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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Feb 28. 2016

두 번째 눈 없는 겨울

그렇게 돌아왔다 - 캔버라의 교환학생



따사로운  가을볕을 매일 같이 뽑아내던 태양이 더 이상은 재료가 없는지 뒤로 뒤로 물러만 간다. 


교정 가득 수북이 내려앉은 노란 낙엽들만큼이나  열여섯 명의 작업들도 각자의 서랍이 터져나갈 정도로 쌓였다. 학우들의 견제 아닌 견제 속에, 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토해내며 살 떨리는 최종 평가를 해치운 나에게 춥고 황량한 캔버라의 7월을 선물하는 것은 자학에 가까운 행위였다. 


고심 끝에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곳을 가기로 했다. 

바로 브리즈번. 


해외에 거주할 때만큼은 한국인 밀집지역을 기피하는 나이지만, 멜번과 캔버라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작은 기대감에 선택한 항로였다. 한 학기 동안 종종 담소를 나누곤 했던 도예 전공 교환학생 A가 언젠가 내게 흘렸던 짧은 여행 소감이 뇌리에 박혀 있었던 걸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 덕에 평생 가볼 엄두도 내지 못할 열대지방의 풍미를 그곳에서 대신 맛보고 싶었던 걸까. 


어차피 0도의 겨울이나 25도의 겨울이나 눈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추위는 추위대로 겪으면서 희게 채워지지도 않는 빈 땅덩어리를 거닐 생각을 하니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 차라리 더운 지방의 겨울을 나보자. 아마도 내 인생에 두 번의 시도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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