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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렁이 Jul 31. 2022

시장 점유율 3% 기업의 생존기

샘표와 청정원이란 고래 사이에서 새우인 삼화식품은 어떻게 앞날을 모색할까

'삼화식품'이란 기업을 아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삼화식품은 간장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69년 전통을 가진 장류기업이지만, 아마 아시는 분이 많이 없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간장시장은 샘표와 청정원이 장악하고 있고, 삼화식품은 대구지역 중심의 향토기업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삼화식품의 점유율은 약 3%에 불과합니다.


2021년 간장시장 현황(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시스템)


간장 등 조미료 제품은 익숙한 브랜드를 습관적으로 반복 구매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샘표 간장으로 만든 요리를 먹어온 사람들은 커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죠.


삼화식품이 현재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도, 대구 지역에서 집안 대대로 삼화 간장을 먹어왔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삼화식품을 지금까지 살아남게 한 소비자의 습관성이, 동시에 삼화식품을 답이 없는 상황에 내몰았습니다. 나머지 소비자들이 삼화간장을 사지 않는 것이죠.


브랜드 파워? 당연히 샘표, 청정원이 압도적입니다. 전통? 역사가 깊은 것은 샘표, 대상(청정원), 몽고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력? 보유하고 있는 자금력이 다른데 다른 회사가 더 높으면 높았지 낮을 리가 없습니다. 맛? 앞서 말했듯이, 익숙한 맛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갑자기 미래가 없어 보이는 삼화식품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삼화식품의 움직임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삼화식품은 2021년 8월경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겸 배우인 '차은우'님을 삼화식품의 모델로 삼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척척척 만능간장'을 출시하며 주력상품으로 내세웁니다.


삼화식품의 모델 '차은우'님과 척척척 만능간장


기업전략의 방향성을 구분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지만, 엔포스 매트릭스에 따르면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시장개척전략'(새로운 시장, 기존 제품), '시장침투전략'(기존시장, 기존 제품), '상품개발전략'(기존시장, 신제품), '다각화전략'(새로운 시장, 신 제품)이죠.


최근 삼화식품의 움직임은 이 중에서 새로운 시장에, 신제품으로 접근하는 '다각화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은 샘표와 청정원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싸워봐야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삼화식품이 생각한 신시장이 바로 새롭게 요리 시장으로 들어오는 청년층(Z세대)이었던 것 같습니다. Z세대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 자신만의 간장을 정해놓지 않은 것이죠.


그러면 Z세대의 눈에 들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제품에서 차별성을 주기 힘든 상황에서 삼화식품은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시작하며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기존 간장 관련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고정되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샘표, 몽고식품 모두 '전통' '기성세대'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1956년 설립된 '대상'의 경우 아예 '청정원'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전통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새롭게 포지셔닝을 하였죠.


마찬가지로 삼화식품도 Z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젊음, 트렌디함, 세련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차은우'님의 모델로 삼는 것과 '척척척 만능간장'의 출시인 것이죠.


간장 관련 회사들의 주력 상품 예시

맨 오른쪽이 삼화식품의 간장입니다. 기존 간장 제품들과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디자인 자체가 젊은층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이 확연히 나타납니다.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어려운 이유는 기존에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가 견고해서, 소비자의 마음에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69년 전통을 지닌 삼화식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죠..


브랜드의 약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기업이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그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소셜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 비즈'에서 차은우님이 모델이 되기 이전 삼화식품에 대한 연관어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검색 결과는 연관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관심이 없었다는 소리입니다.


출처 : 소셜 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 비즈의 연관어 검색 서비스(검색어 : 삼화식품, 검색기간 : 2020.09.01~2021.07.31)


그렇다면 차은우 님이 모델에 된 이후는 어떨까요? 삼화식품에 대한 연관어가 극적으로 증가합니다. 즉,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삼화식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죠.


