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풍상사'가 스타트업에게 주는 교훈들 (1)

제1편: 폭풍의 계절, 아스팔트 위에서 피어난 리더십

by 김성현

저는 성공 신화보다 처절한 생존과 성장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태풍상사>는 단순한 복고풍 이야기를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불확실성의 파도를 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에게 보내는 한 편의 생생한 다큐멘터리와도 같습니다.


최근 제가 다루었던 <더 베어>의 이야기가 성공의 정점에서 겪는 '팀의 불협화음'을 다루었다면, 이번 <태풍상사>의 첫 장은 모든 스타트업의 숙명인 '생존'과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각성'을 정조준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우리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경제적 태풍 속에서 주인공 강태풍이 마주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혹시 지금 감당하기 힘든 책임감에 짓눌려 '이게 내 길이 맞나' 고민하고 계신가요? 혹은 거대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초심을 잃고 방황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이야기는 바로 당신과 당신의 팀원을 위한 것입니다.

image.png 출처 : 티빙


[줄거리] '태풍상사'의 폭풍의 계절과 새로운 탄생 (1~3화)

1화: 찬란했던 시절 뒤에 찾아온 '폭풍의 계절' IMF가 닥치기 전, 태풍상사는 광고를 찍고 수익을 올리던 견실한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창업주 강진영 사장에게 이 회사는 자신의 아들 '태풍'의 이름을 붙인,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죠. 하지만 정작 아들 태풍은 아버지의 기대와는 딴판이었습니다. 압구정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오렌지족'으로 불리던 그는, 토종 장미를 개량하겠다는 꿈을 품고 화원을 운영하는 한량 같은 청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보기에 태풍은 그저 속 터지는 '아픈 손가락'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태풍상사에 거대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태리 원단을 수입해 재가공한 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할 기회. 똑똑한 사원 오미선은 리스크를 경고하며 반대했지만, 대다수 직원의 찬성에 밀려 사업은 강행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대한민국에 IMF라는 폭풍이 상륙합니다. 환율은 폭등하고 태풍상사는 순식간에 부도를 맞습니다. 강 사장은 밀린 직원 월급을 걱정하며 사장실로 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지고, 아들 태풍이 나이트클럽에서 달려왔을 땐 이미 아버지는 차갑게 식은 뒤였습니다.


2화: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운명을 받아들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축제가 아닌 전쟁터였습니다. 물류회사 사장이 들이닥쳐 부의금을 가로채려 난동을 부릴 때, 태풍은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 절망의 끝에서 태풍은 아버지의 사장실 금고를 엽니다. 비밀번호는 '2072'. 태풍상사 설립 100주년을 꿈꿨던 아버지의 원대한 비전이 담긴 숫자였습니다. 금고 안에는 비자금이 아닌, 직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으로 된 퇴직금 통장과 "아들아, 아버지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들어있었습니다.


태풍은 결심합니다.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대표이사'라는 지옥의 자리를 수락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인천항으로 달려갑니다. 이태리 원단 계약을 앞두고 대방섬유의 사기 징후를 포착한 그는, 계약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 트레일러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몸을 던집니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그는 비로소 '아스팔트 사나이'가 되어 첫 번째 위기를 넘깁니다.


3화: '서울의 달' 아래서 쏘아 올린 희망 하지만 고난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태리 원단은 인천항 주차장에 방치되고, 경쟁사 표상선의 함정에 빠져 창고 물건을 모두 뺏길 위기에 처합니다. 폐업을 권유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태풍은 크리스마스 휴가도 반납한 채 팩스기 앞을 지킵니다. 마침내 도착한 이태리 업체의 "정상 참작 반품 수락" 팩스 한 통. 태풍은 폐업 신고서가 아닌 '대표자 변경 신고서'를 내밀며 미선에게 요청합니다. "경리가 아닌, 정식 상사맨이 되어주세요." 환히 빛나는 서울의 달 아래서, 태풍상사의 진짜 항해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1. 리더십은 자격이 아니라 '지옥'을 감당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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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채권자인 삽다리물류 사장이 장례식장에 들이닥칩니다. 그는 통곡하는 유가족 앞에서 조의함에 손을 대며 부의금이라도 챙겨가겠다고 난동을 부립니다. 인생의 쓴맛을 처음 본 태풍은 자포자기하려 하지만, 오미선이 법적 근거를 대며 이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립니다. 결국 태풍은 도망칠 기회를 버리고, 회사의 사무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연대보증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법적으로 모든 빚을 떠안는 '사장'의 무게를 온몸으로 수용한 순간입니다.


