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아야 이기는 관계 게임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북 리뷰

by 동그래

에드 트로닉은 사회성 및 감정 발달 분야의 임상심리학자이며, 클로디아 골드는 초기 아동기의 정신건강 및 행동을 연구하는 소아과 전문의이다. 그들은 유아와 부모의 관계에서 “그들은 왜 문제를 겪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들은 문제 행동 이면에 감춰진 어긋난 관계를 발견하고, 그 관계를 치유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특히, 그들은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형성해온 관계의 패턴, 그들과 둘러싼 관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 관계에 속한 사람들은 각자 가진 갈등과 문제가 드러나는 것에 대해 비난과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며 두려워하고 긴장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이 가진 불안과 갈등, 불협화음이 가진 긍정적 의미를 설득하며 갈등을 드러낼 용기를 가져야함을 설득했다. 즉, 잠시 자신의 약함과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관계의 맥락에서 문제를 살피는 일은 상호 연결을 통한 회복으로 더 건설적으로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렸다. 그들은 ‘불일치가 표준’이라 말한다. 보통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완벽하게 박자를 맞춰 스텝을 밟을 것이라 여기지만, 그 춤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잘못 디디는 스텝들이 필수적인 것처럼, 아이들을 포함한 전 생애의 사람들은 모두 꼬여서 뒤죽박죽된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을 배우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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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 실험을 보면 아이는 엄마와 동시적이고 조화로운 반응을 주고 받을 때가 아니라 엄마의 무표정한 순간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영아가 엄마의 무표정이라는 갈등 상황, 불완전한 순간을 만났을 때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던지거나 엄마를 만지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하는데, 이는 아이가 불협화음의 상황에서 그 의미와 의도, 동기를 파악하고자 하며, 관계를 잘 맺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와의 그 순간의 갈등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과 의미를 배우며 성장했다. 비록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일지라도, 그 첫 불안의 순간들이 어떻게 복구되고, 연결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관계의 형태를 만들고, 삶의 의미를 구성해가는 힘을 형성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람들은 평생동안 서로가 신뢰하는 법을 배우거나, 깊은 교제를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혼란의 과정을 거친다. 이 불일치의 과정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때 혼란과 난관을 당연하게 여기고 회복해가면서 이 기회를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 불확실성과 오해를 껴안고 회복의 잠재력을 믿고 타인과 친밀하게 관계를 맺어가려 할 때 성장과 변화가 펼쳐진다. 오히려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말하는 관계는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책은 완벽함을 기대하는 오늘날의 문화 가운데, 불안감과 무질서가 주는 유익함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 이러한 수많은 상호 작용을 위한 시간, 공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의미를 만들 때 사람들은 치유되며, 안정적인 삶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여러 사례와 연구를 통해 밝힌다. 이 책은 이러한 갈등-복구 모델이 현재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회복 탄력성을 가진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 엉망진창인 느낌은 삶의 당연한 요소로, 말이 요소들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마치 게임처럼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가면서 문제해결능력이 생기고 성공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가다보면, 큰 어려움이 다가왔을 때 그 포인트를 사용하여 더 미션을 통과하는 느낌이다. 게임의 초보자라면, 쉽게 포인트를 잃어버리고 Game Over가 뜨지만, 또 다시 Try Again! 시작할 기회가 주어지며, 함께 게임하는 동료가 나를 도와주기도 한다. 혼자만의 게임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동체 게임이며, 게임의 동료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동료가 나의 게임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망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시작된 이 게임은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목적이 내 삶을 풍성한 관계 속에 거하게 하는 것,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어 보인다. 1)각 개인은 의미있는 고유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2) 실패와 갈등을 감추지 말고, 솔직해야 한다. 3) 문제가 생길 때 회피하거나 자신이나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4)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저자는 관계라는 순간순간의 무수한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갈등 아래 깔린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한다. 왜곡하거나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읽는 내내 나는 그동안 이 관계 게임을 어떻게 해왔고,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았다. 아주 어릴 적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님께서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울고 있거나 화가 나 있을 때, 아빠가 다가와 안아주셨던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부모님께다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때에 맞게 선배나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게임의 회복 가능 포인트가 쌓였을 거다. 또, 이유를 알지 못하고, 상대에게 무시당한 경험이 떠올랐는데, 그 때는 나의 일방적인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어 무기력했었다. 그때마다 나를 탓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상대가 가진 관계 게임 포인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나는 갑자기 연락을 끊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하며 도와주려고 하면 상관 말라며 무시하는 태도에 화가 났고, 두려웠다. 결국 괜한 간섭인 것 같아 후퇴하고 거리를 두었지만, 여전히 소통없이 관계를 맺고 끊는 사람들을 만나면 답답함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 따르면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과거 만남의 경험들이 있었고, 행동에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비록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의미를 알아줘야할 것이다.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타인들의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내가 하는 행동도 헤아려볼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이 게임은 조금 편안하다 싶으면, 또 어려운 미션이 다가오고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차곡차곡 성공 포인트를 쌓아가는 경험, 실패와 불협화음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성찰의 경험이 중요할 것 같다.


