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자리가 글을 쓰는 이유

기존의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기

by 우아한 물병자리

먼저 내 필명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어렸을 적 나는 별자리 별 성격이나 운세 읽기를 좋아했다.

혈액형보다 별자리를 더 믿었던 것은 우선, 인간을 네 가지가 아닌 열 두 가지로 세분화한 것이 아무래도 더 정확할 것 같았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인지라 태어난 시기에 따라 하늘의 기운으로 타고나는 기질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별자리나 혈액형에 대한 풀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믿는 것 자체를 한심하게 보거나 혐오하는 사람도 있음을 안다.

하지만 나는 '물병자리'의 특성을 읽을 때마다 일관되지 않은 나의 기질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음이 놀라웠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 또는 내가 추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맞아, 난 그런 사람이야."하며 위안을 삼는다거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병자리의 많은 특징 중 특히 내가 공감했던 몇 가지는,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정열을 전적으로 한 인간에게 쏟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보편적인 견해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며, 누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려는 기질이 있다."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은 냉소적이며 고집스럽고 독립적이다. 반면, 사교적이며 부드럽고 동정적이며 순진한 면도 있다."

"평범하지 않은 창조성의 소유자이며,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등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의 어느 보수적인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 내 꿈은 글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취업을 결심한 것도 풍부한 글을 쓰기 위해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입사를 했다.

다행히도 회사는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 처음 월급을 받았을 때는 놀면서 돈 버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고, 명절에는 빨리 출근하고 싶어 연휴가 끝나길 바라기도 했다.


그렇게 적응하기 시작한 직장...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왜 회사를 다니려 했었는지 그 이유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바쁜 업무에 생각하는 법을 잃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업무 스킬이 늘어난 만큼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멀어져 있었고, 점점 나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회사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기존의 삶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

내년 5월까지 휴직을 하게 되면서 내 안의 물병자리 근성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라고... 네가 원하는 삶을 끊임 없이 찾으라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면의 소리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우아한 물병자리'로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은 스스로의 다짐을 깨지 않고자 하는 나의 의지다.

물병에 가득한 물로 삶에 대한 갈증을 적셔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