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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13. 2024

어째어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1

1-3일 차 / 작가 등록/ 글쓰기/ 발행  


어째 어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일기 쓰기, 시 쓰기, 수필 쓰기, 아이들 일기 답 글 써주기 매일 뭔가 쓴다. 정년이 한 해 한 해 다가오더니 딱 2년이 남았다. 퇴직 후 적어도 30년은 더 살 텐데 뭐 하며 살지?라는 퇴직자 공통과제를 안고 이번 방학에는 뭔가를 시작해야지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천천히 지나온 나의 삶을 정리하며 퇴직 후의 나의 삶을 새롭게 시작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이제 작가도 되었겠다, 매일 쓰는 글 그냥 써 올리면 되는 거지겠지.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쓰는 것과 작가란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자신 있게 달려들었다가 지금 코피 터지고 있다. 방학이기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SNS 활동도 하지 않고 그저 카톡이나 문자 주고받는 게 전부인 데다 유튜브도 안 보는 터라 도무지 낯선 시작이다. 남들에게 나를 공개하는 게 조금 겁난다. 매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서툴지만 마음도 활짝 열린 게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안 된다. 까짓 거 해보지 뭐.


일단 등록을 시작했다.


 내 이름 석 자 ‘신 정 애‘를 서류작성 하듯 정직하게 썼다. 이름처럼 정해진 것은 쉬운데 그다음 작가 소개 –어려울 것 없는 것 같지만 당하면 자신이 누구라고 말하기 힘든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쓰는 게 중요하다는데 그것부터 막혔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 빼고는 딱히 쓸 게 없었다.      

직업 선택을 하라는데 그것도 교사 – 그것 말고는 없다. 주부? 그게 중요하나 글을 쓰는 게 중요하지 –      


응원받기가 뭐야? 일단 하라는 대로 하고 보니 돈으로 응원을 받는 거다. 돈이 생긴다니 솔깃은 했지만 –이건 안 될 말이야, 나는 현직교사이고 내 글을 읽는 지인들에게는 부담을 주게 될 거야. 바로 취소 - 댓글은 허용.


 프로필 사진은 얼굴 정면이 아니면서도 느낌이 있는 사진으로 넣으려고 보니 잘 없다. 그 중에서도 제일 예

쁜 사진을 택했다. 풍경이나 그런 것으로  해도 괜찮다는데  아니, 그렇게는 안하고 싶다. 

     

등록완료! 브런치에 내 주소가 생겼다. 주소를 바꾸고 싶으면 바꿔란다. 아니요 – 그냥 할 거예요. 아무것도 안 건드릴 거예요. 그렇게 뭔가 자꾸 시키는 말과 설명이 나올 때마다 겁이 나요.


드디어 글쓰기 시작


제목을 넣어란다.  소제목, 주제 – 이건 내가 먼저 어떻게 쓸지 계획을 하고 있던 거라서 쉽게 넣었다. 주제가 ‘내가 박살 낸 것들’이고 소제목들로 써 놓은 글을 작가의 서랍에 넣어 저장했다. 그랬더니 목차에  ‘내가 박살 낸 것들‘ 만 주르르 있었다. 소제목을 커버에 쓰고 주제가 아래 작은 글씨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깨우쳤다. 커버 색깔을 바꾸는 기능도 있어  기뻐했다.      

이미 써 놨던 글인데도 몇 번씩 읽고 검토하고 적절한 말을 찾고, 말 순서를 바꾸고 , 어떤 건 삭제하고, 다시쓰고 제목을 몇 번 바꾸기도 한다. 다 된 것 같아도 다시 보면 또 고칠게 생긴다. 그렇게 최종이라고 생각하고 '처음의 식사'를 브런치 스토리에 발행했다. 


그렇게 첫 글을 발행했다.


핸드폰 은 눈이 아롱거려 글씨가 잘 안 보일 뿐 아니라 자판을 터치가  둔해 오타 투성이라 처음부터 컴퓨터에서 글을 썼다.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일지 보여 주는 기능도 있다. 그건 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독자는 핸드폰으로 글을 읽는다고 한다. 왜 그 기능이 있는지 알겠다. 

글을 올리고 핸드폰으로 보니 PC에서는 몇 줄 안 되는 글이 길게 보인다. 문단을 짧게 줄여야 한다. 고전 소설에서나 쓰는 자세한 묘사를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내가 배운 글쓰기 형식 같은 것은 따지지도 않는다. 현실 글쓰기를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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