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장순혁

파도가 부서지고 다시 태어나는
바닷가 앞 모래사장에
저는 원을 그립니다

보름달 같은 원은
은은히 빛을 내고
저는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구름 하나 끼지 않은,
잘 익은 살구같이 꽉 차있는

낮의 시간이 도달해도
모래사장 위 보름달은 빛을 잃지 않습니다

원 주위에 자그마한 원들을 그립니다
보름달 주위의 별과 같습니다

수없이 많은 원들을 그리고 나서
모래사장은 밤하늘이 되었습니다

태양은 그리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도 그리지 않을 것입니다

태양은 너무나 빛나기에,
바다는 언제나 가득 차있기에

제가 그린 밤하늘도
시간이 지나면,
비가 한차례 내리고 나면,
커다란 파도가 부닥치고 나면 사라지겠지만

저는 시간이 지나도,
비가 잔뜩 쏟아져도,
파도가 모든 것을 휩쓸어가도
다시 원을 그리겠습니다

선이 아닌 원을 그리기 위해서는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야 하기에,
출발지로 돌아가는 것이
이제 더는 두렵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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