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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y 06. 2023

반도체 수요 회복되는 소리가 들린다

CEO's Spirit 18. 빅테크 실적이 삼성전자 실적에 미치는 영향

Keywords

-상대수요: 회복의 시기

-컨슈머: 수요 지속

-엔터프라이즈: 수요 지연

-인공지능: 수요 환상

-절대수요: 회복의 강도


이번 주 목요일 애플을 끝으로 미국 빅테크 빅5(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었다. 최근 물가상승, 금리인상, 경기침체 삼중고 속에서 필수소비재 기업과 빅테크로 자금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경기둔화라는 우려의 기로에서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매크로 시황은 그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지만 반도체 업황은 경기보다 선행하기 때문에 경기 방향성이 정해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면 늦다. 따라서 지금은 작은 시그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절한 시점과 규모로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반도체 업황 회복의 시기는 작년 말부터 줄어들고 있는 공급을 수요가 넘어서는 상대수요를 기준으로 전망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1. 컨슈머, 전성기는 지났지만 아직 강력한 힘.


반도체 수요처는 크게 컨슈머와 엔터프라이즈로 구분되며 컨슈머 시장은 다시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나뉜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은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이 정체되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반도체 가격도 이례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교체 규모가 줄어들고 교체 주기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쪽에서 반도체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신제품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 시장에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빅4(오포, 비보, 샤오미, 화웨이)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시장이 반도체 수요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컨슈머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추가적인 모멘텀은 XR 시장의 개화이다. XR 시장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지만 PwC나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최소한 노트북 시장 만큼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메타플랫폼스의 오큘러스 퀘스트가 XR 디바이스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XR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랬듯이 XR 시장에서도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와 삼성전자의 개방형 생태계가 충돌할 것이며, 다른 수많은 기업들이 제2의 애플과 제2의 삼성전자를 꿈꾸며 참전할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며 어떤 기업이 XR 시장의 최후의 승리자가 될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 엔터프라이즈, 조금 늦었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서버용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세계 4대 데이터센터 업체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이다. 특히 클라우드 서버에서 부동의 1위였던 아마존의 AWS를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편 광고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알파벳과 메타플랫폼스는 투자 여력이 약해졌지만 대량 해고와 경비 축소로 비용 절감에 성공하며 재투자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서버 증설 투자를 망설였던 이유는 인텔의 서버용 CPU 출시가 지연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디어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와 AMD의 '제노아'의 경쟁도 본격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서버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4대 데이터센터 만큼이나 중국의 4대 데이터센터(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가 주문할 반도체 수요가 얼마나 될지 기대된다.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지은 이후 빅테크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 반도체와 전기차 기업들을 밀어주면서 빅테크와 플랫폼의 입지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더라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미뤄왔던 서버 증설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 전에 투자를 마무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와 큰 규모로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고객사의 주문을 먼저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3. 인공지능,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번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AI 언급 횟수이다. 마치 작년에 너 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를 갖다 붙인 것처럼 이번에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던 기업들도 AI를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겠다고 언급했다. AI를 주가를 방어하는 마법의 주문처럼 외운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환상은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났던 것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자칫 비참한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만큼 포텐셜이 무궁무진하지만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지 못하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기술 자체보다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떠한 효용을 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의 AI 전쟁이 터지자마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PIM이나 CXL-PNM처럼 단기간에 상용화되기 힘든 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은 꺼져가는 불씨에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붓고 싶을 만큼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절실했다는 메시지로 짐작된다. 또한 반도체 수요 회복에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보다 기대하는 경기가 중요하게 반영됨을 암시한다. 어떻게 보면 반도체 기업은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맹목적인 환상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야 하고, 오히려 그 환상을 부풀려야 하는 입장이다. 즉, 외부적으로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심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목표치를 세운 뒤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상대수요를 초과 상태로 유도하는 것이 반도체 기업 CEO들의 임무이자 역량인 것이다.



빌 게이츠는 '사람들은 2년 안에 일어날 일은 과대평가하는 반면, 10년 뒤에 일어날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20세기 말에도 사람들은 인터넷이 2년 안에 세상을 완전히 뒤집을 것이라고 과대평가했지만 실체가 없던 대다수 기업들은 무너졌고 소수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10년 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오면서 사람들이 과소평가했던 방향으로 세상은 진짜 바뀌었다. 메타버스와 AI는 분명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이지만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는 변화의 재료로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비록 이번에 반도체 수요 회복의 강도가 크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절대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위기감 역시 먼 훗날에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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