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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 Mar 03. 2021

이탈리아 예술산책- 위대한 희생

희생이란 무엇인가?

Gerolamo Induno, Il Grande sacrificio (Partenza del garibaldino), 1860, olio su tela, cm 60,5 x 45. Milano, Pinacoteca di Brera


아들은 큰 뜻을 품고 있다. 가리발디 산하의 일개 병졸이지만 빨간 셔츠를 입고 있으면 큰일을 해낼 듯하다. 누군가에게 듣고 배웠던 위대한 통일운동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꾀죄죄하고 어수룩한 군복을 입고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런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힘겨운 몸짓으로 작별의 키스를 전한다.


어머니 눈에는 아들의 치기 어린 생각도, 만용으로 가득한 철학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들이 무사히 귀환하기 바랄 따름이다. 오히려 나라를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이다.


희생이란 무엇인가? 내가 싸우고 쟁취하기 위해 피 흘리는 것만이 희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진정 위대한 희생은 사랑하는 이를 잃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감내할 수 있는 용기이다. 그렇기에 제롤라모 인두노의 이 작품의 제목은 "Il grande Sacrificio(위대한 희생)"이다.


전쟁은 남성의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로 여성의 것이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전장에 보내며 그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었다. 사실 대의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보다 상실의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더 많은 인내와 눈물을 요구한다.


무엇이 희생인가? 역사책에 이름 한자 남기기 위해 어리숙한 모습으로 전장으로 떠나는 아들,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슬픔, 과연 희생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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