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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의 마음 Dec 12. 2023

까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

오십을 바라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이탈리아에서 온 모녀


올해 12월 50세가 된다. 뭐 그렇게 특별한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이 땅에서 반백 년을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어색해지며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살아온 날을 돌아보고 싶었고 얼마나 내 삶이 남아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어떻게 그 남은 시간들을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었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되었다.


난 이 까미노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내 삶에 나눠준 보석 같은 시간들을 글로라도 남기기 원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장에서 시작하지 못하고 스페인의 산티아고길 첫 도시인 팜플로나에서 시작하였다.


 순례길 3일 차 ( Estella에서 Torres del Rio)를 걸을 때 이탈리아에서 온 모녀와 함께 걷는 시간이 있었다. 딸이 올해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기 전  생장에서 브루고스까지 걷기로 했다고 했다. 이 길을 오래전부터 딸과 함께 걷고 싶었지만 엄마는 허리가 좋지 않고 딸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자야 하는 환경 때문에 하지 못하다가 짐을 보내는 시스템을 이용하고 2인실 숙소를 예약해서 문제를 해결해서라도 올해에는 산티아고 길을 걷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했다.

 

브루고스까지의 모든 숙소는 예약되어 있었고 짐도 다음 숙소로 매일 아침 보내고 출발하기에  온전히 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갈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러 순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알베르게의 경험이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고 했다.


이들은 짐이 없이 걷는 것도 있지만 성격이 좀 급한 듯 점심시간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서 식사를 했다. 이들과 이틀정도 함께 걸었는데 나도 걸음이 느린 사람은 아닌데 어느새 내 앞을 훌쩍 지나가 간격이 멀어지곤 했다.


“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차선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방법이 있더라고요. 꼭 큰 배낭을 지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자지 않아도 저희 모녀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순례길이에요. 돈이 좀 많이 들 뿐이에요. 열심히 일해서 다음 순례길은 부르고스에서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

이탈리아 모녀 어머니가 내가 해 준 말이다.


그렇다. 나는 살아오면서 어려운 이유들에 또 문제들에 집중하면서  시작하지 못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방법들이 생기는 것이 또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만 “그건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나의 기준들을 나의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면 더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 모녀와의 대화를 통해 내 편견과 완벽주의 성향을 보게 되었다고 할까…

모든 것이 다 준비되지 않아도 괜찮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시작해 보면 돼. 난 이 길을 완주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되어야 하고 35-40 일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고만 생각했을까? 내 삶에서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것들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조금씩이라도 시작해 보리라 다짐한다. 50이라는 나이… 기다리는 것보다 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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