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모두에게 나만의 것이죠

_태재 「위로의 데이터」

by 이태원댄싱머신

황리단길*의 한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이다. 청춘문고라는 시리즈 중 하나다. 주목받는 독립출판 시인들의 작품을 모았다.


*황리단길 : 경주의 핫플레이스다. 최근 몇 년 간 부동산이 열배에서 스무배 정도 올랐다고 한다. 기존 상인들은 쫓겨나고 있다.



분홍 표지의 작은 책이 한 손에 쏙 들어간다. 원래 작은 책을 좋아하는데다, 세트라서 소장 욕구가 불타올랐다. 총 10권이 세트다.


좋았던 부분이 아주 많지만, 책이 얇아서 몇 개를 소개해버리면 이 책을 살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과장) 2개만 소개한다.


달빛

거나한 오르막길은
달빛을 더듬게 합니다
달빛은 모두에게
나만의 것이죠


약수

너와 나
작은 돌 큰 돌
하나씩 깔고 앉아
지나가는 부부를 본다

큰 통 작은 통
약수통 하나씩을
나란히 들고 가는
저 연인

나는 너에게 넌지시
우리도 나중에
물 뜨러 오자

말하고
일어나 너를 일으켜
따라 걷는다

부부의 물통에서 똑 똑 떨어진
점선의 물길을


가끔 민망한 표현도 있고 아재 개그 같은 것도 있어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래도 참고 끝까지 읽었더니 매우 만족. 청춘문고 시리즈 다른 책들도 보고 싶다.


★★★★★ 좋다. 창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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