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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의 마음 Dec 12. 2023

까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 3

오십을 바라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마드리드에서 온 프란

프란을 처음 만난 것은 Logrono의 숙소( 알베르게)에서였다. 인사를 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순례자 숙소는 2층 침대가 있는 곳에 남자 여자 상관없이 같이 머물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기억하기도 한다. 난 다리의 물집이 심하고 또 계속 걷기보다는 휴식이 필요했기에 로그로뇨에서 하루를 더 쉬었었다.


로그로뇨에서 Najera에 가는 길에서 난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까미노에서 만날 사람들을 처음 본 사람들이 많다. 29km 두 발바닥에 물집이 있는 상태에서 걷는 것이 어려웠는데 Ventosa의 카페에서 사라, 프란, 조안나와 영국에서 온 키 큰 아주머니와 독일 아저씨가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내가 도착하니 잠시 쉬어가라고 나를 자신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 초대해 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통성명을 했었다.


그리고 프란을 다시 만난 것은 3 일 뒤 Belorado에서 San Juen de Ortega를 걸었을 때였다. 그날도 내 발 상태가 좋지 않아서 23  km 정도를 가려고 하는데 머물렀던 도네이션 알베르게 봉사자가 San Juen de Ortega 마을의 공립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고 7명을 수용하는 작은 사립 알베르게와 호텔만 열려 있으니 아마도 그다음 마을까지 가는 것이 숙소를 찾기 쉬울 것이라고 귀띔해 주셨다. 그러면 29km를 걸어야 한다. 거의 내 발 상태에서는 어려운데 그날은 비도 오도 바람도 너무 많이 불어서 걷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날이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던 날 프란과 조안나가 함께 걸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도 그 사립 알베르게에 머물 예정이어서 되도록 빨리 도착하기 위해 부지런히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함께 걸어도 괜찮은지 물어보니 흔쾌히 좋다고 해 주었다.


그렇게 프란은 내가 가장 힘든 순간에 길동무가 되어 주었고 San Juen de Ortega에 도착해서는 자신은 아직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마을까지 가겠다고 하여 헤어졌었다. 그 이후에 난 Burgos에서 연박을 했기에 그를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친절하고 어려운 순간에 내게 천사처럼 보내진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내가 그를 다시 만난 것은 Castrojeriz애서 Carrion de los condes (45km) 걷고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던 날.. 밝게 웃으며 그전에 너무 잘 알던 사람처럼 나를 반겨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Ledigos에서 같은 알베르게에 머물며 저녁을 먹는 중에 자신이 왜 까미노를 걷게 되었는지를 묻게 되었다.


 그는 25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까미노를 걸은 후에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 취직하여서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 왔다고 했다. 그해 결혼도 했고 아들, 딸 낳고 행복한 가정도 꾸렸는데 작년 갑자기 더 이상 이렇게 일하며 살면 죽을 것 같은 공포와 주체할 수 없는 슬픔, 불면증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 회사는 자신의 거의 전부를 헌신해 일해온 곳이기에 자신이 어려울 때 쉴 수 있는 시간과 업무 조정도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제는 일을 줄이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미래를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서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이다.


자신이 까미노를 걷는다고 했을 때 가장 힘들어했던 것이 아내였는데 아내가 왜 혼자 까미노를 걸으며 그 시간을 보내야 하냐면 함께 집에서 가족끼리 고민하고 생각하자고 했지만 혼저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결국 아내도 자신이 혼자 한 달간 까미노를 걷는 것을 승낙해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까미노를 걸으면서 혼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삶을 되돌아보니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너무나 열심히 일했는데 정작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가족의 안전과 안락함을  위한 물질적인 것보다는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 우선순위가 세워지니 이직할 회사도 어디로 결정해야 할지도 분명해졌다고 그리고 그날 저녁 프란은 나에게 자신의 까미노의 목적지는 산티아고가 아니었고 이제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었기에 내일 사하군까지 걷고 순례길을 마치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를 타면 집까지 갈 수 있다고 … 남아있는 시간은 가족과 보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그의 까미노의 시간을 잘 가졌음을 축하해 주며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지 묻자 저녁 삭사후 전화할 예정이고 아이들에게는 서프라이즈를 할 생각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프란의 친절함과 선한 웃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자신의 아내와의 러브스토리. 아들이 올해 한국 잼버리 참석한 사진과 바디오를 보여 주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버지의  마음, 딸이 자신이 산티아고 도착 예정일 하루 전인 11 월 17일에 16세가 되는데 그 생일을 집에서 함께 해 줄 것이라며 기뻐하던 그.

다시 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내 삶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기에  삶의 진정한 까미노를 기대한다던 그를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프란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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