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새벽, 다시 앉는 연습
흔들린 새벽, 다시 앉는 연습
연말 모임으로 집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새벽 1시가 지나서야 겨우 눈을 감았는데, 새벽 4시, 막내가 울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물을 천천히 먹이고, 숨 고르듯 아이의 숨소리가 잔잔해질 때까지 곁을 지켰습니다. 평소라면 5시 30분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던 시간이지만, 오늘은 그대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30분쯤 더 자고 난 뒤, 몸이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순간 그대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늘 앉던 자리에 다시 앉았습니다. 루틴은 한 번 흔들렸지만, 오늘은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 오늘은 못 지켰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 봅니다. 눈을 감고 호흡에만 집중하는 짧은 시간 동안, 다시 오늘의 나를 세워 올립니다.
삶은 계획표처럼 곧게 뻗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울 수도 있고, 몸이 평소 같지 않을 수도 있고, 약속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를, 환경을, 주변 사람들을 탓하기 시작하면 결국 가장 깊이 상처 받는 사람은 나 자신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렇게 속으로 말해봅니다.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마음속에 쌓인 먼지를 한 번 털어내듯, 나를 향한 불만을 살짝 털고 일어나는 연습을 해 봅니다.
일이 잘 안 풀렸던 날에는 잠깐 멈춰 서서 조용히 복기해 봅니다. 오늘 내가 잘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조금만 다듬으면 더 좋아질 지점은 어디인지 떠올려 봅니다. 이것은 나를 심문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보내는 작은 피드백일 뿐입니다. 방향을 잃었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 할수록, 오히려 시작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실패에서 오는 상실감은 커집니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을 한 번에 정리하려 하면 금방 지치듯,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 여유를 허락해 주세요. 비워 둔 공간이 있어야 숨이 통하듯, 그 여유 속에 더 많은 것들이 채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삶에도 그런 가벼운 여유가 살며시 깃들기를 바랍니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조금 흔들려도, 다시 앉을 자리가 있다면 우리는 아직 잘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