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프트 스킬

by 제이티

#올인원2 글 모음



최하은



작년 2학기, 우리반에 전학생 한명이 왔었다. 말이 거의 없고, 목소리도 작고, 피해다니는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친구 곁에는 같은 음악과 친구들이 생기긴했는데, 워낙 아이들이 답답해하고 불편해해서 많이 싸웠다. 나는 그 친구와 엄청 친한편은 아이었다. 그 친구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그 아이를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마주칠때마다 눈웃음을 지으며 ‘안녕 OO아!‘ 라고 하며 인사해주었고, 선생님께서 필라테스 스포츠 클럽 장소를 안내해주라고 했을때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학교에 대해서도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의 인사를 잘 받지 않던 그 아이가 나에게 손을 들어 인사해주게 되었다. 아무도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었던 아이. 설령 진심이라고 우기더라도 자기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포기 해버리게 만드는 아이. 공식적인 아웃사이더.

하나 더 말하자면, 1학년때 같은 반이였는데 이번 3학년에 떠 같은 반이 된 친구가 있다. 자폐가 있는 음악 피아노과 남자애인데, 수업시간이 시끄럽게하고, 애들사이에서 귀찮게 굴어서 피해다니는 애들도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애들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친구가 낯설었다. ’음... 부담스럽다..’ 라고 느꼈지만, 그 친구의 존재감 만큼 우리반의 영향을 크게 끼치기 때문에, 그 당시 반장이였던 나까지 무시해버리면 안될것 같아서 그 친구에게 환한 인사를 하게 되었다. 2학년이 되고, 반이 달라졌지만, 복도에서 마주치면 기분좋게 인사를 나누었다. 기억력이 정말 좋은 친구여서, 나의 생일을 알려주었더니 물어볼때마다 정답을 외쳐주었다. 그 뒤로 3학년이 된 지금, 우리는 같은반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계속 인사를 하고 있고, 다음 교시 과목이 뭐냐고 물어보는둥 사소한 질문들을 한다. 일주일 전 반장선거에 내가 나간다고 했을때, 그 친구는 나를 뽑아주겠다고 진지하게 말해주었다.

반장선거에서 유리하게 하려면, 음악과 아이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무용과는 너무나 적은 소수만족이기에, 미술과를 이기려면 큰 서포트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 친구를 대했던거와 마찬가지로 다른 음악과 아이들에게도 인사를 주고 받었다. 체육시간에 왕복오래달리기를 할때는 ’와, 70개 이상은 어떻개 뛰는거야? 대단하다!‘ 등과 같은 칭찬도 해주고, 날 뽑아달라는 말도 소심하게 했다. 그 결과, 반장선거 개표를 시작한 후, 내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자, 그 피아노과 친구가 ‘아, OOO이 반장되면 안되는데. 하은이가 돼야 하는데‘ 라며 아이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나오기 했다.

실제로 반장선거날 아침에, 그 친구가 말했다, ’하은아 오늘 너생일이네.’ 내가 기억을 어떻게 했냐며 기뻐해주었고, 그 친구는 말했다. ‘너 생일 선물은 너 반장되는걸로 해줄게.‘

아쉽게도 그친구의 선물은 나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중간에 ’부반장’이라는 상표로 나에게 돌아왔다. 리더의 역할이 필요했던 우리반의 환심을 사가 위한 나의 소프트 스킬. 그것은 완벽한 결과를 주진 못했지만, 나의 진심은 전달이 되었다. 2학년때 그 전학생 친구역시, 사실 내가 재수없다는 몇몇 남자아이들의 말을 돌려놓기 위한 수단이였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나의 소프트 스킬로 인해 나를 한층더 성장시켰고, 친구가 필요하던 아이의 욕망을 채워줬고, 한 친구의 믿음을 얻었으며, 우리반의 반장이 되진 못했지만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수행해줄 수 있기 되었다. 예쁘게 휘어지며 보는 사람도 저절로 인사를 안받아줄수는 없게 만드는 그 눈웃음이 섞인 인사가, 나의 소프트 스킬인 것 같다.


- 인간다움이란


가인간다움. 나는 그것을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공연과 콩쿨을 마치고 얻게될 꿈만 같을 휴가를 생각하며 미친듯이 달려오고나서 알게되는 그 심정. 그 마음. 하루라도 반복되지 않는 삶을 산다면, ‘나는 오늘 반드시 그일들을 절대로, 한번도 생각하지 말거야.‘ 라고 다짐해도 머릿속에 맴도는 뒤로 밀린 일들고 숙제, 하루안한 스트레칭. 그 순간 인간은 깨닫는다. 반복된 삶에서 벗어난 자유. 그것을 더이상 생각하자 않는 우리의 뇌, 라는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하려 더 생각하게 만든다. 신경쓰게 만든다. ‘아 맞다 오늘 안했는데..’ 찝찝한 기분이 들고, 휴가의 달콤한 순간은 짤막하다. 인간은 그것을 깨달았을때 우리는 인간다움이라 한다.


- 인간다움 의미의 변화


강수진 단장님께서 발레하던 시절, 토슈즈를 신을때는 맨발로 신었다고 한다. 어쩔수 없이 물집이 너무 많이 잡히고 발이 정말 아픈날에는 소고기를 보호막으로 쓰듯이 토슈즈 안쪽에 넣어서 신으셨었다고 한다.

지금은, 누구나 토슈즈를 신으라하면 발의 보호막이 되어주는 말랑말랑한 토씬을 먼저 꺼내서 신는다. 궁금증 때문에 토씬을 안신고 신어봤는데, 옛날에는 대체 어떻게 그 상태로 발레를 했는지 가늠조차가 안됐고, 지금도 미개하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얼마나 기뻐했을까. 피투성이인 발을 소고기로 고통을 조금 줄일수 있으니. 지금의 발레리나 꿈나무들의 발을 보면 보통 깨끗하다. 과거의 발레리나의 피투성이 발은 어찌보면 그 당시엔 당연한건데, 현재에선 미개하다고 느낀다.

미래엔 어떨까. ’토씬‘이라는 발레 용품이 있을까? 그 아이들은 과연 한번이라도 발에 물집이 생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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