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난다

by 구기리

나의 글에는 외로움이 묻어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마음이 찢어질 듯한 외로움이 느껴져서 괴로웠다고. 미안했다. 외로움을 전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외로움을 원한 적은 없었다. 다만 피할 수 없었다. 불가피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불안했던 마음, 그 틈새로 깊숙이 파고든 것들이 있었다. 사소한 글에도 그것이 배어 나왔다.

한때 아름다웠던 날들이 있었다. 지금은 무의미해졌다. 아니, 무의미하다고 믿으려 애쓴다. 그러나 마음은 아직도 그곳에 서성인다. 그때, 그 순간, 그 장소. 그래서 모든 것이 불안하다.

머리는 분명히 마침표를 찍었다. 끝났다고, 지나간 일이라고, 이제는 괜찮다고. 그러나 마음은 쉼표였나 보다. 멈추지 않았다. 계속 이어졌다. 끝나지 않은 문장처럼.

이제는 추스를 수 없는 감정선이 글에 묻어난다. 애써 감추려 해도 소용없다. 쓰면 쓸수록 드러난다. 퍽 희미해지지 않는 기억 하나가 이렇게 글이 되어 흘러나온다.

오늘도 나는 쓴다. 외로움을 쓰지 않으려 애쓰며, 그러나 결국 외로움을 쓴다. 완벽하지 않은 마음의 틈새로 새어 나오는 것들을. 마침표를 찍었다고 믿었던 문장들이 쉼표로 바뀌어 계속 이어지는 것을.

그것이 나의 글이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묻어나는,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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