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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춘 Oct 21. 2024

민들레 시집

새 노래들 2. / 온 몸으로 피었다 결국..


민들레 노랑 꽃 햇살만 기다리고

가늘게 봄비 지나가고

인적 없는 거리 긴 긴 보도블럭 위

너를 닮은 누군가 지나간다

잊혀진 시편들이 귓가에 속삭이고

그리워 하세요, 잊지 마세요 하고

거기 오래 꽂혀 있던 책갈피 자욱처럼

지우지 못해 눈 감고

동그랗게 피었다 바람에 흩어지는

민들레 하얀 봄 길

봄길 걸어간다



봄은 멀리서 오고 누군가 함께 오고

따사로운 햇살 그림자 처럼

고적한 정거장 오래된 벤치 위

바람만 잠시 머물고 있구나

그 옛날 연인들이 아픈 줄도 모르고

그리워 하세요, 잊지 마세요 하고

일생에 단 한 번 쯤 사랑하세요

뜨겁게, 애틋하게

온몸으로 피었다 결국 꽃대만 남아

오래 흔들리는 민들레야


노랗게 피었다 꿈 같은 씨앗 되어

세상으로 흩어지는 민들레야


202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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