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테랑 2> 후기
안녕하세요 종로삼가아코디언입니다욧! 9월 기대작이면서도 추석 휴일에 맞춰 개봉한 영화 <배테랑 2>를 보고 왔습니다!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기다려온 작품인 만큼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이번엔 어떤 빌런이 나오며, 어떤 명대사들을 남길까 궁금했었는데요. 영화는 예상과 아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어.. 매우 아니.. 조금은 안 좋은 쪽으로요. 한번 찬찬히 짚어보죠.
먼저, 이 영화의 후기를 보면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시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저는 특히 남산 추격신을 기준으로 초반부와 후반부의 감상이 조금 달랐는데요. 굉장히 어수선한 오프닝에서는 몇 차례 퇴보한 것 같은 수준의 연출이라고 느꼈고, 중반부에 '해치'가 누구인지 그 윤곽이 확실해지고 나서는 돋보이는 장면들이 보였습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반가움' 정도가 되겠더군요. 이에 관련해서는 뒤에 더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나서는 영화의 로고를 보여준다'라는 공식은 이미 많은 관객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보통 오프닝에서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미리 암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그런데 저는 단추가 여기서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말하고 싶네요. 전작의 오프닝에서는 답답하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습니다. A - B - C로 이어지는 작전에서 중고차를 사고 도심의 빌딩도 보여주며, 범죄자를 잡는 액션신까지 깔끔하게 선보입니다.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가더라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잠입과 잠복을 통해 여유로움을 겸비하며 악당을 잡는 모습을 한 번에 보여줬고 덕분에 광수대의 성격과 실력을 관객들에게 잘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잠입을 했으나 금방 들통이 났고, 잠복을 했으나 차 사이에 끼어서 허둥대는 몸개그를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복잡하고 좁은 건물 내에서의 카메라 연출은 답답함을 넘어서 불편했습니다. 허둥대는 것은 걸려서 도망치는 빌런들이면 충분하지, 형사들과 경찰들까지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거든요. 멋지다 할만한 장면은 아예 없었으며, 전에 보여줬던 서도철 형사와 그의 동료들은 실력이 녹슬기만 했습니다. 장윤주님의 이단옆차기는 코미디 씬으로 썼지만 안타깝기만 했고, 자빠지는 형사들과 범인을 앞에 두고 농담 따먹기 하기 그리고 항상 늦게 도착해서 상황을 마무리시키는 오달수님은 이번엔 총체적으로 무능력한 형사들로 비췄습니다.
(떨어질 뻔한 서도철 형사를 다 같이 응원할 때,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상황은 종료되며 서도철 형사가 '형님 밥 먹으러 갑시다~!' 말하고 나서, 배테랑 2 로고와 함께 슬로우모션걸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유머와 재치 그리고 여유로움을 겸비한 배테랑 형사들이 이젠 퇴물이 되었음을 오프닝부터 선보인 겁니다.
전작에는 짜장면이었지만, 2편에는 오히려 컵라면 스타트를 끊은 형사들 그리고 입에 달고 다니는 대사 '아 너무 힘들어', '아 너무 피곤해'. 저는 안타깝게 보며 공감하는 게 아니라 벌써 빌런 잡기 전에 같이 지쳤습니다. 분명 어떠한 메시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근데 대사의 주기가 5분에 한번 꼴로 나오거든요. 형사 서도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것에는 반감이 없습니다만, 영화를 본다는 것이 한 직업의 노고를 알아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서요.
더군다나 광수대의 움직임을 보다 배제하고 서도철 형사의 원맨쇼 비중이 많이 차지하게 되어 억지로 그의 삶을 따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에 어수룩한 그의 모습이 부각되니 예전처럼 유머러스한 모습이 아니라 수사에 진전이 없는 안타까운 마음만 앞섰습니다.
상영관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보니 제 옆에는 다른 가족분들 일행이 보이더라고요. 제 바로 옆에는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아들내미가 앉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어요. 전작에서도 몇몇 인상찡그릴만 한 장면이 좀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거든요. (추락 씬, 폭력 씬, 마약 씬 정도) 이 아이는 곧 옆에 앉으셨던 어머니의 품 안에 들어가 보기 힘들어해 보였습니다.
