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보다 구조

로켓을 보다가, 끝까지 버티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by JP 정표

사람들은 로켓 발사 장면을 보며
불꽃이나 속도를 먼저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크고, 빠르고, 눈부신 것에

먼저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하게 다른 것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큰 것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올라갈까.
저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 있을까.
그 많은 것들이 흔들리지 않게 도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오래 한 일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
분명한 결과,
박수받는 순간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마음이 생겼습니다.


화려하게 시작하는 것보다
끝까지 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


크게 빛나는 것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더 대단하다는 것.


멀리 가는 힘은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저는 반도체 일을 오래 했습니다.
아주 작은 것들을 안에 더 많이 담고,
서로 단단히 연결하고,
열과 압력, 뒤틀림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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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것이
그저 기술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사람 사는 일과도 조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무언가를 더하려고 합니다.
더 좋은 능력,
더 나은 조건,
더 많은 성취,
더 멋진 겉모습.


물론 그것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람을 오래 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을 더 가졌느냐보다
무엇이 안에서 버텨주느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마음,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관계,
뜨거운 시간을 지나도 형태를 잃지 않게 해주는 중심 같은 것들.


로켓을 볼 때마다
저는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불꽃을 보지만,
저는 그 안의 구조를 상상하게 됩니다.


무엇이 저 큰 것을 끝까지 밀어 올리는지.
무엇이 저 무게를 견디게 하는지.
무엇이 흔들림 속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게 하는지.


아마 사람도 비슷할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힘은
늘 가장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오래 남는 힘은
대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조용히 붙어 있는 것,
보이지 않게 버티는 것,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


살다 보니
그런 것들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무언가를 화려하게 시작하는 사람보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도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 사람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기술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습니다.


무엇을 더했는가 보다
무엇이 끝까지 버텨주는가.


요즘 제가 자꾸 보게 되는 것은
바로 그쪽입니다.


불꽃은 잠깐 눈을 사로잡지만,
멀리 가는 힘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연결에서 나오는 것 같아서요.


— JP 정표 | Etch the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