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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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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hlog Feb 15. 2023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다.

커피 여행기, Patricia Brewers, Melbourne

유명하고 커피 맛도 좋은 카페도 여러 군데 방문했지만 패트리샤 브루어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멜버른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찾아갔는데, 여느 카페와는 다른 매력을 느꼈기때문이다.  


양방통행은 안될 것 같은 골목길, 테이블은 하나도 없는 작은 to-go 카페다. 세로로 긴 창문이 3개 있는데 창문마다 꽃병이 놓여있다. 2곳에서는 주문을 받고 나머지 한 곳에서는 마신 컵을 반납한다. 골목길에 주황색 우유박스를 의자 삼아 앉거나 서서 커피를 마신다. CBD에 위치해 있어 수트를 입은 직장인 손님이 많고, 대법원 근처라 중세시대 가발을 쓴 법조인들도 지나다닌다.


에스프레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롱블랙을 한 잔 주문했다. 바닥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에스프레소 한 잔을 더 내어줬다.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가 커피 여행 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작은 카페에 6,7명이 일하고 있는데, 주문, 커피추출, 서빙하는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날마다 역할이 바뀐다.


플랫화이트?
아이스 필터
직원 추천메뉴

특별한 커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에 앉아 바리스타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하지만 영업을 쉬는 주말과 멀리 관광을 하러 간 날을 제외하고 매일 갔다. 주문하며 나누는 짧은 대화면 충분했고,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호주 바리스타 대부분이 친절하지만 패트리샤에서 느끼는 친절함을 뭔가 달랐다. 친절함을 넘어 밝음이 주는 에너지라고 할까? 여러 날 가며 만난 다른 바리스타들 모두 똑같이 느꼈다. 


멜버른을 떠나는 마지막 날, 여기가 멜버른 최고의 카페였고 그리울 거라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바리스타 한 명 한 명과 엄지척을 주고받았다. 아쉬운 마음에 커피 원두도 한 통 구매했다. 돌아와서 패트리샤에 가봤던 분과 대화해보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뭔가 있는 게 맞다.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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