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가 나에게 준 가르침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했던 마음한켠의 이야기

by 열심돌이

찬바람이 부는 2003년 가을.


스물세살의 나는

한손에 항상 CDP와 함께 했다.


슬픈 이별노래가 나오는 이어폰을 꼽고, 정처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 세상의 고독과 외로움은 모두 내가 갖고 있는것같은 마음으로 살았던 적이 있다.

아침에 눈을뜨면 그녀의 그리움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괴로웠고

세면대에 서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변한게 없는 내 일상속에

그녀하나가 떠났다는 사실에 내 얼굴에 생기가 없어졌다는것이 힘들었다.


잊기위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직장동료들과 아무일 없는것처럼

업무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내 자리에 돌아와 모니터를 보는순간 깜박거리던

그녀의 메세지가 없다는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하루를 간신히 보내고 집에돌아와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잠을 자기위해 불을끄고

침대에 누우면 오늘하루 그녀를 잊느라 힘들었던 내 자신을 위로하며 잠들어야만 했다.


고독하고 소리없이 울어야 했던 남자라는 가면을 쓰고 힘든 시간들을 버티고 있었다.


잠이 오지않아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의 모습은 너무나도 화려하고 그 모습속에 있는 사람들 역시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

그렇다.

나의 슬픔과 아픔을 그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때 세상의 중심은 나를 기준으로 돈다고 생각했을만큼 행복하고 자신있고 즐거웠을때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나는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 조연은 커녕 엑스트라도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 비참해졌다.


내 인생에 누군가와의 사랑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으면 그녀의 모습이 보이고,

처음으로 그녀와 손을 잡던 날 그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 그리워

눈을 감은채 그녀를 떠올리며 내 두손을 맞잡으며

오른쪽 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과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녀와의 시간을 회상했다.


눈감은 내 눈속에 그녀와 함께 걷고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난 또다시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

난 내방에 앉아 촛점없는 눈으로 저 멀리 보이는 불빛들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인연가운데 그녀와 나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그것은 나에게 성숙함 이라는 선물을 주었고,

나의 세계관을 지키는 내 마음의 벽돌을 더욱더 견고하게 쌓을수 있는

접착력이 강한 시멘트같은 냉정함을 받았으며

또다른 만남이 나에게 왔을때 그 만남을 견고하게 할수 있도록

더 준비된 내 마음이 될수가 있었던 것은 지금의 시간들이 지나갔을때 가능할 수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그녀와의 헤어짐을 마냥 슬프게만 볼수는 없는 것이었다.

나의 세계에 그녀는 없지만 그녀가 거쳐갔던 나의 마음구석구석은 예전보다

더욱더 견고하고 튼튼하게 다져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들로 통해 사랑을 배웠고 인생이란걸 배웠다.


어찌보면, 계획대로 되는 사랑 아니 인생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인생으로써의 가치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본적으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과정속에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흔들리고 넘어지고 쓰러지며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다 뒤늦게 그것을 발견하고

다시 방향을 수정하며 하루하루 단단해지는 것,

그것이 인생으로써의 진정한 가치이다.


그러한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누군가를 만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당면하며 생기는 수많은 일들과 추억들을 통해

우리는 가져가야할 것. 버려야할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한 자료들이 쌓이면서

우리의 인생에 대한 철학이 하나하나 세워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인생에 대에 몇가지 변화되는것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생에 대해 헛된 희망이 사라진다는것이다.


희망이라는것은 좋은것이지만 헛된 희망은

우리의 삶을 갊아먹기도 한다.


그렇기때문에 내가 이룰수 있는 희망과 이루지 못하는 희망을 구분해내는것.

이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유익과 여유와.. 역설적이지만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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