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x 유령아이 문제>
백은서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니까 마치 집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혼란 속에서 마이크의 삶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의 작은 도시 레팀노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그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느낌에 시달리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는 그 깊은 곳에 숨겨진 상처와 잃어버린 꿈을 떠올렸다. 바다의 파도가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듯하다.
“나라도 없는 게. 나라도 없는 거.” 이 말은 마이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절망의 메아리였다. 국경이 사라진 이 시대에 그는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 경계의 모호함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그는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존재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내면의 갈등을 상징했다.
소말리아의 해적들이 생존을 위해 범죄의 길을 택했듯, 마이크도 자신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유령'이라는 아이러니한 존재로서의 삶을 재정의하는 과정이었다. 일터에서 마주치는 비인간적인 대우는 그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고,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체성과 자신의 존재가 갈라지는 그 경계선을 매일같이 느끼며 고통받았다.
그의 내면에는 매일같이 갈등의 씨앗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외부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에 눌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이 갈등은 그를 더욱 고립시켰고, 결국 세상의 경계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답답함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마이크는 국가가 기능을 상실한 결과로서의 고통을 깊이 체험했다. “사람들이 죽었다잖아? 그리스 앞바다에서.” 그의 외침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한 강렬한 항의였다. 국가가 개인을 지켜주지 않을 때, 그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는 그에게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애썼다. “모두가 세계 시민인 것처럼 굴다가 저들 살길 바쁘니까 밀어내고”라는 절망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했다. 이러한 내면의 고통을 통해 그는 결국 서로의 연대와 상호 의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마이크의 여정은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고, 그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독 속에서도 타인과의 연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 세계에서 잃어버린 조화와 일관성을 다시금 찾아가는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유령처럼 존재의 경계선에서 갈등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이크의 여정은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임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연결을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마이크는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처럼, 인간 존재의 깊은 고뇌와 함께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연대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여정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