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의 외로움은 잠시 스쳐갈 뿐
누군가는 나에게 왜 그렇게 혼자 여행을 하냐고 묻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냐고 묻는다.
물론 가끔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심심할 때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 더 재밌었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들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난다.
처음 혼자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꽤 단순했다.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를 만나러 일본에 가야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건 단 하루였지만, 그래도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에 특별한 각오 같은 건 없었다.
그 뒤로는 친구들과 일정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리고 그냥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바로 떠나고 싶어서 혼자 가는 여행을 주로 택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누군가와 함께 한 여행보다 혼자 떠난 여행이 훨씬 많아졌다. "또 혼자 갔다 왔어?"라는 말을 수시로 들을 정도로 이젠 혼자 하는 여행이 더 익숙해졌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점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아침부터 오늘은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애써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발길 가는 대로 가다가, 피곤하면 멈춰서 돌아오면 된다.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그런데 가끔은, 혼자라는 사실이 또렷해지는 순간도 있다.
식당에서 메뉴를 하나만 골라야 할 때. 멋진 풍경을 보고도 혼자 셀카만 찍어야 할 때. 좋은 걸 좋다고 입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 혹은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하루를 끝내야 할 때.
그럴 때면 잠깐, 아주 잠깐 ‘같이 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럼에도 그 감정은 오래 남지 않는다. 조금의 외로움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혼자인 것이 편해진다.
가끔은 조금 낯선 나 자신을 마주하기도 한다. 혼자 이자카야를 찾아 사케를 마시고, 모르는 사람들과 몇 시간이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말이다. 한국에서 평소의 나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함을 느낀다. 어쩌면 다시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솔직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이상하리만큼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 작은 가게 안의 따뜻한 분위기, 그날 밤의 공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혼자 떠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
아무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그저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고, 현지인들의 일상이 묻어 있는 작은 가게에서 술 한 잔 마시고, 그날의 시간을 나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보내면 된다. 가끔씩 스쳐가는 외로움도 혼자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 또한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아마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자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