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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Sep 15. 2022

24화. 전략, 기획, 계획

전략, 기획, 계획

비슷해 보이나 다른 이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략


예를 들어 본다. 나는 나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다. 이때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목표이며 무엇 때문에 기르고 싶은지, 그 이유는 목적이다. 목적은 전략, 목표는 전술에 가깝다. 전략에서 방향성이 도출되고 전술에서 행위와 수단이 정리된다. 그리고, 전략과 전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가? (목표)

왜 원하는가? (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전략)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술)



나의 생각과 질문을 정리하면 위와 같다. 이것이 회사 업무라면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조사/분석을 통한 근거를 마련해야 하나, 개인적 바램이기에 데이터 기반의 근거를 확보하지는 않았다. 


전략을 수립할 때는 현상,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Bottom up)과 바라는 미래 모습(To-Be Image)을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는 방식(Top down) 모두 필요하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큰 숲을 봐야 하는 것이라 어렵다. 현실만 보거나 숲만 봐서는 좋은 전략을 도출하기 어렵다.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숲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를 살피며 힌트를 얻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문학적 소양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도 그것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도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작은 과제(Pilot Project)를 수행하기도 한다. 작은 과제를 수행하며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내게 작은 과제는 '기본학교' 였다. 기본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살피며 나의 목표와 목적은 조금 더 명확해졌다. 이런저런 실행을 하며 전략과 전술에 대한 생각을 키워가는 중이다.


기획


목적(전략) 달성을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기로 했다면 책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서 얼마나 읽을 것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전략과 전술에 책을 빌릴 도서관명, 찾아갈 서점명 등의 문자가 더해지고 몇 권을 읽을 것인지에 대한 숫자가 더해진다. 이렇게 전략, 전술에 구체적인 숫자나 문자를 더하는 행위가 기획이다.


이러한 기획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어, 책을 들려주는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해당 서비스 안에 고전 등 좋은 책들이 많이 포함되고 서비스 요금이 낮아진다면 운동을 하거나 이동 중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하여 책을 들을 수 있다. 변화에 맞춰 기획을 업데이트해 간다.


계획


계획은 기획의 실천을 위한 작업이다. 기획된 내용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기획단계에서 3년간 360권의 책을 읽기로 했다면, 매월 10권의 책을 읽어야 하니 매일 새벽 5~7시, 잠들기 전 1시간, 총 3시간을 읽겠다는 계획이 수립된다. 또, 계획은 기획과 연동되기에 기획이 업데이트되면 함께 변경된다.



좋은 전략보다 중요한 것이 실행이다. 다이어트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보다 당장 먹는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다. 물론, 그 대상이 다이어트가 아닌 국가의 정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나의 업무를 IT기획, 정보전략 기획 정도로 표현하지만 언젠가는 '혁신 전략'이라 하고 싶다.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진부하게 들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or DX)이 더 친근한 세상이지만 디지털 세상이 완성된 이후에도 변화는 일어날 것이고 무엇보다 나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주역에서 혁은 원래의 모습을 벗고 새로워지는 것이라 한다. 청산의 대상과 새로움이 공존한다. 매력적이다. 그리고 기획을 품고, 더 넓고 더 높은 전략의 수준으로 상승하고 싶다. 그 상승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두터워지는 것이니 쌓아가야 한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혁신하는 사람이 스스로 혁신되어야 하듯, 전략 국가가 되려면  국민이 전략적이 되어야 한다.


전략, 전술, 기획, 계획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무엇이든 실행하기 전에 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 실행하며 전략을 보완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전술적으로는 성공해도 전략적으로는 실패할 수 있다. 10년 뒤에 나의 인문학적 소양은 길러졌으나 대한민국이 일류국가가 되는데 아무런 기여를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전술적으로는 실패해도 전략적으로는 성공할 수도 있다. 나의 인문학적 소양은 길러지지 않았으나 대한민국은 일류국가가 되는 경우다. 왜일까? 전략과 전술의 연계성, 연계 정도 때문이다. 나의 목표(전술)와 목적(전략) 사이의 연계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렇게 연계성이 낮은 전략과 전술은 채택하지 않으나, 인간은 한다. 희미한 미래의 모습을 꿈꾸며 불가능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시도해 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미약한 힘이 모여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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