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을 잘하려면 UI 도 알아야 합니다

by 이준영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인스타그램 앱의 첫 번째 탭(홈)과 두 번째 탭(탐색)은 스크롤 방식이 다릅니다.


홈 탭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만큼 화면이 따라 내려가지만, 탐색 탭(상세 게시글 누른 후)은 스크롤 후 손을 떼면 자동으로 특정 게시물이 화면 상단에 맞춰지도록 동작합니다. 직접 해보시면 두 탭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전 이런 UI가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추천 시스템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는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핵심 시그널 중 하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특정 콘텐츠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가는 단순 클릭보다 유저에 대한 훨씬 많은 이해를 제공합니다. 구매나 좋아요 같은 액션은 드물게 발생하고 사람마다 발생 빈도가 달라 최적화하기 어렵지만, 시간은 누구나에게 꽤 공평하기에 체류시간은 모든 사용자에게서 일관되게 얻을 수 있는 신호입니다.


체류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사용자가 화면 속 여러 콘텐츠 중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좋아하는 콘텐츠뿐 아니라 관심이 없는 콘텐츠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그리드나 리스트 뷰에서는 사용자가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더 좋은 것이 있어서 클릭하지 않은 것인지, 아예 관심이 없어서 클릭하지 않은 것인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 번에 하나의 콘텐츠만 보여주고 체류시간을 정확히 잼으로써 추천 알고리즘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숏폼 영상들은 정확하게 이 UI를 채택함으로써 유저가 원하는 영상을 빠르면 3분 이내에 알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UI는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처음 제안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 사례로 볼 때, AI가 큰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델만 신경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UI까지 고민해 제품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틱톡은 AI를 이해하는 사람이 제품 설계 단계부터 깊이 관여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큰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 연구자는 단순히 모델링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품 설계와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추천 시스템을 연구해본 분들이라면 MovieLens 데이터셋을 아실 겁니다. 정말 많은 추천 연구들에 벤치마크 데이터로 사용되고 있죠. 이 데이터 셋은 미네소타 대학 GroupLens 연구진이 만들었는데요, GroupLens 연구진은 추천 AI 연구 뿐만 아니라 HCI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모델 개선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 경험을 더 좋게 하려면 어떤 UI를 통해 유저에게 제공해야 하는가까지 고민합니다.


AI로 제품에 큰 임팩트를 내려면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제품 자체에도 깊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리 제품뿐만 아니라 경쟁사 서비스, 나아가 IT 생태계 전반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좋은 AI 연구자 혹은 AI PM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인스타그램 두 탭의 스크롤 방식이 다르다고 한 것은 최신 iOS 인스타그램 앱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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