이번에 왜 그랬던 걸까요. 해치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이해가 어느 정도는 됩니다만, 형사 분들이 더해요. 발표할 때나 수사할 때 자료를 보여주는데 유독 잔인한 장면들이 클로즈업되고 스크린에 노출되는 시간이 매번 깁니다. 아니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같은 장면이라도 각도만 다르게 해서 반복되어 노출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걸 수도 있고요. 단순히 설명을 하는 장면들에서는 가볍게 지나쳐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토 자국이랑 주사기가 놓인 몇몇 장면들은 정말 보기 힘들었습니다)
눈 빼고 다 가렸지만, 관객 모두가 눈치챘던 해치의 정체. 오히려 이런 등장이 뒤에 반전을 꾀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척을 하고 봐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애초에 알고 상황을 보니 그렇다 할 의미 있는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부 회식 장면에서 주인공들의 얼굴을 확대하고 화면에 반반씩 채운 장면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정해인 배우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분명 맥거핀이거나 다른 빌런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니었죠. 생각에 꼬리를 무니 기대를 하게 되고 스스로 아쉬움만 가졌던 것 같습니다.
빌런의 서사에 대해서도 아쉬웠습니다. 경찰의 자경단원 활동은 그저 사이코패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태오를 잡은 서도철 형사를 따라 경찰의 꿈을 키웠다던데, 그저 말 뿐인 대사였습니다. 만약에 전작에서 구해주었던 트럭기사의 아들이 커서 경찰이 되고, 그릇된 정의로 인해 비질란테가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서도철 형사도 범죄를 죽도록 싫어하니 해치의 행동에 그리고 그의 서사에 고민하는 연출도 매끄럽게 등장하지 않았을까요?
비질란테의 활동은 정말 나쁜가?라는 질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은 아마 '배트맨'이 아닐까 싶습니다. 범죄의 도시라고 말하는 고담에서 직접 악을 처단하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패는 그는 항상 스스로도 고민하며, 그 방식의 변화까지 꿈꿔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활동에 옳고 그름을 제시하는 쪽은 다른 범죄자였죠. 바로 '조커'라는 캐릭터를 통해서요. '너는 사람을 패고 나는 사람을 죽이는데 그 차이가 있다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말에 배트맨의 존재는 선악의 기준이 무너지며 항상 위기를 겪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과업을 위해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은 처단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나의 일관적이면서 동시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기준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조커처럼 답을 하는 역할은 서도철 형사였고, 역으로 질문을 하는 역할이 아니라 답을 제시했죠.
(죄는 짓고 살지 말자. 그래도 범죄는 아니다.)
배테랑 2에서의 빌런, 해치는 일관성이 있어 보이면서도 엔딩에서의 납치극 때문에 그 당위성이 사라졌습니다. 고민의 여지없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저 퇴색되었습니다. 서도철 형사의 아들은 무슨 죄를 저질렀을까요? 없습니다. 외국 여성은요? 없습니다. 여론의 응원을 받으며 심판대에서도 살아남은 비질란테의 숭고한 활동은 순식간에 사이코패스의 악행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쩌면 힘을 실어줄 용도로 외국 여성이 실제로 가해자였다는 설정이 조금 더 납득이 갑니다. 결국 비질란테는 나쁜 사람들에게만 벌을 준 사람이 된 거죠. 시종일관 이어지는 메시지랑도 잘 어울리고요. 그랬다면 마지막까지 해치에게 잣대를 들이대기가 힘들어졌을 겁니다.
불편한 장면들과 납득하기 어려운 몇몇 연출들 그럼에도 재미가 없진 않았습니다. 2시간 정도의 스크린 타임 동안 한 번도 시간을 궁금해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는 줄거리의 속도가 굉장히 안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님 특유의 카메라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예전의 영화 '부당거래'에서도 보였던 인물을 두고 저 멀리 줌아웃시키는 관점이라던지, 애매하게 화면 각도를 비틀어 비가 오는 장면에서 수사의 어려움을 부각했던 장면들이 '반가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 '범죄도시 3'의 내부자 빌런 혹은 드라마 '비질란테'의 캐릭터와 같이 비슷하지만 색다르게 표현되었다는 점도 꼽아볼 수 있겠고요. 쏟아지는 비 아래의 액션 씬 또한 독보적이어서 확실히 이 분야에 독보적인 재능이 보였습니다.
광수대 조연들의 아쉬운 비중과 대사, 전작의 명대사가 재등장했지만 타이밍이 항상 어긋났다는 점(판 뒤집혔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 서도철 형사의 아들의 존재 의미, 예상외로 비중이 많은 인터넷 방송 컨셉, 안보현 배우님 등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만 줄이겠습니다. 9년 만의 후속작이어서 제가 기대가 많이 컸던 것 같습니다. 추석 명절에 맞춰 나온 만큼, 전 연령대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네요.
그런데 콤콤한 강아지 발바닥 냄새처럼 왜 계속 생각이 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