본요금만 내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이다

부탁한 택시가 호텔 앞으로 오고 오설록 간다고 하니

기사님도 금방이에요 하셨는데 좀 있으니

”여기에요! “

하는 거다 진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런데..

큰길가에서 바로 보이는 오설록 티 뮤지엄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검색했을 때 사진도 보고 했지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때는

차에서 내리면 녹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한참 녹차밭 따라 걷다가 쉬다가

하면 티 뮤지엄이 만나지는 줄 알았다

바로 앞에 그것도 너무나 반짝반짝 깨끗하고 모던 한 뮤지엄을 만나게 되니

살짝 당황했다.

왠지 차 라 하면 한옥 대청마루나 정자 가 떠오르고 따뜻한 물이 담긴 다기와

찻잔 그 찻물 안에 비춰지는 연꽃 떠있는 연못 그런 분위기가 떠올랐기

때문일까?(드라마 그중 사극을 유난히 좋아라 하는 1인)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티 뮤지엄의 현대 적인 경관이 다가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입구부터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거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았더니 입구에는 기계로 찻잎을 덕고

녹차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오픈 주방으로 보이고

있었다.

마치 주방에서 원두를 로스팅하는 바리스타 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앞에는 시즌 녹차를 시음할 수 있도록 차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작은 종이컵에 담긴 시음할 녹차를 나눠 주고 있는 다른 직원이 또 있었다.

그 옆 벽면 위로는 모든 공정 과정을 다 거쳐 완성된 녹차가

봉투째 걸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듯 매달려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나도 모르게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올리게 했다.


그 광경을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어디 앉아서 차 도 마시고 케이크도 한 조각 먹어 볼까?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야말로 발디들 틈 없었다

공휴일도 아니고 아직 주말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어디에도 앉을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다양한 외국어 들도 들려왔다 즉 외국 관광객들 또한 많았다는 이야기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일단 밖으로 나가 녹차밭을 찾아보기로 했다


티 뮤지엄 옆으로 보니 멀리서 녹차밭 같아 보이는 초록이 들이 보기가 시작했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없었다.

분명 후기에는 녹차밭을 만났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왜 여긴 이렇게 잠잠하지?

싶었지만..

"딱 내가 바라던 게 자연과 함께하는 조용한 분위기!"

라며 녹차밭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녹차밭 안쪽으로도 그 앞쪽에서 한두 컷 사진을 찍고 있던

동남아시아로 추정되는 외국인들

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녹차밭 들어가는 길에 나무도 많고 작은 돌들과 잡초들도 있고 해서

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울퉁불퉁했지만 못 갈 정도는 아니었다.

초록을 가득 머금은 녹차의 새잎들을 보며 "아 그래 너구나!" 하며 반가워했다.

생각 보다 낮으막한 녹차밭이 앙증맞기도 하고 조금 더 가까이 볼 욕심에

쪼그려 앉아 녹차를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서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훤한 대낮이라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가 나니 순간 조금 긴장되기는 했다.

그러나 바로 옆 건물 쪽에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온 터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녹차 잎 가까이 앉아 사진도 찍고 들여도 보기도 하는데

이번엔 옆으로 뭔가 쉬쉬쉭 하는 바람소리 보다 조금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무언가 검은 물체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노안이 온 지 오래라 핸드폰 화면이나 책을 보려면 돋보기안경을 써야 하고

멀리 사물을 보려면 근시용 안경으로 바꿔 써야 한다 근데 그게 귀찮아서

근시용 안경은 머리에 걸어 두고 돋보기만 쓰고 있다 보니

금방 빠르게 사라진 물체를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순간 혹시 말로만 듣던 뱀 아니야?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시골 산이나 들판에서 가끔 등장하는 땅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그 길고 징그럽게? 생긴 뱀 말이다.

"아니 여기가 시골도 아니고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다니는데 설마 뱀 이었겠어 인터넷 검색에서는 오설록에서 뱀 봤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게다가 아까 그것은 지나가기만 했지 멈춰 서서 머리를 들거나 하지는 않았어 뱀이 아니었을 거야!"라고 혼자 릴랙스를 외치며 녹차밭 초록이를 그 후로도 한참이나 감상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초록의 녹차밭에서 마음껏 멍 때리다 슬슬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티 뮤지엄 안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댈 테고 검색할 때 보았던 후기 중에

그 뒤쪽에 녹차로 만든 화장품들을 만나 볼 수 있고 비누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이니스프리 하우스 라는 곳 카페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걸어 올라 가면 만날 수 있다 하니 거기까지 가 보기로 하고 녹차밭 골목에서

올라와 이니스프리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푯말 글자에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다름 아닌 뱀조심 한국어 그리고 영어와 한자로도 검은색 돌에 흰 글씨로

살포시 적혀 있던

뱀. 조. 심


그럼 아까 내가 만난 애가 뱀이 맞는 거군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좋다고 녹차밭에서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며 꼴값을 떨었던 것이로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싶어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물론 뱀이 딱 보아도 얘는 너무 헤비 하다며 요즘 간헐적 단식 중이야 라며

그냥 지나친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쩐지.. 사람들이 없더라니...

길이 아닌 곳 사람들이 없는 곳은 뭐가 있어도 있는 거다.

조심하자

띠벌 나 뱀 본 여자야!


매거진의 이전글 그란 카나리아섬 동네 장 서는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