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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19. 2023

[임신일기] 첫 심장소리 들은 날.

쿵쿵쾅쾅 북소리

처음으로 심장소리 듣는 날!

단축근무로 4시에 퇴근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로 갔다. 5시 예약을 해놓았는데, 남편이 5시 퇴근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와 심장소리를 같이 듣기로 했다. 마침 택시기사님도 양아치처럼(?) 빈 공간을 쇽쇽 들어가 막힘 없이 운전해 주신 덕분에 10분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월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대기도 많이 없어서 5시 전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남편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결국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아기 잘 있나 볼까요?"


7주 차. 아기가 잘 있는지 심장은 잘 뛰는지 너무 궁금한 순간. 이제 굴욕의자의 수치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음, 잘 있네요. 심장소리 한번 들어볼까요?"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태아에게 두근두근 뛰는 작은 심장이 보였고, 웅장한 북소리와 같은 심장소리도 함께 들렸다. 보통 첫 심장소리를 들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데, 남편이 없이 혼자여서 그런 건지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애매하게 감동적인 것 같으면서 '우와..' 밖에 할 말이 없고, 내 뱃속에 이런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고 다른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더 들었을 뿐.



태아가 심장이 뛰는 걸 확인하니 병원에서 산모수첩을 주었다. 그리고 초음파 진료 영상을 녹화하여 어플로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까지 신청해서 받았다. 함께 진료를 보지 못한 남편에게도 들려줘야하니까!


나는 아기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스스로 심장을 만들어내다니! 임신은 정말 신비하고 경이롭다. 이제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통해 팔다리가 자라고 귀여운 눈코입이 완성되어 가겠지? 심장이 뛰는 순간을 확인했을 때보다 곱씹을수록 신기하고 기대가 되는 건 정말로 실감 나지 않아서인 듯하다. 작지만 강한 심장이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여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더 이상의 신비한 경험이 있을까?


다음 진료는 3주 후, 10주 차에 만나는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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