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대학원
작년에 카오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AI로의 전환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되겠구나 싶더라. 그런데 더 중요한 감정은, 내가 생각보다 AI 관련해서 너무 무지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대학원에 대한 갈증은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병역을 해결했기 때문에 바로 취업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만약 그때 취업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 미국에 있지 않을까...ㅎㅎ
늦깎이
뭐, 그런 막연한 아쉬움이랄까. 아무튼 공부에 대한 갈증이 막연히 있었는데, 때마침 AI라는 문제가 곁에 다가오면서 결국 인공지능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벌써 3학기도 끝나가고 있네.
나도 벌써 사회생활 20년차가 되어가고 있으니, 직장생활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러더라.
작년 1년 동안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직장에서 프로젝트도 이끌어야 하고 중간 관리자의 역할도 해야 하고... 주경야독의 고충이야 뭐 예상하긴 했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더라.
그래도 얻은 게 많았다
그래도 AI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AI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최근들어 빠르게 변하는 현재 진행형인 학술이다 보니, 원리를 알아가는 이론적인 부분도 너무 좋았고 미친듯 쏟아지는 논문을 분석하면서 현업에 적용할 것들을 알아가는 실무적인 부분도 도움이 많이 됐다.
아직 한 학기가 더 남았지만 지금까지는 대만족. 투자한 돈, 시간, 노력이 10여 년 뒤 나에게 엄청난 결과로 다가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 회사에서도 AI 전환이 여기저기서 진행되는 중인데, 예전에는 AI 관련 이야기할 때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내용으로만 떠들었다면, 이제는 그래도 AI를 언제 어떻게 어디에 써야 할지 주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AI가 대세다" 이런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더라.
그런데... 그나저나 하반기에는 해야 할 AI 프로젝트가 2개, 대형 프로젝트가 1개가 이미 결정된 상황인데.. 마지막 학기 과연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_-
20년차의 고민
돌이켜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20년 전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시간은 많았지만 돈도 없고 용기도 부족했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는 생겼지만 시간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크다. 하지만 AI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특히 방송국에서 일하다 보니 미디어 산업이 AI로 인해 어떻게 변할지 몸소 느끼고 있거든. 이대로 가다간 정말 도태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컸다.
무튼, 지금까지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남은 한 학기와 하반기 프로젝트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긴 하지만 말이다. 중년의 뒤늦은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그때까지는 일단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