날라리로 불리던 태풍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걸자, 뿔뿔이 흩어지려던 직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원칙주의자였던 오미선은 태풍의 이 무모한 '책임감'에서 리더의 싹을 발견합니다. 결과적으로 태풍은 경영 실력이 아닌 '도망치지 않는 태도' 하나로 와해된 조직을 다시 원팀으로 묶는 데 성공합니다.


많은 창업가가 '준비가 되었을 때' 리더가 되려 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장은 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풍을 마주하게 합니다. 리더십은 화려한 이력서가 아니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지옥 같은 상황에서 기꺼이 짐을 짊어지는 '뒷모습'에서 완성됩니다. 당신이 배의 가장 밑바닥에서 물을 퍼내기로 결심할 때, 팀원들은 비로소 당신을 리더로 인정합니다.

Coach’s Tip:
'책임의 시각화': 지금 팀이 직면한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자금, 채용, 품질 등)를 리스트업 하세요. 그리고 리더인 당신이 그 문제의 '최종 방어선'임을 팀원들에게 선언하세요. 리더가 고통을 피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팀원들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듭니다.


2. '신뢰 자본(Trust Capital)'은 위기 때 현금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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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살릴 방법을 찾으며 사무실에 있는 아버지의 금고를 열기 위해 노력하던 태풍이 마침내 금고를 열었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회사를 살릴 비자금이 아니었습니다. 고마진 과장, 차선택 차장 등 모든 직원의 이름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개설된 '퇴직금 통장'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부도 직전의 상황에서도 동료들의 마지막 생존권만큼은 지키려 했던 것입니다. 통장 내역에는 "아들아, 아버지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띄엄띄엄 적혀 있었습니다. 이 '신용'의 가치를 목격한 미선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인 "태풍이를 도와달라"는 유언을 태풍에게 전하며 다시 함께 뛸 결심을 합니다.


이 신뢰는 현금이 마른 극한의 상황에서 기적을 만듭니다. 물류 기사 백기사가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태풍의 원단을 지켜준 것도, 아버지가 쌓아온 '정직함'에 대한 보답이었습니다.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 부도 위기의 기업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현금'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술력이 아니라 '평판'입니다. 자금이 바닥나고 제품 출시가 늦어질 때, 우리를 믿고 기다려주는 파트너와 팀원은 우리가 그간 저축해 온 '신뢰 자본'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성공을 위해 정직을 팔아넘기는 순간, 당신은 가장 강력한 생존 자산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입니다.

Coach’s Tip:
'신용 부채'를 경계하세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약속을 미루거나 정보를 숨기는 행위는 고금리의 '신용 부채'를 지는 것과 같습니다. 투명한 소통과 약속 이행으로 우리 팀만의 '신뢰 자본'을 저축하세요. 이는 훗날 투자 유치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3. 현장의 데이터가 리더의 '촉'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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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이태리 원단 계약을 위해 대방섬유 사무실을 방문합니다. 무역 회사에서 팩스는 주문과 소통의 생명선인데, 정작 사무실의 팩스 전화선은 뽑혀 있었습니다. 평소 어머니에게 장부 관리의 중요성을 들었던 태풍은 엉망인 장부와 이 '끊긴 선'을 보고 회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의지가 없음을 직감합니다. 마진 과장이 계약을 강행하려 하자, 태풍은 사기 계약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 트레일러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워 버립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한 발짝도 못 나간다"는 사나이의 절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무모한 행동은 사기 계약으로부터 회사의 전 재산인 원단을 지켜내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서류상으로는 완벽해 보였던 계약이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데이터가 아니었다면 태풍상사는 그날로 공중분해 되었을 것입니다.