게임의 팁이 더 필요하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관계의 불안이 성장을 이끈다.’는 면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 불안을 다룰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는 더 자세한 설명이 요구된다. 이 책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고 회복 탄력성이 낮은 이와 회복 탄력성이 높은 이가 커플이 되어 회복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많다. 자신의 과거 관계 형성 방법에 솔직하게 대해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때 변화가 일어났던 사례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이 몇 문장으로 표현할 만큼 단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그 회복과정, 즉 과거 관계 형성의 아픔과 다름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 연결했는지에 관해 더 자세하게 기술해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자세하게 불안을 다루는 과정을 대화 형태로 설명해주었다면 이 관계 게임에 크게 도움이 되는 팁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회복탄력성이 둘 다 낮은 커플일 경우, 또는 불안을 제대로 회복하고 복구하지 못한 이들끼리 만남을 유지할 때 어떻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경우도 많은데, 둘 다 어릴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갈등을 왜곡하면서 살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상담사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해결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었다면, 이 관계 게임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대부분 깨어진 관계가 기적같이 회복되는 사례이다보니, 단순화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 9장과 10장에서 무표정 실험을 통한 발견을 산부인과 간호사, 의사 등 전문가 집단에게 설명하고 가르쳤을 때 그들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내용에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가 일어났을까?’ 궁금해지고, 실제 간호사들이 아이와 부모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더 세세한 내용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꽃길은 가끔, 자기 삶의 관계 게임

남편은 아침마다 벽난로를 켠다. 춥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이 잠에서 깨면 추울테니까 미리 따뜻하게 데우는 거라고 한다. 나는 본인이 춥지 않다면, 미리 벽난로를 켜지 않기를 부탁했다. 아이들이 미리 벽난로를 켜둔 아빠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추위를 감각으로 느끼고 스스로 추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길 바라기 때문이다. 추울 때 이불을 가져오건, 옷을 더 입든, 벽난로 버튼을 누르든, 스스로 느끼고 해결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어떤 것이 더 나은 판단일까? 정답은 없고,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 사실 벽난로는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10대에 들어선 아이일 경우에는 부모가 아이들보다 앞서 나서는 것에 신중해져야 한다고 본다. 자기의 힘을 스스로 획득하도록 돕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을 보면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언급한다. 추위라는 단순 감각을 넘어 자신의 괴로움, 상처, 복잡하게 얽힌 괴로운 생각들을 마주하고 성찰할 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포인트를 얻지 못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무시하고 넘어가다보면 부풀어오르는 폭풍에 대처하지 못한다. 부모로서 이 책에서 건진 깨달음은 아이 앞에 서서 꽃길만 걸으라고 말하는 부모가 되진 않겠다는 결심, 마음이 아플지라도 아이가 관계 게임에서 자기 만의 방법을 찾아가면서 포인트를 잃고 얻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자기 인생을 살아가도록 응원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아주 사소한 일상에 갈등이 있을 때, 일방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신뢰의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의미 만들기의 복구 과정을 제대로 쌓아갈 것이다. 솔직히 다자녀다보니 일일히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강 넘어가자.’라고 큰 아이들에게 요청할 때가 많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화를 삼키고 견뎌야했던 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차려줘야겠다. 아이들의 긴 인생에서 부모가 함께 하는 20년의 시간동안 좋은 관계의 힘, 그 포인트를 두둑히 쌓아줘야 할 것이다.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의 힘

오징어게임에서 101번 장덕수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넌 아직도 그걸 모르냐?”라고 말한다. 반면 1번 오일남은 “깐부잖아. 우리.” 라며 격려한다. 그동안 그들이 가진 ‘만남의 순간’이 얼마나 달랐는지, 차곡차곡 쌓아온 관계의 복구 경험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관계를 형성하는 이 게임은 끝이 없다. 모두가 초반에는 무척 헤매고 어렵다. 시간이 간다고 어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차곡차곡 쌓인 상호 신뢰 관계라는 경험의 차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면에서 어떤 갈등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쌓는 것에는 지름길이 없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의 노력으로 되는 거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마다 높은 학교 성적이 아닌 ‘좋은 관계의 경험’이 가장 소중한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거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린다.





2025.2.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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