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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훈 Dec 31. 2015

Are you ready for Netflix?

빅데이터의 진정한 강자가 온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넷플릭스(Netflix)의 한국 진출이 현실화되는거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내년 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을 하였는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다, 아닐 것이다 참 여러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라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넷플릭스의 발표를 계기로 넷플릭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어떻게 사용자의 경험을 바꿔왔고 바꿔나갈 것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도대체 넷플릭스가 뭐길래? 


넷플릭스는 1997년에 DVD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우편 배달이 서비스의 핵심은 아니였고 ‘정액제’가 핵심이었죠. 젊은 분들은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 많겠지만 예전에 영화를 보는 채널은 극장 아니면 비디오였습니다.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빠르면 몇 개월 후에 비디오로 출시돼 비디오 가게에서 대여할 수 있었죠. 비디오 하나 빌리는데 대략 2박 3일에 2,000원 정도의 가격이었구요. 문제는 반납 기간이 지나면 연체료가 붙게 되죠. 


넷플릭스의 탄생 스토리를 봅시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가 엄청난 영화광이였는데 영화 ‘아폴로 13’을 빌려본 후 반납을 하러 갔는데 반납일을 놓친 지 6주나 지나 40달러의 연체료를 물고 난 후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헬스클럽처럼 정액을 지불한 후 비디오를 빌려볼 수 없을까?’라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 넷플릭스를 시작했을 때는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한 건 아니였습니다. 다만,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이었죠.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 


당시 이용방식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면 Queue (일명, 장바구니)에 저장이 됩니다. 이용 요금에 따라 한번 배달받을 수 있는 DVD 수량이 다른데, 예를 들어, 내가 한번에 세 개를 배달받을 수 있다면 제일 먼저 Queue에 있는 세 개의 타이틀이 집으로 배달됩니다. 영화를 다 본 후에는 배달되었을 때동봉된 봉투에 DVD를 넣고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이 DVD가 반납이 완료되면 Queue에 남아있는 또 다른 타이틀 세 개가 배달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정해진 대여기간도, 연체료도 없습니다. 


흔히 정액제라고 하면 공급하는 쪽에서 굉장히 손해를 볼거라고 생각하실텐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필자가 2000년대 중반 미국에 있을 때 직접 이용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일단 DVD가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가 걸립니다. 배달받은 DVD를 하루 혹은 이틀에 다 본다고 하면 한 사이클당 3 – 4일이 소요되니 기껏해야 한달에 8 – 10개의 사이클이 생깁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영화만 보지 않는 이상 개인이 볼 수 있는 수량은 한계가 있으니 공급하는 쪽에서도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 해가면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겁니다. 


두 번째 혁신 


‘정액제’와 ‘우편배달’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도입한 넷플릭스의 등장은 당시 시장 1위 비디오 대여 업체였던 ‘블록버스터’를 몰아내기에 이릅니다. 첫번째 승부수는 당연히 가격이라고 봐야겠죠. 연체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넷플릭스의 손을 들었습니다. 

                            넷플릭스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블록버스터 (Blockbuster Video)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더 놀라운 혁신은 처음 사업을 시작한 후 10년 후에 일어납니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이 바로 그겁니다. 인터넷 스트리밍으로의 전환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환경, 스마트폰의 등장 등으로 이미 패러다임은 스트리밍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그 혁신이 다른 경쟁자가 아닌 넷플릭스로부터 이뤄졌다는게 새로운 거였죠. 


인터넷 스트리밍은 누가 봐도 기존 DVD 대여사업의 수익을 갉아먹을 게 뻔합니다. 많은 분들이 혁신을 이루어내는 것은 어렵다고들 말하는데 사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닙니다. 안하는 것에 가깝죠. 앞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뚜렷이 눈에 보이니까요. 리드 헤이스팅스의 신의 한수라고 봐야겠죠. 어차피 세상은 변할거고 남에게 뺏기느니 내가 헌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 태어나 그 시장도 장악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먹힐까?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이긴 하지만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서비스도 아닙니다. 이미 통신 3사는 온라인/모바일 모두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여러 대기업, 방송사, 포털 등도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니 해외 컨텐츠에 대한 수급에 있어서는 국내 업체보다 유리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로컬 컨텐츠를 얼마나 경쟁력있게 제공하느냐도 성공 요소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시장 환경이 특별히 넷플릭스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기간에 시장에 영향을 크게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나름 미드에 있어서는 heavy user라 자부하기 때문에 10불 정도의 월정액이라면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통신사의 IPTV 서비스와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미드를 좋아하는 특정층의 소비자 외에 다른 계층까지 파고들기에는 좀 부족한 듯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미드 컨텐츠에 대해서도 이미 국내 다수의 소비자들의 속칭 ‘어둠의 경로’를 통한 컨텐츠를 공급받는데 익숙해져 있기에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도 숙제이기는 하구요. 


