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업무에 적용해보는
몇 년 전 손자병법 책을 처음 펼쳐 들었을 때 내 마음은 꽤나 설레었다. 시대를 초월한 용병술이라고 불리는 만큼, 잘 싸우는 방법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다. 손자병법이라고 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문구밖에 떠올리지 못했던 그 당시의 나였다. 삼국지에서처럼 많은 전략들이 글 속에 드러날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신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는데,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깜짝 놀란 문구와 마주하게 되었다. 다음의 구절을 읽었을때 나는 생각을 하느라 잠시 책 읽기를 멈춰야 했다.
백전백승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어떻게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 있을지를 기대했던 나는 조금 갸우뚱했지만, 곰곰이 생각할수록 이 말이 맞다 싶었다. 손자병법은 전쟁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사로 보기에, 가능하다면 전쟁 자체를 피할 것을 강조한다. 불가피하게 전쟁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무력 충돌 이전에 책략과 외교로 승리를 확보하라고 설명한다. 싸움 없이 전쟁을 이길수 있다면, 우선 전쟁으로 인한 손해가 없고, 이긴 자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보존한 상태에서 승리를 통해 얻은 것까지 누릴 수 있으니 참 맞는말이다. 이런 논리를 우리 일상에 대입해 본다면, 현대사회에서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여전히 최상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싸우는 에너지, 싸움을 하는 시간, 싸움후 추스리는 애씀도 아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낀 힘, 자원, 물리적인 시간을 이용하여 우리는 싸움 대신 어떠한 형태로든 ‘발전’도 취할 수 있다.
손자병법의 이 문구에서 배운 깨우침은 나의 일터에서 늘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업무 속에서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업무를 진행할때마다 나는 이 문구를 적용해 보려고 노력한다. 사건사고라는 것이 예측 속에 일어나는 것이라 아무리 조심하고 피하려 해도 불행하게 발생하기에, 법을 통해 정의를 찾아야 할 때는 꼭 법정싸움이 필요할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비유가 될 텐데,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의 중재 또는 합의도 상당히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끝까지 다투어야 할 때와 중재 및 원만하게 합의가 되는 시점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고민하는 것은 최선의 결과를 위한 노력이기에, 그러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그래서 나는 손자병법을 종종 떠올린다.
무엇보다 법률 사안에서는 증거를 가장 잘 모아두는 것이 싸움을 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증명해야 하는 것들을 문서화로 준비하여 보여줄 수 있는 것, 케이스를 진행하며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또 없다. 미리 준비가 되어있고 증명할수 있다면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다. 큰 싸움은 작아지고, 때론 싸움 자체를 피할수도 있다.
미국사회에서 많은 수요가 있고 외국인들과 이민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민법도 필요한 자료들을 치밀하게 갖추는 것을 필수로 요구한다. 나는 나의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 증거자료를 많이 요구하는 변호사로 유명해져 버렸다. 제출하는 문서들을 통해서, 클라이언트의 상황 그리고 이민국의 허락이 왜 필요한지를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하고자 한다. 불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자료들을 스토리텔링에 알맞게 제출했을 때 확실히 케이스의 진행속도도 빠르다. 이민국에 제출되는 종이에서 이 케이스에 대한 자신감이 보였을 때, 시원하게 승인되는 이민국의 편지를 받으면 나는 통쾌한 짜릿함을 느낀다.
비즈니스 및 고용관계에서는 구조적으로 갖추어야 할 서류들을 시작부터 철저하게 준비해 두는 것,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에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모두 확보하는 것 또한 싸움이 일어나기 전 승리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 일 것이다. 상속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속분쟁 또한 예방할 수 있도록 Living Trust (한국의 유언대용 신탁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제도)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미국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 둘 수 있는 방법이다.
한 주간 유난히 업무에 쫓겨, 평안보다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었다. 일에 지치는 마음이 들 때는 클라이언트 한분 한분들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여유 있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주말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책꽂이에 보이는 손자병법 책을 보니 짧은 글로써라도 나의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글을 쓰다보니 내가 지쳤던 이유는 케이스 하나하나 마다 최대한 치밀하고 싶어서였음을 깨달았다. 내일은 손자병법을 다시 펼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업무와 삶 속에서 어떻게 더 구현할 수 있을지, 또 많은 지혜를 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