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부라스 이스탄불! 눈물의 가족상봉

천천히 스며들기! 45일간의 이스탄불 생존기

by 시크릿져니

2025년 9월, 아직 어두운 새벽.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이스탄불 공항에 발을 내디뎠다. 낯선 언어가 오가는 소음, 공항 특유의 공기 냄새, 그리고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뒤섞였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 약 11시간 30분이 걸렸다.
남편은 작년 겨울, 주재원 발령을 받아 먼저 떠났고, 나는 한국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결혼 2년 차 신혼부부인 우리는 절반은 함께, 나머지 절반은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 사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시험관 시술 1회 차에 찾아와 준 아기.
지금 내 뱃속엔 옥수수 크기만 한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


임신 6개월 차, 비행기를 타도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드디어 용기를 내어 남편이 살고 있는 나라로 오게 된 것이다.

긴 비행이 걱정됐지만, 밤 스케줄을 선택한 덕분에 그럭저럭 올 만 했다. 반은 자고, 반은 스트레칭과 벼락치기 터키어 공부로 시간을 채웠다. 허리가 뻐근해질 즈음, “이스탄불 공항에 곧 도착”이라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짐을 찾고 입국장을 나서니 이스탄불은 아직은 어둑어둑한 새벽 5시.
그 순간, 바로 눈앞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그을린 듯한 피부에, 환하게 웃는 남편이 보였다.

“ㅇㅇ아, 드디어 왔네요! 아이고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요.”
“오빠… 보고 싶었어요!!!”


순간 안도감이 몰려와 눈물이 찔끔 났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포옹을 한 뒤 곧바로 남편이 준비한 차에 올라탔다. 창밖으로는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지만, 여기가 한국이 아닌 튀르키예라는 사실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았다. 다만 도시 곳곳에 붉은 국기가 펄럭이는 걸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라스 이스탄불!(여기는 이스탄불!)”





지금 남편이 사는 곳은 아시아 지구의 조용한 동네다. 신축 아파트가 많고, 해변도 가까워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 했다. 건너편 유럽 지구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고 평지라 생활하기 좋다며 남편은 꽤 만족스러워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집은 한국에 있는 우리 집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이런 넓은 집에 언제 살아보겠냐며... 내심 으쓱해졌다.


긴 여정과 운전으로 우리는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눈을 뜨니 점심.

창문을 열어보니 한국보다 조금은 가을이 더 빨리 찾아온 듯한 튀르키예의 공기가 느껴졌다.


“모처럼 튀르키예에 왔으니 첫 끼는 카흐발트 먹어볼까요?”


튀르키예의 아침 식사 ‘카흐발트’.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로 아침 식사에 진심인 나라인 게 느껴진다.

전문 식당에 들어서자 늦은 오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나 외국인은 우리뿐. 곧 테이블에 끝도 없이 차려지는 음식이 올라왔다.


메네멘, 치즈, 올리브, 꿀, 카이막(생크림), 그리고 갓 구운 빵들.
특히 카이막과 꿀을 흰 빵에 얹어 먹는 순간—“아, 이래서 다들 카이막을 외치는구나” 싶었다.

세트 가격은 1인 약 3만 5천 원. 솔직히 한국에서였다면 망설였을 테지만, 이곳에서의 첫 끼니니까 기분 좋게 즐겼다.



-이스탄불 외식은 생각보다 비싸다. 보통 1인 1.5만 원 이상. 주재원 가족들이 “집밥 필수”라 말한 이유를 바로 이해했다.



결국 이후에 우리는 마트에서 카이막과 꿀을 사 들고, 동네 빵집에 들러 하얀 빵을 샀다. 기본빵은 단돈 700원. 남편이 힘들게 번 돈을 외식비로 다 쓰기엔 아깝다. 비록 요린이지만, 이스탄불 생활비 지출을 방어하기 위해 집밥만큼은 제대로 책임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저녁은 참치캔과 한국에서 챙겨 온 김밥 키트로 해결했다.

별거 아닌 음식인데도 “이게 무슨 호사야~” 하면서도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며 내조 지수 +1이 올라갔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45일.
앞으로 이곳에서 3년을 살아야 하지만 출산을 위해 한국에 잠시 귀국할 예정이다.

나의 목표는 아기가 이곳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최대한 터키어를 배우고, 현지생활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때까지, 이스탄불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해두고자 한다.

자, 이제 진짜 시작이다.
내일은 또 어떤 낯선 풍경이 나를 맞아줄까? 부라스, 이스탄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