 빅데이터를 이용한 추천 기능 

                                             2016년 1월 한국시장 진출 예정인 넷플릭스(Netflix)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예상한 바와 같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 또한 50:50입니다. 그런데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는 걸까요?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인 것 같은데 말이죠. 아닙니다. 달라도 너무 다르고 무엇이 다른가를 아는 사람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 비디오 가게에 갔을 때를 상상해 볼까요? 가게에 들어서면서 ‘이번에는 뭘 빌려봐야지’ 생각을 하고 가겠죠. 아니면 별 생각없이 들어갔다가 눈에 띄는 타이틀, 아니면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 주는걸 빌려볼 수도 있구요. 아마도 머릿 속에 리스트를 쫙 갖고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때는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장이였습니다. 지금의 서점을 생각해 보세요. 어차피 가게 공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팔릴 만한 상품을 깔아놔야 하죠. 이번 주에 출시된 신작이 일단 쫙 깔려 있을 겁니다. 어차피 주인 아저씨가 진열해 놓은 걸 따라갈 수 밖에 없고 내가 보고싶은 영화가 있다고 해도 주인 아저씨가 없다고 하면 끝이죠. 굉장히 소비자에게는 수동적인 모델입니다. 


넷플릭스는 추천 기능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는 기능이죠. 쉬울거 같죠? 친구랑 영화볼 때 경험해 보셨죠? 서로가 취향이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릴러나 미스테리 장르를 좋아합니다. 저같은 사람에게 ‘살인의 추억’이나 ‘세븐’같은 영화를 추천해 주는건 추천이 아닙니다. 스릴러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 영화들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처음 2007년에 넷플릭스에 가입해서 몇 번 이용을 했더니 저에게 ‘Fracture’란 영화가 추천이 되었더군요. 스릴러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미개봉된 작품이더군요. 여러분이 잘아시는 안소니 홉킨스와 지금은 A급 반열에 올랐지만 그때는 신인이었던 라이언 고슬링이 나오는 작품이었는데 무언가하고 배달을 받아서 봤더니 꽤나 흥미있는 영화더군요. 긴장감도 대단하구요. 전 그때까지 누구에게 그런 추천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치 날 잘아는 누군가가 내 마음을 꽤뚫어보고 선물을 안겨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넷플릭스는 선택의 주도권을 소비자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강력한 추천 기능으로 말이죠. 아무리 영화광이라고 해도 세상 모든 영화를 다 꽤뚫고 있을 수가 없는데 넷플릭스는 이 고민을 해결해 주었고, 그 대가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흔쾌히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굉장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수학을 전공한 사람인데다 굉장한 실력의 데이터 과학자들이 사내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 넷플릭스 본사에 근무하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 분이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서 설명하시는 걸 들었는데 나름 공학을 전공한 제가 들어도 어렵더군요. 


권력의 이동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단순히 최적의 추천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났을까요? 넷플릭스에서 자사 고객에 대한 데이터 분석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몇 가지 단어를 추출하였습니다. ‘스릴러’, ‘데이빗 핀처’, ‘정치물’, ‘케빈 스페이시’ 같은 단어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 결과물이 뭔지 아시죠?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란 드라마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많이 만들어낸 드라마죠. 많은 소비자들은 편당으로 방영되었던 드라마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중을 파악하여 에피소드 전편을 한 번에 릴리즈해버렸죠. 작품 수준도 상당해서 에미상 후보로도 올랐던 작품이구요. 그동안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다른 사람들이 갖고있는 컨텐츠를 라이센스만 구매하여 서비스했는데, 넷플릭스는 아예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새로운 풍토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방송사에서 만들어주는데로 봤고, 틀어주는 시간에 봐야했죠. 넷플릭스의 진정한 위력은 기존에 공급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권력을 소비자에게로 옮겨왔다는데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데이터 과학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말이죠. 영화를 추천해 주는 것도, 어떤 드라마가 인기 있으며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보고싶어 하는지까지 모두 데이터를 갖고 말입니다. 


데이터는 참 무서운 겁니다. 기존의 큰 목소리로 생존해왔던 사람들이 더 이상 힘을 갖지 못하게 만듭니다. 드라마 국장이 새로운 트렌드 파악 못하고 막장 드라마나 만들자고 우기면 데이터를 들이밀면 됩니다. 현재의 사람들은 무엇을 보는지, 무슨 키워드를 검색하는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는지 등이 데이터로 다 나오기 때문에 더 이상 큰 목소리로는 권력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데이터를 가진자가 권력을 쥐는 겁니다. 그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은 바로 소비자구요. 


긴장하는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때 변할 수 있는 권력 구조가 현재의 기득권자들에게는 별로 맘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방식은 제조업 마인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폄하하는게 아닙니다. 싸게 만들고 열심히 만드는 마인드로는 앞으로의 전쟁에서 버텨나가기가 힘듭니다. 제품에 녹아들어가는 확실한 가치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이 없다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대여해 본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고객에게 새로운 영화를 추천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고 하면 어떤 영화를 추천해 주어야 할까요? 도대체 고객은 이 영화를 왜 본 것일까요? 스릴러 팬일까요? 송강호의 팬일까요? 아니면 그냥 극장에서 못봐서 비디오로 빌려본 것일까요? 아니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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