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 지내게 되었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눈매가 더 그윽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생기발랄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성도 더불어 늘어났습니까?
- 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2013, p.92~93 -
며칠 전 나비꿈집(호접몽가)을 다녀와 2016년 1월에 읽었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꺼냈다. 2016년은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때라 잊히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수술과 치료가 시작되어 다행이라 여겼다.
책을 읽을 당시, 나 자신이 성장하는 중이라 여겼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쌓여갔으나 더 관용적이지도, 눈매가 그윽해지지도 않았다. 타인이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발표한 내용에 대해 논리를 따지며 지적했고, 보고서가 첨부된 메일에 따갑고 날 선 답변들을 했다.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고 도움이 되는 점을 찾아 감사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일을 해 치우는데 급급했다. 이런저런 생각과 시도를 해볼 여유가 사라지며 나를 잃어갔다. 나를 잃어가니 상상력과 창의력도 메말라갔다. 눈빛도 몸짓도 생기를 잃어가다 결국, 병들었다.
분명,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가는데 나는 왜 그랬을까?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지를 잊었고 내 삶의 방향을 잃었다. 연봉이 올라가고 직급이 올라가고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하나 그 이외의 것들에 무심해졌다. 욕망에 내가 잡아먹히며 나를 잃어갔다.
하늘이, 나를 찾을 기회를 주었다. 투병이 끝날 때쯤 생각했다.
이제 나는 사람에게 악담을 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의 말과 글 속에서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고 그것에 대한 감사를 전한다. 논리적, 비평적 시선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내게 비평을 요구하지 않는 상대에게 전하지 않을 뿐이다.
전략적 시선에꿈을 더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더 자유로워지고 유연해지고 관용적이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화를 내는 등의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 생각을 떠올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 이상임을 알고 스스로 짐을 지고 뚜벅뚜벅 나아간다. 몸이 힘들어지면 멈춘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원하는 것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