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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Aug 13. 2022

휴가는 휴가답게

컴퍼니 포인트 (5)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게 오히려 좋아

회사생활을 하며 휴가를 쓰는 건 이제 더이상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법정 휴일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크고 작은 회사들에서는 6-7월 쯤이 되면 연내 휴가 소진 계획을 제출하라 얘기하기도 한다. 이 휴가는 대체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테다. 잔잔하게 매주 반차를 쓰는 이도 보았고, 연말까지 기를 모아 한 번에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도 봤다. 그 사이에서 난 어줍잖게 컨디션이 안좋으면 쓰다가 짧게 국내여행을 가는 정도로 휴가를 사용했었다. 


그러다 난데없이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사실은 동거인이 이미 코로나에 걸렸었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휴가에도 100% 휴식을 취한 적 없으니 비슷하게 보내면 되리라 하는 생각과 어차피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안일한 마음으로 '아파도 틈틈이 급한 일 처리하면 되겠지'하며 갑작스런 격리 기간을 맞이했다. 그게 얼마나 지독하게 올 지는 모른 체 말이다.


혹여 휴가 기간동안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프기 직전에 인수인계를 겸한 주간보고 메일을 적었다. 적절히 백업을 해줄 동료의 이름을 적어놓고 5분을 밍기적댔다. 물론 모두가 충분히 백업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내가 꼭 필요할텐데' 하는 생각이 내 손가락을 잡았다. 한편으로는 '휴가가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것이었나'하는 질문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직장인이라면 365일 중 주말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낸다. 매주 똑같은 날들을 보내면 참 좋겠지만 어느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날이 좋아 지인들과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기도 한다. 그런 날들에 10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같이 활용하는 휴가, 어떻게 써야 정말 잘 썼다고 할 수 있을까?


휴가의 기간과는 무관하게 똑똑하게 휴가를 내고 휴가 기간을 보내는 방법은 분명 있다. 다만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잘 보내는 법이 다소 과격하게 '모든 걸 다 차단하고 오랫동안 휴가를 가는 것'에 조금 치우쳐져 있어 제대로 보내는 법이 생소했을 수는 있겠다. 그래서 이번엔 휴가를 맞이하는 좋은 자세와 유용한 팁을 정리해본다.


첫 번째는 평소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모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이건 휴가를 앞두고 있을 때 뿐 아니라 휴가와는 무관하게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실무자와 리더의 입장에서의 각각 휴가를 챙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겠다.



프로젝트별로 중요도가 있고, 그 프로젝트 내에서 급박한 업무가 분명 있을텐데 그 일을 1차적으로 판단하는 건 실무자의 몫이다. 그 다음 그 일이 되게 만드는 건 리더의 몫으로 넘어간다. 이번에 인수인계를 할 때 중요도를 별도 적지 못해 어떤 일에 누가 배치되어야 할 지에 대해 리더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리더는 예상 적임자를 배치하고 별도 배치가 어렵거나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직접 처리하겠다 말을 전했다. 다행히 하고 있던 업무들에 대해 리더와 주변 동료들 간의 지식이 유사했고 바로 휴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보통 일을 하다보면 왜 하는지보다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유는 이 일을 해야하는 당위성이 이미 내 머릿속에는 다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목표에 대해 입밖에 내거나 별도로 적어보는 일을 하는 것이 쉽진 않을 수 있지만 구성원들에게 진행 목표가 공유되면 인수인계 과정이 순식간에 단축된다. 모로가도 모두가 서울을 갈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는 부재의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남겨놓는 것이다. 휴가 사유를 내면 구식이라 하는 시대에 이게 웬 말이냐 싶겠지만 병가의 경우 간단한 대화도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 특히나 자주 협업하는 상대가 타 부서거나 외부일 때는 더욱 이 부재의 사유에 대해 공유가 필요하다. 이때 주요 협업 담당자에게는 메일로는 보수적으로 안내하고 개인 메시지 등으로 연락하는 게 관건인데 연락이 가능한 시간을 함께 안내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부담을 내려 놓는 것이다. 함께 하는 동료들도 나만큼이나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방패삼아 매일 일을 해내고 있다. 그렇기에 충분히 내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이 되고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이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컨디션 저하로 휴가를 낸 상황이라면 괜한 부담으로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줍잖게 일을 하다가는 꼭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기에  '내가 없으면 안될거야' 하는 마음은 버리는 게 좋다.


그렇기에 어떤 목표로 낸 휴가인지에 따라 그 휴가 기간에 대해 충실히 잘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조금 더 좋은 컨디션으로 해야 할 일들을 이어나가는게 내게도 동료에게도 그리고 회사에게도 좋다. 내가 휴가를 더 잘 보낼수록 동료들도 자신의 휴가를 온전히 보낼 수 있기에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푹 쉬다 오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렇지만 만약 도저히 휴가 중 업무와 회사 생각에 머릿 속이 복잡하다면 그 때는 하루에 1시간 이내로 노트북 앞에서 집중적으로 일을 하고 그 시간이 끝나면 온전히 보내는 방법이 있다. 대신 그 시간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해서 백업하는 사람도 나도 모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돌아와서 자괴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스스로를 토닥이는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나의 빈자리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나 또한 지독한 격리 기간 동안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했음에도 돌아와서 보니 일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아, 나 혹시 사실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던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휴가를 간다는 건 내가 떠나 부재한다는 것임과 동시에 모든 일이 멈춰진다는 것인데 멈춤 없이 이렇게 일이 되어있다는 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노력과 앞서 말했던 내용들이 잘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기에 다시 물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네가 잘했고, 내가 잘했던 게 아닌 우리가 함께 잘해 이렇게 진행되었으니 오히려 동료애가 빛나는 시간으로 보여졌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누군가 휴가를 썼을 때 나 또한 열렬히 함께해주면 되는 것이니 그 기분을 만끽해도 좋겠다.


휴가를 잘 보내고 온다는 건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행동할 때 성립될 수 있다.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하나씩 짚어보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보자. 그리고 휴가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고 튼튼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면 그보다 더 좋은 날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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