출처 : 소셜 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 비즈의 연관어 검색 서비스(검색어 : 삼화식품, 검색기간 : 2021.08.01~2022.06.30)


추이 분석을 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은우 님을 모델로 선정한 이후 삼화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소셜 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 비즈의 추이분석 서비스


재밌는 것은 성별의 차이가 확실하게 있다는 점입니다. 네이터 데이터랩에서 삼화식품 관련 키워드를 놓고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여성의 경우 차은우 님이 모델이 된 이후 검색량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남성의 경우는 거의 달라진 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19~39세 여성, 40세 이상 여성으로 나누어 검색량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40세 이상에서 검색량이 많이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삼화식품이 Z세대를 겨냥한 활동이 실수요층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입니다.


베이비로션이 아이를 타깃으로 한 로션이지만, 그렇다고 어른이 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삼화식품의 젊고 트렌디한 모습이 실수요층의 관심을 불러왔을 수 있습니다.


둘째. 삼화식품이 브랜드 가치를 젊게 가져가려는 것은 맞으나 실제 목표한 타깃이 제가 생각한 Z세대가 아닌, 실수요층였을 경우입니다.


저는 간장 제품의 습관적 구매 성향으로 실수요층을 타깃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배우 차은우님이 다양한 드라마 및 예능 활동으로 전연령층에 걸쳐 팬층을 형성하고 있거나, 삼화식품이 40세 이상이 많이 보는 미디어 채널인 TV에 광고를 많이 진행했을 경우,  위와 같은 그래프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삼화식품의 변화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홍보를 많이 하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게 곧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품산업통계정보가 업데이트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업데이트되면 내용을 추가해보겠습니다.



+ 매출이 업데이트 된 것을 확인하고 내용 추가합니다.

출처 : AT 식품산업통계정보

2022년 상반기에 대상과 더불어, 삼화식품의 매출이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액 증가폭은 미미해보일지라도, 샘표와 몽고식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매출이 9%나 성장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앞으로의 삼화식품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과도한 '차은우'님 의존입니다. 차은우 님을 모델로 쓰면서 톡톡히 홍보효과를 보자, 삼화식품은 차은우 님을 간장을 넘어 브랜드 전속모델로 발탁합니다.



문제는 삼화식품의 홍보에 차은우 님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삼화식품 브랜드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삼화식품에 대한 연관어를 분류해보면, 사실상 삼화식품 고유의 연관어는 13위 간장, 22위 만능간장으로 굉장히 미약합니다.


물론, 당장은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차은우 님이 영원히 삼화식품의 모델일 수가 없으므로, after 차은우 시대가 왔을 때 삼화식품이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두 번째는 '삼화식품의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과연 뾰족하게 되고 있는가'입니다. 밑에 이미지는 시계방향으로 삼화식품의 네이버 검색 결과,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유튜브입니다. 확실히 배우 차은우 님을 메인으로 젊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보입니다.



여기서 저는 삼화식품의 메인 브랜드 슬로건이 '69년 전통의 요리 자신감'(네이버 검색결과), '69년 전통의 집 밥 자신감, 삼화'(인스타그램)으로 69년 전통을 강조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집 밥'은 '집밥'을 일부로 띄어쓰기를 한 것일까요?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굳이 '69년 전통'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젊게 갈 것이면, 다른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유튜브에 있는 '누구나 어디서나 어떤 요리도 삼화로 맛있게'가 훨씬 좋아 보입니다.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삼화식품의 롤모델은 '곰표'라고 생각합니다. 신세대들은 잘 모르고, 늙어 보이던 브랜드가 완전 힙하고, 트렌디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 원동력은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는 힙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입니다.


곰표,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했다면, 이제 삼화식품에게 남은 일은 삼화식품이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삼화식품의 홍보 활동은 너무 무난하다'는 점이 세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샘표나 청정원은 레시피 소개, 할인 등 모든 식품기업이 하는 무난한 홍보활동을 해도 됩니다. 그런데 삼화식품은 아닙니다. 단적으로 삼화 식품이 아무리 맛있는 간장 레시피를 소개해도, 소비자들은 집에 있는 샘표간장으로 해 먹을 것이기 때문이죠.


우연한 계기였지만 곰표 티셔츠를 통해 곰표가 세상에 알려졌듯, 삼화식품도 많은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어그로를 끄는 활동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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