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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May 17. 2024

내가 연애 분야 크리에이터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은 앞의 내용에서 예상되는 결과와 다르거나 상반되는 내용이 뒤에 나타날 때 사용하는 관용구이다. 인과관계를 거스를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역행하는 것은 힘이 있다. 내게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장애물이 있지만 넘어서는 힘, 이해하기 힘든 것을 이해하는 지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다.





 어느 날 브런치에서 내 프로필에 딱지를 하나 딱 붙여놓았다.

  '연애 분야 크리에이터'


 재수 끝에 브런치에 입성한 것이 20년 12월 25일이다. 합격메일을 받고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들떠서 통화한 기억이 생생하니 아마 그날이 맞을 것이다. 그날 이후 브런치에서 받은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을 축하한다는 23년 11월 15일의 알림이다. 브런치 대상에 오르는 영광은 아니더라도 '선정'과 '축하'의 알림은 반가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네임이 좀 황망하다. '연애 분야 크리에이터',  내가? 내 글이?


  4년 동안 브런치 북 3개를 만들고 117개의 글을 썼다. 첫 번째 브런치 북은 50대 버킷리스트, 두 번째는 눈치 보지 않는 옷 입기, 세 번째는 나를 먼저 챙기는 오십 대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조금 다른 매거진이 있다면 남편과의 결혼에 관한 짧은 단상을 적어본 결혼 25주년 일 것이다. 중년의 삶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연애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애분야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이 낯간지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브런치에 올린 최근 글이 23년 10월 14일이니 무려 7개월 만에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나는 33년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고 8년 동안의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했으며  열흘간의 터키 여행을 다녀왔고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정리했다. 집안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했다.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집 안 구석구석에 쌓인 필요 없는 물건 정리부터 은행 어플에 나타나는 재정적인 문제까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 발행을 독려하는 알림을 한 달에 한 번꼴로 보내왔고 응원댓글 받기 설정을 하라는 알림도 있었지만 무시했다.


  퇴직과 이사 등 실제적이고도 정서적인 변화를 겪으며 에너지가 분산되기도 했지만 '연애분야크리에이터'라는 엉뚱한 네임을 달고는 더 이상 글을 적고 싶지 않았다. 내 글이 정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쳤다는 기분은 브런치를 멀리하게 했다. 마치 소방복을 입고 발레 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글을 올리지 않은 7개월 동안에도 구독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180여 명이던 구독자가 지금은 207명이다. 물론 207이라는 숫자에는 한 자리에 머무는 내 초기 구독자 수를 가엽게 여긴, 글이라고는 읽지 않는 가족 지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한 분 한 분이다.

특히" 작가님~ 똑똑똑!!!! 문득 작가님 글이 그리워집니다!  -조용한 구독자-"라는 짧은 댓글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미약하나마 내가 작가임을 느끼게 해 주었고 브런치와의 끈의 이어주고 있다.


  지금 나는 출판사 투고를 위한 출간기획서를 작성 중이고 출간이 성사될 때까지 매달릴 작정이다. 여전히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거나 새로운 글을 쓸 여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를 들락거리며 글을 읽거나 쓰고 있다.  비록 브런치는 나에게 엉뚱한 이름표를 붙여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라이킷과 한두 개의 댓글만 있어도 힘을 얻는 나는 여전히 브런치 작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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