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와서 이것 좀 보라고.
탁자는 본래 있던 그 자리에 정확히 서 있어,
책상 위에는 본래 있던 그대로 종이가 놓여 있고,
반쯤 열린 창으로 한 줌의 공기가 스며들어오지,
벽에 무시무시한 틈바구니 따위는 없어,
혹시 널 어디론가 날려버릴지도 모를 틈바구니 따위는 말이야.
- 여기(Tutaj)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
서재도 찻상도 그대로 있다.
머물지 못한 건 '나'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그대로 있다.
교감하지 못한 건 '나'이다.
혈액, 장기도 그대로 있다.
맑게 지키지 못한 건 '나'이다.
나를 구성하는 것과 둘러싼 것
그들이 나를 설명한다.
나도 그들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