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왜 일하냐 묻는다면 청소하기 싫어 일한다 말하리.
오랜만에 연차를 내고 약속 없이 온전히 집에 있는 날이다.
혼자 갖는 오랜만에 쉼이라 뭐라도 해볼까 했는데, 오래전부터 말썽이던 건조기 수리로 발이 묶였다.
애매하게 13시 방문은 뭐람.
조조영화를 보고 점심 먹고 오자니 그것도 애매하고 수리 후에 가자니 4시면 하원이라 이 또한 애매하다.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방치됐던 집을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엔 어지럽힐 줄만 아는 비염환자 둘이 나와 함께 살고 있다.
비염은 지들이 있는데 청소는 왜 나만하는가.
일할 땐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고 들어오면 씻기고 정리하고 잘 준비하면 하루가 금세 간다.
매일 흐린 눈을 하고 못 본 척 지나갔던 많은 것들이 나를 보며 어서 치워달라 소리친다.
우리집 어린이가 무진장 접어대는 종이뭉치들, 유치원에서 수도 없이 가져오는 작품이라 불리는 것들.
읽고 널브러져 있는 책, 내가 정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뭉쳐져 있는 이불 더미들과 수시로 닦아주지 않으면 쌓이는 먼지들. 이 모든 게 다 내 몫이다.
왜냐면 비록 재채기를 무지하게 하고 눈도 무진장 비벼대지만 그들 눈엔 이게 안 보이기 때문이다.
부들부들
주말이면 평일에 못 놀았으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나가기 바쁘고, 어쩌다 생긴 여유에 할 것들이 이렇게 많이 보이는데 맨날 집에만 있으면 정리하다 하루 다 갈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또 화가 나겠지. 이 하.찮.은 청소는 왜 나만 해야 하는가.
나는 청소하는 사람인가? 유난히 집안일에 취미가 없고 정이 안 붙는 나라서 그렇기도 하다.
날도 추워지고 매일 또 출근하기 싫어서 욕망을 줄여야 하나 고민인데, 아니다 그냥 나가서 일하고 말지.
화장실 바닥을 닦으며,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을 빨아들이며, 난장판인 바닥 장난감을 치우며..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갈 찾기 전까진 절대 그만두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해 본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