사무실 대시보드의 숫자만 보는 리더는 현장의 미세한 균열을 읽지 못합니다. 고객이 왜 결제를 망설이는지, 파트너사가 왜 말을 바꾸는지는 오직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리더는 가장 위험하고 시끄러운 현장에 직접 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데이터가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Coach’s Tip:
'현장 밀착 경영(Gemba Walk)':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거나, 우리 제품이 사용되는 현장을 방문하세요. 엑셀 시트가 주지 못하는 '진짜 정보'는 현장에 있습니다. 리더의 촉은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하여 날카로워집니다.


4. '팩스 한 대'의 본질: 최소한의 도구로 세상을 설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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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주차장에 방치된 원단을 보며 전의를 상실한 직원들에게 태풍은 반품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때는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습니다. 유럽은 축제 분위기라 답장이 올 리 없다는 비아냥 속에서도, 직원들은 교대로 밤을 지새우며 팩스기 앞을 지킵니다. 마침내 도착한 이태리 업체의 회신. 그들은 대한민국의 IMF 상황을 '천재지변'으로 인정해 주며 조건부 반품을 수락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팩스를 보내며 소통을 멈추지 않은 집요함이 승리한 순간입니다.


과정과 결과: 팩스 한 대는 당시 그들이 가졌던 최소 기능 제품(MVP)이자 유일한 채널이었습니다. 화려한 마케팅 비용 없이도 '진심'과 '집요함'을 담아 보낸 팩스 한 통이 수십억 원의 손실을 막는 기적을 만든 것입니다. 본질에 집중한 실행력이 시스템의 부재를 이겨낸 순간입니다.


많은 팀이 완벽한 인프라와 플랫폼을 갖추려다 런웨이를 낭비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입니다. 팩스 한 대가 태풍상사의 심장이었듯, 여러분의 서비스에서 단 하나의 본질에 팀의 모든 리소스를 투입하세요.


Coach’s Tip:
'본질 외 삭제': 우리 제품에서 딱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무엇일까요? 그 본질이 작동한다면 나머지 부가 기능은 없어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당장 불필요한 개발 리스트를 걷어내고, 고객의 답장을 끌어낼 '메시지'에 집중하세요.


5. 폐업이 아닌 '재정의': 끝까지 돛을 내리지 않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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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대여 사기를 당해 물건을 몽땅 뺏길 위기에 처하자 차선택 차장은 "더 큰 빚을 지기 전에 폐업하자"라고 말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태풍은 미선을 불러 폐업 신고서가 아닌 '대표자 변경 신고서'를 내밉니다. 아버지가 지키려던 회사를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식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선포였습니다. 그리고 미선에게 "경리가 아닌, 정식 상사맨이 되어달라"라고 요청합니다. '서울의 달' 아래서 두 청춘이 서로를 신뢰하는 파트너로 재정의된 순간입니다.


이 결단은 '폭풍의 계절'을 견뎌낸 팀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서울의 달' 아래서 태풍과 미선은 더 이상 고용 관계가 아니라, 함께 운명을 개척하는 파트너가 됩니다. 이 심리적 전환이 태풍상사가 16화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여정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그만둬야 할 이유'와 싸우는 조직입니다. 하지만 리더는 판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합니다. 직함을 넘어선 '오너십'을 부여하고, 현재의 위기를 성장을 위한 재정의의 기회로 삼는 것, 그것이 스타트업 리더의 숙명입니다.

Coach’s Tip:
'상사맨(Ownership)'을 부여하세요: 팀원들을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으로 대하지 마세요. 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대표'라는 마음으로 뛸 수 있도록 명확한 역할과 비전을 부여하세요. 리더가 먼저 권위를 내려놓고 파트너십을 제안할 때, 팀의 몰입도는 극대화됩니다.


마무리하며

드라마 <태풍상사> 1~3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스타트업이 좇는 '수출 계약'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혹시 불확실성이라는 태풍 앞에서 너무 일찍 돛을 내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압구정 날라리였던 강태풍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눕고, 낡은 팩스기 앞에서 바이어의 답장을 기다리던 그 절박함은, 진정한 성공이 '완벽한 계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실행력'에서 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에 내린 과감한 결정 하나가 팀 전체의 운명을 바꿉니다.


지금 혹시 팀의 미래에 대한 압박감으로 홀로 고통받고 있다면, 기억하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태풍은 언젠가 지나가고, 그 거센 바람을 이용해 돛을 올린 자만이 새로운 대륙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처절한 생존기가 위대한 성장기로 변하는 그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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