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에세이

by 장순혁

바람이 분다
뼛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달이 진다
머금은 햇빛을
조금씩 흘리면서

잃어버린 날개는
다시 돋아나지 않고
가녀린 두 다리로
걸을 수밖에 없다

거울 속의 낯선 이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아도
그저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을 잊은 삶은 가난하여라
마음속에 씨앗이 숨겨져 있음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적당한 햇빛과 조금의 물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을 틔울 것임을 알지 않는가

찬란한 고독을 품에 안고
오늘도 잠자리에 드려무나

어둠이 너의 눈을 감기게 하고
고독을 품에 안은 당신은
어둠의 품에서 잠에 들 터이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같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