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변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대안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엄마, 제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제가 신중하게 생각하죠.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5학년 딸아이가 대안학교에 지원하겠다 했을 때, 나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했고 아이는 이렇게 대답한 후 원서를 썼다.

내가 아이에게 소개한 학교이기는 하나 초등학교 졸업 후에 지원했으면 했다. 그러나, 아이는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고민하고 스스로 진학 시기를 결정하여 직접 원서를 쓸 만큼 훌쩍 자랐다. 엄마와 같이 자겠다고 조르던 시기가 끝났다. 합격소식을 들은 아이는 기뻐했고 나는 우려와 기쁨, 서운함과 기대감으로 복잡했다.

---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묻게 하는 교육

내가 이 학교를 아이에게 소개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궁금해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공교육에 철학이 반영되기를 바라는 나의 소원을 어느정도 이루어준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예술가입니다. 자기다움의 씨앗을 온전하게 꽃 피울 수 있도록,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각자의 다양성이 고유성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생각과 성찰을 바탕으로 어디에 있든 주도적인 삶을 모험해 나가며,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개인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와 생명들과도 공동체 정신으로 연결되고 자기 삶의 소명이 모든 존재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앎을 삶에서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자기 삶의 예술가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돕고자 합니다.」

학생 상담을 담당하는 교사의 교육철학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자신의 일을 업으로 삼아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의 지원을 받으며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의 소망과 내가 속한 이 세계가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을 생각하며 생활해 나갈 아이의 모습이 기대된다.

---

꿈꾸고 시도하는 것을 장려하는 교육

이 학교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대신 각자의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쓴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한다. 자신의 연구에 수학적 문제 해결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논문을 잘 쓰고 학회에서 발표를 잘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한다.

13살 아이가 IT보안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하면 "학교 공부 충실히 해라. 대학 가면 네가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고 연구해 보라고 응원하고,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현재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역사이고 아이의 꿈은 요리사, 웹툰 작가, 배우 등으로 다양하다. 직접 요리를 하고, 종이에 연필로 만화를 그리다가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그리고, 연극 대본을 쓰고 연기 연습을 하는 등 아이 나름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중이다. 역사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가, 꿈꾸고 연구하고 실행하고 돌아보며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

「초등학교 졸업 후에 00 학교를 보내고 싶었는데, 00 이가 지금 지원하겠다고 하여 이렇게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희 부부는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며 예술적 활동을 즐기는 oo이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사유하고 실행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00 학교는 이러한 바람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교육철학과 실행력을 갖춘 학교라 믿고 지원합니다.」  

학부모 지원서에 쓴 내용의 일부이다. 이제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고 지원하고 안아주는 것이다.

아들은 군 복무 중이고 딸은 곧 기숙학교에 입학한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를 키워놓고 하려 했던 일들을 곧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나의 건강을 챙기고 가족을 돌보고 내가 속한 기업을 위해 일 하며,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어가는 중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나, 아이도 나도 기도하고 일상을 열심히 살며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