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 원> 후기
안녕하세요 종로삼가아코디언입니다. 애니메이션에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이야기라고 하니 관심이 가질 않았었는데요, 그럼에도 항간에 들리던 소문에는 '시사회 때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라는 이야기가 있어 한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지구에서 지지고 볶던 친구들이라 이번에도 처절하게 싸우다 끝나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으나 실체는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몇 가지 포인트를 뽑아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상당 부분 코미디가 포진되어 있습니다.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빠른 반전에 기반한 코미디를 선보입니다. 안될 것 같은데 하면 되고, 될 것 같으면 안 된다던지, 누군가의 이름을 얘기하면 곧바로 등장하는 식으로 연속 코미디 잽을 날립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전형적인 클리쉐에 기반했지만, 코미디만큼은 평소에 보던 클리쉐를 비트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코미디의 설계가 자체적으로 재미를 준다는 것 외에도 굉장히 속도감 있는 전개를 가져다줍니다. 코미디를 위한 빌드업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그만큼 빠른 장면 전환과 더불어 군더더기 없는 연출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코미디 씬은 범블비의 로봇친구들 소개 장면이었어요. 너무 외로운 나머지 쓰레기 고철 부품들로 인형을 만들죠. '에이에이트론'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성우 '키건 마이클 키'의 코미디와 연결됩니다. (일종의 배우 개그, '키앤필'이라는 코미디 유튜브인데 관련 링크는 아래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름을 이상하게 부르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짧은 코미디 영상에서 차용된 것 같네요. 관련 리뷰나 다룬 사람이 없어 같이 공감을 못해 아쉬움만 있는 상태입니다 허허.
https://youtu.be/OQaLic5SE_I?si=WRaqXSyO_Ol7RUfN
여담으로 '키앤필'에서 키건 마이클 키님은 배우로서 더욱 활동하시고, 조던 필님은 감독으로서 왕성히 활동하시는 게 눈에 보이네요!
성우진들 정말 빵빵합니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잔망스러우면서 유쾌한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특히 한 종족의 새로운 리더가 되면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할 땐, 그 미묘한 차이가 상당한 연기 내공을 증명했습니다. 실사판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성우가 후반부에 대역을 했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에 성우 리스트를 한번 훑어봤었는데도 다들 케릭터에 찰떡처럼 연기를 해주시니 배우분들의 모습이 일절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분들의 목소리는 몰입감에 한 80퍼센트는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관련 영상 또한 아래에 있습니다.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https://youtu.be/dfQoGWb9iSo?si=Q8YENmNgMaNsQ4YC
한 번쯤은 다루면 좋았을 거대 프랜차이즈의 프리퀄. 그 영화가 특히나 애니메이션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에서 있는 일은 지구인의 눈높이로 보는 것이 가장 공감되겠죠. 전에 저희가 보던 실사화 영화들이 이에 해당될 겁니다. 그렇다면 로봇 행성에서의 일들은 그들의 눈높이가 되어야 할 텐데, 그런 한계를 애니메이션으로 잘 극복한 모양입니다. 오프닝부터 행성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거부감 없는 CG를 보여줍니다.
'엄청 대단한 기술력이다!!' 정도는 아니고요, 최근에 나온 3D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최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불쾌한 골짜기도 있었나? 물어보신다면.. 음 하나 정도 있네요. 가끔 로봇들 얼굴 클로즈업할 때는 어딘가 어색하더라고요. 다른 팔다리는 자세히 묘사해 놨는데, 얼굴만 마네킹 이목구비처럼 뭉뚱그려놔서 하하.
약간은 갸우뚱거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 그들의 이야기. 시작부터 금쪽이의 행실을 보여주는 '옵티머스 프라임'은 자신의 존재의의를 찾으며, 광부로서의 위치 그 이상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피해를 줄 때가 꽤 있어서 어떻게 오토봇들의 리더가 될까 싶었지만,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올 때 역시 자질을 가지고 있긴 했구나 싶었습니다. 대장자리 꾀 차자마자 '범블비'랑 '엘리타'를 고속 승진시켜준 것은 비밀, 선조들이 메트릭스를 주면서 그러라고 하진 않았을 텐데
특히 '메가트론'의 이야기가 저한테는 크게 와닿았는데요. 전작들과의 관계가 없는 독자적인 작품이라지만, 애초에 악당으로서 먼저 접한 그들을 곱게 보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충성심 있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케릭터는 '메가트론'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분노가 이해되며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덕질을 해도 본인 선조를 덕질했으니 말 다했죠.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순신 장군님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다니는 수준)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아보자면, 절벽에 매달린 친구의 손을 놓고 더 이상 본인의 신념에 타협이 없음을 선포한 장면이 아닐까요?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며 눈빛이 변했을 때, 분노의 표출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뒤이어 이 둘의 교차편집도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암시한 연출로서 훌륭했습니다.
메가트론의 부하들이 알고 보니 고위층 기사들이었다는 것도 좋았고, 시종일관 가볍지만은 않았다는 점 그리고 104분의 길지 않은 상영시간 등등 좋은 포인트들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철학적인 메세지도 담겨있고, 영화 보면서 '설국열차'도 생각나기도 했답니다. 다 좋은 감상으로 이어지는 요소들이었어요. 아마 실사화된 영화들까지 다 보셨던 분들이라면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내고 좋아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지인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