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결혼에 있어 중요치 않은 것이 없지만, 또 결혼식보다 중요한 것이 더욱 많겠지만
그럼에도 결혼에서 가장 상징적인 부분은 누가 뭐래도 '결혼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준비하는 신랑 신부에게 결혼식은 하나의 큰 프로젝트처럼 다가온다. 예식을 올릴 장소, 입을 드레스, 식사, 초대 등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뿐인가. 결혼 준비는 일상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집중해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본업을 하면서 주말에, 혹은 쉬는 시간을 쪼개가며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예식 비용이 적지 않으니, 불안감은 더해진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별일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그때에 나라고 달랐을까.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이니, 주인공이 하고 싶은 대로 다 맞추겠다 선언했던 나였지만, 참 사소한 부분을 가지고도 다투기도 했다.
결혼식 준비는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다투고, 토라지는 것이 아니다.
기쁜 마음과는 별개로 손길과 마음을 써야 할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정말로 내 유튜브, 인스타그램 할 것 없이 모든 알고리즘이 결혼식에 관련된 정보들로 넘쳐났었다.
결혼식 당일에 준비해야 할 것들부터 시작해서 신랑 입장할 때 주의점까지.
뭐가 이렇게 준비할 것도 많았고, 또 주의해야 할 것도 많았는지.
그러한 정보글들은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그 정보와 함께 불안도 조금씩 섞여 들어온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부모님은 축복 속에서 하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어떻게 해도 잘 끝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런 위로가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결혼식 당일을 떠올려 보면, 막상 걱정할 시간도 불안해할 시간도 없이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바빴다.
예식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사진 촬영이 시작되고, 한 분 한 분 오는 손님을 맞이하다 보면 예식시간이 다가온다.
그럼 그렇게 정신없는 상태에서 입장할 때즈음, 긴장과 떨림이 더해지지만 입장하는 순간에 모든 것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새도 없이 결혼식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
물론 몇 가지 예기치 못한 변수나 실수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으론,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은 열정이 너무 넘치셔서, 생각보다 사진을 찍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순간도 있었다.
또한 헬퍼 이모님이 넘칠 정도로 신경 써주시는 바람에 오히려 정신없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절대로 안 울 것 같았던 내가 펑펑 우는 바람에 결혼식 사진에 내 눈과 부모님 눈은 뻘겋게 나와있다.
그 외에도 참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준비한 음식이 끝에는 조금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후에 들려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말씀대로, 또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의 조언대로 모든 것이 다 축복 속에서 잘 마무리됐다.
결국 결혼식은 그렇게 감사와 웃음 속에 기억되었다.
내가 너무 펑펑 울어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만큼이나 나의 울던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결혼식은 입장 때 펼쳐진 감정과 풍경에서 시작하여 감사함으로 끝이 난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웃고 있는 사람들과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웃음소리와 환호 소리.
그렇게 난 축복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짧은 시간에 내 마음을 채운 것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고개를 숙이지 말아야 한다, 어깨를 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아니었다.
오로지 감사함에서 비롯된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내게로 다가오는 신부 입장까지.
벅차올라오는 감동과 환희 앞에서 작은 불안과 보잘것없는 실수는 다 쓸려내려가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차오르는 감동과 또한 감사로 일정을 채우고, 모든 일정 후에 잠들면
밤새 꿨던 달콤한 꿈보다 어제 있었던 모든 일이 꿈처럼 느껴질 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준비한 신랑 신부들.
이젠 축복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누가 뭐래도 그 순간의 주인공은 그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