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여행기, 호주
호주 카페와 우리나라 카페는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커피를 주문하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진동벨을 주거나 번호를 불러준다. 키오스크나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같은 비대면 주문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갔던 호주 카페에서 진동벨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커피를 주문하면 이름을 꼭 물어본다. 컵에 이름을 적기 때문인데, 다른 컵과 섞이지 않게 구분하기 위해서다. 주문 받을 때 한 번, 커피를 내어줄 때 한 번, 두 번 내 이름을 불러준다. 그들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행위다. 자주 듣다보니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봤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서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대, 접대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를 맞이하는 것 같은 친절한 서비스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친밀감이 생기고 마음이 열린다. 인사하고 한 마디 더 건넬 수 있는 스몰토크 문화도 여기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호주 바리스타들이 유난히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름을 불러주기 때문은 아닐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각자에게 고유성을 부여하는 일이자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다. 집에 있는 식물에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는가? 그전까지는 평범한 식물 중 하나였지만, 이름이 생기고 나서 그 식물은 특별한 존재가 된다. 똑같은 식물이었지만 나에게는 고유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강남역에서 우연히 중학교 친구를 마주친 적이 있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미안하던지. 우리는 관심이 없는 대상의 이름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다. 관심이 있고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름을 잊어버릴 일도 없다. 그 친구에게는 다시 한번 미안하다. 내가 좀 무심한 편이다라고 변명해 본다. 처음 갔던 카페를 오랜만에 다시 갔을 때, 내 이름을 기억해 준 한 사장님이 기억에 남는다.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