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행동에 대한 소회
톡이 왔다.
아무 생각없이 평소 보내듯 타이핑질.
뭔가 눈에 거슬린다.
'ㅋㅋㅋ'
대화 중간중간은 물론 문장의 시작과 끝에 ㅋㅋㅋ가 난무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뒤져봤다.
'어디쯤이야?'
'ㅋㅋㅋ 한남대교 건너ㅋㅋㅋ'
'이따 회의 오시죠? 발표자료 전달부탁드려요'
'ㅋㅋㅋㅋ 네엡'
'저내일개인업무로 휴가입니다. 참고해주세요'
'ㅋㅋㅋ 네 잘 쉬고 오세요.'
.
.
.
뭔가 잘못됐다.
ㅋㅋㅋ성애자가 되어 버렸다.
무슨 연유로 이렇게 자각하지 못하고 ㅋㅋㅋ를 써댔던 걸까
뒤져보니 진짜 육성으로 터질 정도에서는 '하하하하하하악' '아하흐흐흐흑헉헉' '냐학하하하하학' 등
으로 쓴 걸로 봐서 ㅋㅋㅋ는 진짜 웃겼을 때는 그다지 사용한 어휘는 아니었던 듯 싶다.
지인 관계에서 사적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만 ㅋㅋㅋ를 쓴걸로 봐서 '나 너랑 친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도구였나보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목적만 말하기 뭔가 좀 미안했던 듯 싶다.
마치 실생활에 '음', '저기' 등의 습관적 말투와 유사하기도 하다.
대화에 딸랑 ㅋㅋㅋ만 대답한 경우를 보면 읽씹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대화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지 않은 '반응은 있되 의미는 없는' 대화에 행간의 침묵을 지우는 용도도 있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보통은 ㅋㅋㅋ 이후 대화가 끊겼다.
친구 사이에서는 누군가의 의견이 있을 때 ㅋㅋㅋ를 쓰기도 했다. 동의는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닌 상황이기도 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기도 했다.
곤란한대 말이지, 거절하긴 애매하고 그렇다고 ㅇㅋ를 날리기도 애매한 상황.
ㅋㅋㅋ 말고 적절하게 대답할 것이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괜히 ㅋㅋㅋ에 꼿혀서는 지나온 문자를 뒤져보니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부잡시러운 것이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남발하고 있었다. 대화 중 ㅋㅋㅋ만 지워도 뭔가 심플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조금 건조한 느낌은 지울 순 없었다.
키보드 왼쪽 아래 ㅋ 버튼은 엄지 손가락이 누르기 참 좋은 위치라 자석처럼 다가가는 것을 잡기가 여간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무의식적 습관을 의식적으로 자제는 해야겠다.
괜히 실성한 놈처럼 아무대나 웃어대는 헤픈 대화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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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이 왔다. 절친이다.
'이따가 어떻게할거야? 올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자제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